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 아이, 바쁜 엄마
기쁜 아이, 바쁜 엄마
2016.04.08 18:30 by 시골교사

학업성취도는 3위지만 국가경쟁력은 26위에 그치는 대한민국. 학업성취도가 13위임에도 국가경쟁력은 5위에 빛나는 독일. 두 나라 사이엔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선행학습도, 방과 후 수업도, 참고서도 없다는 독일의 교육을 통해 배움의 의미를 되새긴다.

 

| 독일의 개방된 성문화와 그로 인해 펼쳐지는 맞춤형 성교육 이야기.

아침부터 걱정 반, 긴장 반이다. 마음은 급하고, 몸은 분주하다. 일단 풍선을 넉넉히 불어놓고, 현란한 오색 테이프와 함께 거실과 아이 방을 꾸민다. ‘아이폼’(작은 알갱이 스티로폼이 뭉쳐있는 공작재료)으로 ‘해피버스데이’를 만들어 벽에 붙이니 아쉬운 대로 파티 분위기가 난다. 다시 빠른 손놀림으로 수제 케이크를 완성하고, 데코레이션 용 간식까지 차려놓으니, 그때서야 아이들이 하나 둘 들이닥치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2학년을 맞은 큰아이의 생일 풍경이다.

아이들은 왜 풍선을 좋아하는 걸까? (사진:Yuganov Konstantin/shutterstock.com)

독일 아이들의 생일잔치는 유별나다. 사전에 생일초대장을 일일이 만들어야 하고, 초대받은 아이들 숫자만큼의 선물꾸러미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당일에 진행할 프로그램도 짜야 한다. 보통 서너 시간을 소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아이들이 어린 경우는 정원이나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게임을 준비해서 놀아주고, 조금 큰 아이들은 극장이나 트램폴린 같은 놀이장을 이용한 후, 저녁식사를 하는 게 보통이다.

말이 아이들 생일이지, 그 준비는 오롯이 부모 몫이다. 아무리 어린아이들일지라도, 남을 집으로 초대한다는 게 얼마나 부담스런 일인가. 손발이 바쁜 건 둘째 치고, 초대받은 아이들이 우리의 초라한 살림살이와 부모의 어눌한 독일어 실력을 보고 우리 애들을 무시하진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생일 준비 끝...이 아니라, 시작! (사진:Mindscape studio/shutterstock.com)

이런 독일식 파티분위기를 익히 알면서도, 몇 년간 한국식 생일잔치를 고집했던 이유도 그래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 몇 가지를 정성스레 준비하고, 친구들을 불러 밥 한 끼 대접하는 그런 생일 말이다. 그래도 케이크 하나 만큼은 성의껏 직접 만들기도 했다.

 

| ‘이 정도면 만족하겠지….’

그런 생각은 어른들 입장에 불과했다. 아이들은 그렇지 못했나보다. 특히 친구들 생일파티를 다녀오면 아이들은 노골적으로 부러움을 드러냈다. 자기들도 친구들을 초대하여 (독일식)생일파티를 하고 싶단 것이다.

그렇게 준비한 첫 번째 도전. 기본적인 건 우리와 크게 다를 게 없다. 빙 둘러 앉아 촛불 키고, 노래 부르고, 불 끄고, 선물 공개하고, 왁자지껄 떠들고.

이후가 문제다. 부모가 준비한 본격적인 ‘놀이’시간이다. 이 시간은 남편이 맡았다. 남편은 아파트 공용 뒤뜰에서 게임을 진행했다. 한국에서 어린 시절 한번쯤 해봤던 놀이 위주다. 열중쉬어 자세로 반환점을 돈 후, 밀가루 접시에서 입으로 사탕 찾기, 나무막대에 실로 매단 과자 따먹기 같은 것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이들은 뛰어노는 게 최고다 (사진:Sergey Novikov/shutterstock.com)

‘호응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의외로 잘 따라 주고 재미있어 했다. 역시 게임은 문화를 가리지 않는다. 그렇게 아이들이 바깥놀이에 열중하고 있는 동안 나는 소시지와 포테이토로 저녁을 준비한다. 게임이 끝나면 준비된 음식으로 간단히 배를 채우게 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파티 종료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데리러 오는 초인종 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미리 준비한 선물봉지를 하나씩 받고 마중 온 부모와 함께 집으로 향한다.

 

| 아이의 파티, 부모는 파김치

“다음 주 화요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생일파티가 있을 예정입니다. 그 시간만큼은 소란해도 이해해 주세요. 프라우 권”

아이 생일파티에 앞서, 같은 라인의 주민들에겐 반드시 양해를 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웃들에게 경고장이 날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행복을 위한 일이지만, 이래저래 어른들 손이 참 많이 간다. 아이가 어릴수록 더욱 그렇다. 첫 번째 (독일식) 생일 파티 이후, 어김없이 돌아오는 생일은 늘 고민거리였다. 한 살 더 먹은 아이들에게 똑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도 없다. 한 해는 대학교에서 빔 프로젝트를 빌려 영화를 보여주기도 했고, 또 한 해는 수영장을 섭외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를 마치면 몸은 녹초가 됐지만, 아이들에게 피곤한 낯빛을 보일 순 없는 일이다. 아이의 행복한 모습을 보기 위한 대가는 결코 만만치 않다.

