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위대한 파라오 ‘람세스’
그의 영원한 안식을 위하여 上
가장 위대한 파라오 ‘람세스’
2016.05.26 13:23 by 곽민수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 아래에서 우리는 죽음의 대지 위에 서 있습니다. 이곳 룩소르 서안은 죽은 자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수많은 무덤과 그 무덤의 주인공을 위한 신전들, 그리고 그 무덤을 짓고 신전을 관리하는 이들을 위한 거주지 등 ‘죽음’과 관련된 유적지들이 모두 이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심지어 현대의 공동묘지도 이곳 룩소르 서안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죽음의 공간이지만 동시에 영생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는 죽은 자가 사후세계에서 영생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마법의 의식과 그들의 영혼에게 생명력을 제공하는 제사가 끊임없이 행해져 왔습니다.

룩소르 서안의 아스팔트 도로

룩소르 서안의 잘 정비된 아스팔트 도로는 관광객들의 편의를 고려한 훌륭한 배려이지만 태양 빛을 한껏 머금은 후에는 한 겨울에도 숨이 막힐 정도의 열기를 뿜어내는 괴물이 되기도 합니다. 이 타는 듯한 열기를 뚫고 우리는 라메세움(Ramesseum)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해질녘의 라메세움

신왕국 시대, 파라오들은 무덤의 도굴과 미이라의 훼손을 막기 위하여 무덤을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지어야만 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에는 ‘왕들의 계곡’이라고 불리는 험준한 장소가 파라오들의 영원한 안식처로 선택되게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험준해도 그들의 영혼을 위해서 제공되는 제사를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무덤과 분리된 그들 자신의 장례신전을 짓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권위와 개성을 드러내기 위하여 한껏 화려하고 거대하게 말이죠. 라메세움을 비롯한 룩소르 서안에 위치하고 있는 ‘장례신전’이라고 불리는 건물들은 모두 이런 목적으로 지어진 것들입니다.

람세스 2세의 거상 (영국 박물관 소장)

‘쿠프는 대피라미드를 지었지만, 람세스의 손은 온 땅을 주물렀다’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람세스는 람세스 대왕이라고도 불리는 람세스 2세입니다. 이 남자는 70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왕위에 있으면서 전쟁이든, 건축이든, 자식농사건 모든지 엄청난 규모로 행하였던 아주 ‘통이 큰 사내’였습니다. 의지력이 강했던 것이 분명한 이 파라오는 그와 동시에 약간의 허세와 약간의 과대망상증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상당히 흥미로운 인물입니다. 패배를 겨우 면한 히타이트와의 카데쉬 전투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승리라 주장 한다거나, 그 이전까지 단 한 번도 시도 되지 않았던 바위산을 통째로 깎아 만든 신전을 건설하기도 하고, 룩소르와 카르낙 신전을 전에 없던 엄청난 규모로 증축한 그의 업적은 무척이나 잘 알려져 있습니다.

람세스 2세의 아버지인 세티 1세의 신전에 세겨져 있는 람세스 2세의 즉위명 ‘우세르-마아트-라 세테프-엔-라’

오늘날의 이집트에서도 그의 이름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는 이집트 영토라면 어디에나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은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세웠고, 우리는 그 건축물들에서 그의 즉위명 ‘우세르-마아트-라 세테프-엔-라(라의 정의는 강력하다, 라에게 선택된 자)’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론의 여지가 없지는 않고, 훗날 다양한 이유로 과장되기도 했지만 람세스 2세는 이집트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파라오임에 분명합니다. 람세스 2세는 1990년대 말 한국에도 소개됩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프랑스의 소설가 (이집트학자라기보다는 이집트학을 전공한 소설가) 크리스티앙 자크의 소설 <람세스>나 출애굽을 다룬 고전 영화 <십계>, 애니메이션 <이집트 왕자>를 통해서 잘 알려져 있죠. 이제부터 우리가 찾아갈 곳은 이 위대한 람세스의 거대한 업적 가운데 하나이며 그와 동시에 그가 자신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서 마련했던 그의 장례신전, 라메세움입니다.

라메세움 입구에는 이집트의 관광지라면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참 더워 보이는 검은 유니폼을 입고 총알이 들어있기나 한 건지 참으로 의심스러울 정도로 낡은 AK47소총으로 무장한 무장경찰과 유적지 관리인으로 보이는 ‘갈라베야’를 입은 이집트 촌부 한 명이 담소를 나누고 있습니다. 매표소에서 미리 사두었던 표를 들고 다가가자 그들은 우리들 동양인 여행자가 신기한 듯 과장된 미소를 보내옵니다. 표를 확인하고 유적지에 들어서자 관리인은 가이드를 자청하며 따라 나섭니다. 고맙기는 하지만 그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듯이 무한한 친절을 베푼 후 결국 ‘박시시’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우리의 거절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요구를 거절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보통 몇 백원, 많아 봐야 몇 천원에 불과할 박시시를 주기 싫어서가 아닙니다. 그보단 이곳 라메세움에선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적막한 고독을 느낄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 멀리 보이는 라메세움
제2마당에서 바라본 제1탑문, 위태위태한 탑문의 모습이 보입니다.
반쯤은 무너져 내린 라메세움의 제 1 탑문
거의 완전히 무너져내린 제 1탑문의 앞 부분
제 1 탑문 위에서 바라본 라메세움
제 1탑문의 앞쪽으로는 이렇게 비옥한 토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매표소와 연결되어 있는 짧은 통로를 지나면 제 2 마당이 나옵니다. 입구를 지나자마자 제 1이 아닌 제 2 마당을 만나게 되는 까닭은 입구가 신전의 측면, 동쪽에 위치하기 때문입니다. 원래의 입구가 있었을 제 1 탑문은 이미 많이 허물어져버려서 이제는 도저히 입구로는 쓸 수 없는 상태입니다. 이곳 라메세움에서 일반 여행객들을 만나보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그것은 과장할 필요도 없이 이곳에는 비전문가의 흥미를 끌만한 것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인데, 아무튼 그 덕분에 우리는 이 대단한 유적지를 독차지 하는 행운을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라메세움의 전경

 

/사진:곽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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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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