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통해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게임을 통해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게임을 통해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2016.06.08 17:39 by 최현빈

“깜짝 놀랄 정도로 변했어요. 이제 슬슬 옆 사람에게 손을 내밀 줄도 알죠.”

박현수(가명‧20‧지적장애3급)씨에 대한 평가다. 박씨는 지난해 9월부터 성수동 베어베터 내에 위치한 ‘모두다 플레이룸’(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다니기 시작했다. ‘게임에는 장애가 없다’를 모토로, 게임을 통해 발달장애인들이 자기표현과 사회성을 배우는 독특한 공간이다.

센터에 다니기 시작했을 무렵 박씨는 그야말로 ‘혼자’였다.

“상당히 폐쇄적이었어요. 말 한 마디 없이 준비된 게임만 하고 갔죠. 이따금 뜻대로 되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는 등 돌발행동도 서슴지 않았고요. 그런데 몇 달이 지나면서 서서히 의사표현을 하는 거예요. ‘~~을 하고 싶습니다’라고 정확히요. 최근에는 동료를 돕거나 조언하는 모습도 보여줘요. 저희에게 친밀감과 유대를 뽐내기도 하죠. 그 자체로 감동입니다.”(박비 모두다 대표)

초기에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게임센터를 찾았던 박씨는 이제 거의 매일 이곳을 찾는다. 이 역시 ‘본인의 의지’라고 한다. 박비 대표는 “사실 게임의 재미는 1차적인 것”이라며 “이를 통해 생긴 사회적 관계와 친밀도가 이들에게 얼마나 의미 있는 것인지 알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박씨처럼 이곳을 이용한 발달 장애인의 수는 총 1187명(누적)에 이른다.

게임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합니다. (사진: 모두다)

모두다 2호점의 시대를 열다

“슛! 골~ 역시 호날두!”

TV 화면 속 세계적인 축구스타가 골인에 성공하자, 이를 바라보던 학생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이름을 연호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친구 옆에서, 패자는 망연자실 화면만 바라본다. 콘솔 축구게임 ‘위닝 일레븐’을 즐기는 아이들의 풍경이다.

지난달 26일 방문한 ‘모두다 합정점’(마포구 양화로12길)은 ‘모두다’가 두 번째로 선보인 공간이다. 지난 4월 11일 문을 연 이곳에선 최신 보드게임부터 콘솔, 가상현실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게임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장애인의 여가 재활 목적이 강하지만,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합정에 위치한 모두다 게임공간(사진: 모두다)

이곳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우리 주변에 학생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은 흔하지만, 의사소통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아이들은 엄두를 낼 수 없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아이들이 마음껏 게임도 즐기면서, 사회 적응력까지 높일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매우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모두다 2호점은 그야말로 ‘모두의 공간’이다. ‘게임을 통한 치유’ 가능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뜻이 하나로 뭉쳐 실현된 장소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Tumblbug)’에서 진행했던 펀딩은 목표 금액 300만원을 불과 닷새 만에 모으는 성과를 보였고, 네이버 해피빈을 통한 모금도 목표액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게임 공간 벽 한 편에는 지금까지 도와준 이들의 이름들이 아로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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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아이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모두가 함께 즐거워야 해요

빠른 리듬에 맞춰 현란한 춤사위를 뽐내는 민정이(가명‧17‧지적장애3급). 멀리 부천에서 찾아온 민정이는 오늘이 두 번째 방문이다. 가장 좋아하는 게임은 리듬에 맞춰 화면 속 춤을 따라하는 ‘저스트 댄스’. 게임을 하는 동안만큼은 남부럽지 않은 춤꾼으로 변신하는 소민이, 하지만 그렇게 좋아하는 게임을 하는 중에도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친구가 있으면 기꺼이 자신의 자리를 양보한다. 민정이는 “이곳이 가장 좋은 점은 함께 즐긴다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다른 사람들에게도 양보해야 한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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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게임 저스트 댄스, 동작을 따라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모두다의 가장 중요한 규칙은 ‘함께 즐긴다’는 것이다. 자신이 즐거운 만큼 차례를 지켜야 하는 이유다. 어린 아이부터 성인들까지 모두가 이 룰을 지킨다. 박비 대표는 “이를 위해선 서로 간의 유대가 필수”라고 한다.

연인들(이 되고 싶은)을 위한 보드게임들도 구비되있다.

“처음에는 어려워요. 억지를 부리는 친구들도 많고요. 하지만 포기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죠. 다른 친구들과 떨어져 겉돌고 있거나,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없도록 하는 것이 이곳 매니저들의 주된 업무인 것도 그래섭니다. 아이들이 언제든 말을 건넬 수 있는 사람, 함께 놀고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어야 마음을 열어주거든요. 게임에 대해 잘 아는 것보다 상대방에 대해 아는 것이 더욱 중요하죠.”

그래서일까? 아이들 틈에 섞인 대여섯 명의 직원들은 일한다기 보단, 함께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게임 방법을 알려줄 때면 매번 눈을 보며 이름을 크게 불러주고, 좋은 플레이가 나오면 신나게 ‘하이파이브’를 권한다. 박 대표는 “적어도 이 공간에선 함께 게임하고 있는 모두가 친구”라고 했다.

게임을 기다리는 아이들, 어쩌면 우리들이 배워야 할 모습이다.

모두다의 도전은 계속된다. 발달장애 친구들의 여가를 지원하는 것을 넘어, 앞으론 게임을 통해 새로운 고용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만들어갈 계획. 얼마 전에는 새로운 인턴 직원을 뽑아 교육을 시작하기도 했다.

“많은 분들이 도와준 덕분에 이런 좋은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격려에 답하고자 더 열심히 공간을 위해, 아이들을 위해 힘써야지요. 이곳은 1년 365일 열려있어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환영입니다.(웃음)”(박비 대표)

필자소개
최현빈

파란 하늘과 양지바른 골목을 좋아하는 더퍼스트 ‘에디터 ROBI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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