생일 파티를 잘 마치면 아이는 “마마! 파파! 당케 쉔(Danke schoen)”을 외치며 엄마, 아빠 목에 매달린다. (사진:시골교사 제공)

비단 생일뿐만이 아니다. 이곳에선 아이들의 다양한 체험을 유독 강조하기 때문에, 엄마들은 이를 만족시켜줘야 하는 일종의 의무감이 있다. 소홀히 할 경우, 직접적인 비교와 그로인한 아이의 상처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아이들 방학 때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주기 위한 노력도, 2학년 개학 첫날 하교한 아이의 투덜거림으로 시작됐다.

“엄마! 개학 첫날에는 무조건 방학 중에 경험했던 것들에 대해 얘기해야 해요. 나는 방학 내내 집 밖에 나가본 적이 없는데, 무슨 얘기를 해요? 친구들과 선생님 앞에게 할 수 있는 얘기가 하나도 없었어요!”

그래, 부모가 너무했네. 만들어라 얘깃거리!(사진:시골교사 제공)

 

| 학교와 소통하는 독일의 학부모

부모 역할은 체험 기회 제공에 그치지 않는다. 독일의 교사들은 아이의 성장과 학습을 위해 부모와 유기적으로 소통하려 한다. 대표적인 게 학부형 모임이다. 한 학기에 한번 반별로 학부형 모임을 갖는데, 모임 시간은 부모들 퇴근 시간을 고려해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다.

이 모임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부형 전원이 참여한다. 학기 초에는 새로운 교과담당 선생님들도 함께 참여하여 그들의 한 학기 수업목표와 부모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점들을 전달하고, 학년이 끝날 땐 달성된 학습 결과물을 학부모에게 보여준다. 담임교사는 학기 초에 한 학기 학급운영 계획을 안내하고, 학기가 끝나면 진행과정과 결과를 보고한다. 만약 특별한 학습 성과물이 있다면, 이 시간을 통해 부모들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수학여행이나 요트 경기와 같은 특별한 행사활동이 있을 때, 그 과정을 동영상으로 보여주거나, 교과시간에 이뤄진 연극과 같은 활동이 있으면 학부모 회의 전에 부모들 앞에서 발표하도록 한다.

이렇게 학급 운영과 학생 개개인의 학업성취도가 반별 학부모의 참여와 관심 속에 공개됨으로써 학부모들은 이 시간을 통해 자녀들이 학교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의 학습진행 속도를 보이며, 어떤 결과에 도달했는지를 직접 듣고,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이런 소통과정을 통해 학부모는 공교육에 대한 신뢰감을 쌓아 나간다.

스승과 부모의 의기투합은 아이를 올바르게 성장시킨다 (사진: Olimpik/shutterstock.com)

 

시골교사_2_이모저모

독일교육 이모저모

법과 규칙의 엄중함, 어릴 때부터 배운다

독일도 6~70년대에는 학교에서 체벌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젠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가정에서도 체벌은 금기죠. 잘못이 있을 때 벌을 주거나 심한 꾸지람을 줄지언정, 매를 대지는 않습니다. 아이를 심하게 때리면 당한 자녀나, 옆집에서 경찰을 부를 수 있는 문화이기 때문이죠.

그럼 아이가 잘못할 때 어떻게 교정할까요? 독일 아이들이 어릴 때 가장 무서워하는 벌은 바로 ‘격리’라고 해요. 아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면 보통 화장실에 가두는데, 처음에는 울고불고 난리가 나지만 익숙해지면 군소리 없이 화장실로 들어간답니다. 잘못한 행동에 대한 대가를 그런 식으로 치르게 하는 거죠. 이 같은 처벌 방식에 대해선 독일 내부에서도 여전히 의견이 분분합니다. 너무 가혹하단 의견도 있는 거죠. 하지만 부모가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아이를 때려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멍들게 하는 것보단, 심적으로 고통을 겪으면서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더 낫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아이들끼리 치고 박고 싸우면 어떻게 할까요? 이 경우 양쪽 부모가 서로 중재 하거나, 심한 경우 정신과 치료를 받게 하기도 합니다. 그런 폭력적 성향이 어디서 왔는지, 그것이 개인에게 국한된 것인지, 아님 부모에게 문제가 있는지 함께 고민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죠.

큰아이 반에 그런 남학생이 있었어요. 늘상 반 친구들을 괴롭히고, 심지어는 담임선생님에게도 덤비는 행동을 보였던 아이죠. 결국 그 아이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한 학년 유급을 당했습니다. 그리곤 그런 성향이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정학교로 보내졌죠.

독일 초등학교는 경찰과도 잘 협조하는 편입니다. 입학 초엔 관할구역 경찰관이 모든 반을 돌며 간단한 교통 및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학부모 모임 시간엔 어떤 상황에서 경찰을 부를 수 있는지, 경찰이 어떤 문제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설명해 주기도 하죠. 그들은 그것이 교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폭행이나 불건전한 일의 해결은 온전히 경찰의 역할로 여깁니다. 대상이 어린 학생들이고, 장소가 학교라 해도 말입니다. 때문에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법의 엄중함을 깨닫고, 법의 필요성을 배우게 됩니다.

(사진:glenda/shutterstock.com)

 

다음이야기‘동네가 교실이고, 놀이가 학습이다.’ 블록타임제를 활용한 체험학습 현장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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