“이수명리학, 시대의 아픔과 갈등 극복하는 열쇠 될 것”
‘이수명리작명한자사전’ 출간한 이기정 저자 인터뷰
“이수명리학, 시대의 아픔과 갈등 극복하는 열쇠 될 것”
2023.10.24 23:00 by 최태욱

“명리학이 학문의 영역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도라고 생각했어요. 주경야독하며 열심히 공부했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니 나름 뿌듯하네요.”

지난 8월말 출간된 ‘이수명리작명한자사전’(탐구당, 이하 ‘작명한자사전’)의 저자 이기정 씨(이하 ‘저자’)는 “가까스로 졸업논문을 끝낸 기분”이라고 했다. 개별 한자 하나하나의 음‧훈‧획수는 물론, 한자를 결합‧유추하거나 쪼개고 분리하는 ‘측자파자(測字破字)’의 방식을 총동원한 작업. 이미 갈무리된 자료를 엮어내는 데만 2년 가까이 걸렸을 정도로 지난한 과정이었다. 

작명을 위한 한자 상탁(相坼)사전을 표방한 이 책의 출간은 그 자체로 많은 의미를 갖는다. 좋은 이름을 짓기 위해 글자의 바른 뜻을 밝힌 최초의 한자사전인 동시에, 현장 역술인들의 지침서가 되기에 충분한 깊이까지 담아냈다. 미신 정도로 치부되던 명리학의 논리적인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반드시 필요했지만, 쉽사리 시도하지 못했던 글자의 집대성. 자영업을 겸하는 초학(初學)의 신분으로 어떻게 가능했을까? 저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스승님 덕분”이라고 귀띔했다. 그의 스승은 바로 세계적인 명리학자로서, 역술계 최고의 명문 ‘이수명리학파’를 창시한 이수 선생이다. 

 

자신이 집필한 ‘이수명리작명한자사전’을 소개하는 이기정(사진) 저자
자신이 집필한 ‘이수명리작명한자사전’을 소개하는 이기정(사진) 저자

| 삶의 이치 품은 명리학, 과학의 영역으로 나아가다
‘명리학(命理學)’은 문자 그대로 생명의 이치를 배우는 학문이다. 다소 거창하고 거리감도 느껴지지만, 그 속내는 꽤나 친근하다. 우리가 흔히 접했던 사주, 운세, 12띠, 별자리 같은 것들이 모두 명리학의 뿌리로부터 나왔다. 연‧월‧일‧시의 4가지 정보를 기둥으로 삼아 ‘사주명리학’이라고도 불린다. 

“조선 시대의 주기‧주리론이나 동양의 음양오행론 같은 것들도 명리학과 세계관을 공유해요. 우리네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란 얘기죠. 오죽하면 우리 태극기에도 명리학의 원리가 빼곡 담겨 있잖아요.”(이기정 저자)

미래를 예측하고 운명을 해석하는 일에는 늘 사람들이 이목이 쏠린다. 특히 요즘처럼 세상이 뒤숭숭할 때는 더욱 그렇다. 최근 MZ세대들 사이에서 ‘MBTI’가 대세로 자리 잡은 이유도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는 심리에 기인한다. 저자가 명리학에 푹 빠진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개인이 가지고 태어난 글자들의 관계를 통해 사람과 미래를 꿰뚫어 볼 수 있다고 믿기 때문. 앞날에 대한 근심을 해소하는 가장 확실한 도구라는 얘기다. 

문제는 정확성이다. 같은 연‧월‧일‧시를 가지고도 다른 해석이 난무하면, 개중 태반은 엉터리인 셈이다. 사주‧운세가 뜬구름 잡는 얘기로 치부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에 대해 저자는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 드물었기 때문”이라 잘라 말한다. 

“같은 커플이 여기저기 궁합을 보러 다녀도 결과가 제각각이잖아요. 명리학, 즉 학문이라면 그래선 안 되거든요. 이론 체계가 확고해야 하고, 이를 통해 도출되는 결론도 틀림없어야 하죠. 제대로 학습하지 않고 타인의 운명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았던 겁니다. 단지 돈벌이를 위해서 말이죠.”(이기정 저자)

 

이기정 씨는 “타인의 운명을 논하기 위해선 심층적인 학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기정 씨는 “타인의 운명을 논하기 위해선 심층적인 학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기정 저자가 이수명리학파를 선택했던 이유도 그래서다. 해당 학파를 창시한 이수 선생은 명리학을 학문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사주명리학을 다루는 유튜브 콘텐츠를 오랜 시간 파헤치다가 마치 운명처럼 이수 선생과 조우했고 그길로 제자까지 됐다. “최고에게 배우고 싶다”는 열망의 실현이었다. 

