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방가방가’
방과 후 ‘방가방가’
2016.03.18 09:59 by 시골교사

초등학교 교과서에 조 단위까지 필요할까? 수의 의미를 다지는 독일의 수학교육을 엿본다.

독일의 아이들은 한국의 또래보다 덜 바쁘고, 덜 조급하고, 덜 경쟁한다. 매일매일 이어지는 학원뺑뺑이의 스트레스도, 성적이나 진로에 대한 압박도 적다. 고민도 하고, 방황도 해보고, 늦장도 부려보고, 여유도 가져보고, 해보고 싶은 것에 도전하며 풍요로운 청소년기를 보내는 것이다.

일례로 독일의 모든 학교는 정규 수업만 끝나면 전교생이 학교를 빠져나간다. 이들에게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공부를 한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또 다른 세계’다. 아니 그런 세계가 있다는 걸 아예 모르고 사는 학생들이 허다하다. 그런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경쟁대열에서 이탈하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 긴장감 속에서 살고 있는 한국의 청소년들이 가엽기만 하다.

풍요로운 유년기를 위해선 여백도 필요합니다. (사진: Alon Othnay/shutterstock.com)

| 취미 위주의 방과 후 활동

독일 초·중‧고교의 1교시 수업은 8시에 시작된다. 이른 수업시작 때문에 적어도 집에서 7시 40분쯤에는 나서야 했다. 이 시간에 집을 나서는 건 결코 만만치 않은 일. 특히 겨울철엔 동틀 기미조차 안 보이는 시간대다. 거기다 아침나절부터 내리치는 비바람은 왜 이리 잦은지… 처음에는 학교의 이른 시작에 적응하기 어려웠고, 도대체 초등학교 수업을 왜 이렇게 일찍 시작하는지 이해도 잘 안 됐다.

하루를 일찍 시작해야 하니, 아이들을 제 때 재우는 것도 일이다. 독일 아이들은 늦어도 저녁 8시면 잠자리에 든다. 중‧고등학생이 되어도 늦어도 9시면 자는 시간으로 여긴다. 그래서 이곳에선 저녁 8시 이후에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만나기 힘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모들도 자녀의 충분한 수면시간 확보를 위해 신경을 많이 쓴다. 그런데 여름철엔 특히 애로사항이 많다. 독일의 한여름은 밤 10시까지도 해가 환하기 때문에 밤낮 구분이 안 되는 어린 아이들은 좀처럼 자려하지 않고, 부모들은 그런 아이들을 재우려고 야단이다. 이 취침전쟁을 끝내려면, 독일에서 가장 환상적인 계절인 여름이 빨리 가길 바라야 하니, 참 아이러니하다.

벌써 자라고요? 아직 대낮 같은데??(사진: Svitlana-ua/shutterstock.com)

나중에야 이른 수업의 시작이 부모들의 출근시간에 맞춘 것임을 알게 되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여하튼 이들은 이렇게 하루를 일찍 시작하고, 대신 일찍 퇴근하여 오후시간을 여유롭게 보내며 지낸다.

그렇게 시작한 학교 수업은 초등학교 1‧2학년은 오전 11시 반에, 3‧4학년은 보통 오후 12시 반이면 모두 끝난다. 때문에 이곳도 초등학교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 아이들의 조기귀가가 큰 문제가 된다. 수업이 끝난 후, 어린 아이들을 딱히 맡길 곳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런 조기 귀가가 기초학력의 저하를 가져온다는 주장이 슬그머니 화두로 올라오면서, 방과 후 활동이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다. 강제사항은 아니고, 원하는 가정에 한해서 학교에서 방과 후 활동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오후 4시까지 참여시키고 돌봐준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던 초등학교의 경우, 방과 후 활동 참여자격은 3학년부터 주어졌다. 프로그램의 내용은 숙제지도, 기타, 축구, 댄스, 컴퓨터, 수예, 과학실험, 요리, 서양장기 등이다. 인력은 시에서 전문강사로 참여하고자 하는 자들의 신청을 받은 뒤 배정한다. 반의 구성은 무학년제이며, 비용은 하루에 활동한 건당 1200원 정도를 지불하면 된다.

엄마, 우리 집 냉장고는 내게 부탁해!(사진: Monkey Business Images/shutterstock.com)

 

| 방과 후 수업이 없는 중·고등학교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얘기가 조금 달라지지 않겠냐고? 그렇지 않다. 독일 중학생 저학년의 경우는 오후 1시, 고학년의 경우 2시면 수업이 끝나고, 고등학생의 경우는 오후 4시면 모든 수업이 종료된다. 그 이후에 학교에서 이뤄지는 일체의 방과 후 수업은 없다. 인문계열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방과 후 시간은 개인 몫이다. 인문계열의 학교는 숙제가 많은 편이라 주어진 숙제 해결을 위해 관련 책도 읽어야 하고, 조별과제가 많기 때문에 그룹끼리 자주 만날 필요도 있다. 그것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시간은 아주 여유 있게 보낸다. 읽고 싶은 책도 실컷 읽고, 체육, 음악, 미술 등 자기 관심분야의 취미생활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학교가 끝난 자리는 즐거움과 여유로움으로 채워진다(사진: lavitrei/shutterstock.com)

| 방학에도 학습은 없다.