실제로 이수 선생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리학자로 통한다. 지난 1999년 등장부터 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특히 국내 최초로 동양 사상서인 ‘적천수적요’를 중국 본토에서 출간하며 널리 존재감을 떨쳤다. ‘역술의 지존’, ‘사계 최고의 술사’ 등의 별명은 학자이자 역술가, 저술가로서의 그의 위상을 잘 설명해준다. 수 십 권의 저작 활동을 통해 후세 연구가들의 길잡이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가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고집스레 매진해 온 학문화에 대한 열정 덕분이다. 마치 뜬구름을 잡는 듯 막연했던 명리학의 비합리성을 꾸준히 지적하며, 독창적인 시선과 체계적인 연구로 학문적 원칙을 확립해왔다. 그가 창시한 ‘이수명리학파’가 사주명리학의 새로운 지식 체계로 인정받는 이유도 그래서다. 

“독창적인 이론 체계를 구축하는 건 말처럼 쉽지 않아요. ‘적천수’나 ‘자평진전’ 같은 중국의 고서를 완벽히 주해해야 비로소 가능해지는 일이죠. 이것이 가능한 인물이 거의 없거든요. 스승님이 추구하시는 명리학의 학문‧체계화 작업은 그런 기반을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금번 출간된 작명한자사전 역시 그 과정의 일부이고요.”(이기정 저자)

 

작명을 위한 최초의 한자 상탁 사전 ‘이수명리작명한자사전’
작명을 위한 최초의 한자 상탁 사전 ‘이수명리작명한자사전’

| “글자는 안다 당신의 ‘길흉화복’을”…작명한자사전의 의미
금번 출간된 작명한자사전은 한자 하나하나의 의미와 활용을 명리학의 관점에서 정리해 놓은 책으로, 역술 전문가와 일반인들이 두루 활용할 수 있도록 기획‧집필됐다. 글자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은 명리학이 학문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필수적이며 시급한 과제였다. 명리학이라는 지식 체계의 근간이 바로 ‘글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러 이론들 중에서 이수 스승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것이 ‘팔자의 진신’이었다”는 말로 집필 배경을 설명했다. 

팔자(八字)의 진신(眞神)이라는 용어는 사주팔자에서 부귀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글자조합을 말한다. 이 책에서는 글자의 기본적인 조합은 물론, 획수 하나하나의 변화로 파생되는 의미까지 방대하게 다루고 있다. 

“지식 체계가 막연하면, 단순히 목‧화‧토‧금‧수 오행에만 근거하여 이름을 지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개개인의 사주까지 투영하여 변주를 하다보면 완전히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거든요. 그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난해해요. 지금까지 이런 시도 자체가 없었던 이유도 그래서죠. 막연한 지식들을 하나의 원리‧원칙에 맞게 집대성한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의미라고 생각합니다.”(이기정 저자)

지난 20여 년간 이수 선생과 이수명리학파가 축적한 지식체계가 근간이 된 사전이다 보니, 이견이 나올 여지도 있다. 이기정 씨 역시 “어떤 부분은 누군가 동의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또한 책이 가진 의미라고 봤다. 자연스레 다른 역술인이나 학자들과의 논의 및 교류가 이어지며, 국내 명리학계 전체에 새로운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명리학의 학문화라는 대명제에 기초 자산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전문가의 영역으로 볼 법한 책이지만, 단순히 업계 내부의 비밀문서 같은 성격은 아니다. 오히려 일반인 독자의 활용성이 두드러지는 측면도 있다. 좋은 이름 짓기를 위한 참고서라는 점에서 그렇다. 

실제로 책을 살펴보면 일반인 독자 읽기를 고려한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옥편 같이 단순한 구조를 넘어, 기본 어원에서 획수를 더해가며 의미가 달라지는 이유를 흥미롭게 전하며 몰입을 돕는다. 작명이나 개명에 적용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도 꽤나 친절하다. 저자는 이에 대해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좋지 않은 것을 올바르게 고치는 걸 ‘방편(方便)’이라 부르는데, 예로부터 작명은 ‘방편술의 꽃’으로 여겨졌다”면서 “검증되지 않은 전문가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기기보단, 스스로 이름을 짓고 고쳐보며 미래를 개척하는 경험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기정 저자는 “이 책이 명리학 학문화의 기초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정 저자는 “이 책이 명리학 학문화의 기초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리학, 즉 사주팔자는 다분히 정명론적인 관점을 지닌다. 사람의 명과 운은 이미 정해져있다는 의미다. 필연적이고 초월적인 힘은 자칫 사람을 무력하게 만들 수도 있다. 디지털 전환의 파고, 각종 전쟁과 전염병 쇼크 등 불확실성이 점점 도드라지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이러한 때에 명리학은 과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운명에 순응하며 터득하게 되는 철학적 기반과 그로 인해 달라지는 삶의 태도가 명리학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강조한다. 

“흔히 사주팔자 얘기하면 성공과 부귀영화 쪽에만 초점을 맞춰요. 하지만 실제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가장 깊게 감명 받는 포인트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난 후 삶의 태도죠. 내게 정해진 운명을 인정하고 수용하면, 승리하든 패배하든 긍정할 수 있는 힘이 생겨요. 사랑하는 가족,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 인정할 수 없었던 집단까지 수용할 수 있는 철학적 기반을 갖게 되죠. 갈등과 분열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배움은 이런 것이 아닐까요?”(이기정 저자)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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