방학엔 어떨까? 학교에서 ‘페리인-패스(Ferien-pass,방학티켓)’를 발행해 주는데, 이 티켓을 소지한 학생은 방학동안 시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자격이 주어진다. 프로그램은 주로 취미 위주의 내용들로, 농장에서 1박하며 승마배우기, 놀이동산에 단체로 놀러가기, 해변에서 조개줍기, 빵과 케익 만들기, 산속에서 별자리 관찰하기 등의 체험학습과 자전거 하이킹, 요트, 퀼트, 힙합 댄스, 서양장기, 태권도, 테니스, 안전교육 등의 취미활동이 대부분이다.

시에서 제공한 프로그램을 놓고, 부모와 자녀는 원하는 내용을 골라 신청을 하면 된다. 인원이 초과된 경우는 추첨을 통해, 그 외에는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아 참여 여부를 통보해준다. 참여가능 통보를 받으면 그에 맞는 액수를 지불하고 정해진 기간에 행사에 참여하게 된다.

단 하루 만에 끝나는 것부터 주1회씩, 한 달간 이어지는 것도 있고, 승마 같은 프로그램은 일주일 내내 숙박을 하며 진행되기도 한다. 비용도 다양하다. 무료부터, 한 달에 20만원이 넘는 것도 있다. 그래도 이 기간에는 모든 프로그램이 보통 때보다는 저렴하게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된다. 이렇게 (방학)6주 내내 한 지역 안에서 초등학생~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여러 프로그램이 돌아가기 때문에, 아이들은 특별히 어디를 가지 않아도 방학기간을 지루하지 않고 유익하게 보낼 수 있다.

스웨덴 여왕 실비아와 함께

 

 

시골교사_2_이모저모

독일교육 이모저모

우리 동네 ‘킬(Kiel)’의 축제를 소개합니다.

독일은 7개의 주 정부로 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주 정부는 중세 시대부터 지방자치가 이루어져 주마다 전통과 축제를 잘 보존·발전시켜 오고 있지요. 뮌휀의 옥토버페스트(10월), 쾰른의 카니발(6월) 같은 것들이죠. 이곳 킬(Kiel)에도 자랑할 만한 게 있습니다. 바로 매년 6월에 열리는 ‘킬러보허(Kieler Wocher)’가 그것이죠.

1895년 이래로 진행된 이 축제는 매년 6월 넷째 주마다 열리는 문화행사에요. 국내뿐만 아니라 가까운 스웨덴, 노르웨이 등지에서도 관광객이 몰려올 정도로 알려진 행사죠. 첫 날 불꽃놀이를 시작으로, 한 주간 주민들은 축제 분위기에 흠뻑 빠집니다. 시내 곳곳마다 주점과 놀이시설이 들어서고, 각종 문화행사가 곳곳에서 펼쳐지죠. 킬러보허(Kieler Wocher) 행사의 꽃은 요트경기인데요, 50여 개 국에서 5000여명 정도의 선수와 1500여척의 요트가 참여하는 이 경기는 이곳 킬(Kiel)에서만 볼 수 있는 유일한 행사이기도 하죠.

‘킬러보허(Kieler Wocher)’ 축제 전경

행사기간엔 시내 곳곳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과 체험활동, 연극, 콘서트, 마술쇼 등도 마련돼요. 아이들 역시 이 축제를 즐길 주체임을 보여주고 있는 거죠. 이 때의 모든 체험활동과 연극, 콘서트 관람은 무료입니다.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각 가정에선 행사가 벌어지는 한 주의 오후시간을 아이들을 위해 오롯이 투자합니다. 체험활동의 내용도 해마다 조금씩 바뀌어 축제를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기쁨을 주기에 충분하죠.

우리 아이들과 축제에 참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체험활동은 건축이었습니다. 높은 언덕위에 작은 집을 세우는 활동으로, 아이들이 직접 톱질도 하고, 잘라진 나무토막을 덧대어 망치질도 하면서 한 주간 집을 지어 나갑니다. 물론 처음에 집의 뼈대는 세워 놓고 시작하고, 사이사이 도우미들이 아이들의 일손을 거들며 집을 완성해 가죠. 집을 세우는데 자기 손길을 더해보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남다른 추억으로 남게 되죠.

건축체험 후에도 아이들 손을 잡고 종이 만드는 곳으로, 염색 공예장으로, 진흙 체험장으로 발걸음을 바쁘게 움직입니다. 이렇게 하나라도 더 참여시켜 무언가 얻게 하려는 게 부모의 마음이죠.

 

축제02

축제 기간에 작은 아이가 유독 관심을 보이며 좋아하던 곳은 바로 승마 체험장이었어요. 작은 아이는 유난히 말을 좋아하거든요. 사실 독일 아이들에게 승마는 흔한 취미활동입니다. 차로 2~30분이면 승마를 배울 수 있는 농장들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다 비용도 주 1회 기준으로, 월 4~5만 원 정도에 불과해요. 물론 우리 같은 유학생 부부에겐 이 정도도 큰 부담이긴 하죠. 일단 자가용이 없기 때문에 이런 취미를 갖는 건 무리였어요. 그런 이유로 작은 아이가 가진 승마에 대한 욕구도 쉽사리 해소되지 못했죠. 뭣 때문에 말에 꽂힌 건지는 모르지만, 작은 아이는 책을 봐도 말에 관한 것으로, 옷도, 문구류도 다 말이 들어간 것만 찾아댔죠. 그런 아이에게 맘껏 말을 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이 축제는 너무도 행복한 시간이었던 셈입니다.

 

/사진:시골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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