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목재에서 피우는 꽃, ‘2016 아트업페스티벌’
폐목재에서 피우는 꽃, ‘2016 아트업페스티벌’
폐목재에서 피우는 꽃, ‘2016 아트업페스티벌’
2016.06.22 18:22 by 김석준

‘연트럴파크’라고 들어봤는가?

연남동과 ‘센트럴파크’를 합친 신조어로, 연남동에 위치한 '경의선 숲길공원'의 애칭이다. 그리고 필자가 최근 가장 많이 듣는 단어 중 하나다. 도심 속 공원에 대한 관심은 그만큼 높다. 실제로 부산시는 지난 2014년 광활한 미군부대 부지를 시민공원으로 탈바꿈시켰고, 서울시 역시 남대문 시장 인근 고가도로를 공원화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원의 필수요소는 푸르른 수목이지만, 이들이 반드시 공원에만 있으란 법은 없다. 도로변에도, 뒷골목에도, 놀이터에도 나무는 쉽게 발견된다. 비록 잘려나가고, 버려지고, 비바람에 패이고, 곰팡이가 슬어 있더라도, 한때 공원에 있었던 나무들이며 언제든 공원이 될 수 있는 것들이다.

‘버려진 목재에 숨을 불어넣어 도심 속 한 뼘 공원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제5회 ‘아트업 페스티벌’의 취지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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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링 페스티벌이 뭐예요?

문화예술 플랫폼 ‘위누’가 주최하는 ‘아트업 페스티벌(www.artupfestival.com)’은 세상에서 가장 창의적인 재활용을 추구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버려지는 물건에 예술적 가치를 더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것) 축제다.

100명의 아티스트가 20톤의 폐자원으로 30시간 동안 업사이클 작품을 만드는 라이브 아트 페스티벌로, 지난 2012년 처음 선보인 이래, 매년 한 가지의 폐(廢)소재를 테마로 진행하고 있다. 2014년 폐봉재원단, 2015년 버려진 페트병에 이어 올해는 폐목재 차례다.

아트업 페스티벌은 매해 다른 소재를 선정하고 페스티벌에 참가할 작가들을 모집한다. 올해 행사를 위한 참여 작가 오리엔테이션 현장(사진: 위누 제공)

지난 17일(금)부터 18일(토)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외곽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소재가 폐목재라는 것 외에도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 시민들과 함께 하는 ‘참여형 축제’라는 점이다. 시민들이 활보하는 거리에 10개 팀의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었는데, 실제로 많은 시민들이 지나가는 발걸음을 멈추고 폐목재가 가치를 더해가는 과정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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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 한 편에선 시민들이 직접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민참여 공공아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2017년 개관 예정인 ‘서울새활용플라자’에 대해 시민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퍼즐에 쓰고 완성된 퍼즐을 목재 프레임에 끼우는 방식. 꽃과 나무를 그린 장윤서(12)양은 “학교 과제를 하려고 DDP에 왔는데, 여기(페스티벌)가 더 재밌어보여서 들렸다”며 “환경사랑에 참여하거나 직접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 아쉬웠는데, 오늘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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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만든 퍼즐이 하나하나 프레임에 끼워지는 동안 참여 작가들의 작품들도 하나씩 완성되고 있었다. ‘도심 속 한 뼘 공원’이라는 주제를 만족시키는 10팀10색의 작품들. 그 중 네 가지 색깔을 만나 인터뷰 했다.

1.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쓰레기처럼, ‘트래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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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트래쉬어...? 쓰레기 아니에요?”

“네 맞아요. 쓰레기를 뜻하는 트래쉬에 ‘er’을 붙인 거예요. 쓰레기를 재창조하는 사람들이죠.”

트래쉬어는 대학생으로만 구성된 팀이다. 서울과학기술대 도자문화학과 1호 동기들이 뭉쳤다.

“군대를 가는 동기들이 있어요, 그 전에 좋은 추억을 쌓고 싶었죠. 작가로 가는 한 걸음의 발자취일 수도 있고요.”

송다은 팀장의 말이다. 트래쉬어팀은 참가팀 중 가장 어린 팀이지만, 기획안으로는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주최 측에서 작품을 만드는 전 과정을 촬영하는 등 주목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트래쉬어의 전시공간엔 열 개 남짓의 네모난 목각인형이 완성되어 있었다. 제작이 한창인 인형들도 보였다. 인형의 이름은 ‘동동이’란다. 왜 동동이일까?

“하늘을 보면 구름이 동동 떠다니잖아요. 그래서 동동이에요. 이번 페스티벌의 주제가 ‘도심 속 한 뼘 공원’인데, 회의를 하던 중 ‘요즘 사람들은 바빠서 하늘을 볼 여유도 없다’는 의견이 나왔어요. 그래서 하늘을 보는 동동이 인형과 그들이 모인 ‘동동이 마을’을 만들게 됐죠. 100개를 만들 계획인데 이제 10개 만들었네요. 하하”(송다은 팀장)

대답을 듣고 보니,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한 동동이들이지만, 모두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동동이를 보는 시민의 시선도 자연스레 하늘로 향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란 설명에 감탄이 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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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쉬어는 10명의 팀원이 각자의 특성을 담은 인형을 한 개씩 완성하고, 나머지 90개는 시민들이 참여하여 색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2.둥지는 바로 사랑이에요, ‘둥둥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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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이 마을 옆엔 나무로 된 둥지가 제작되고 있었다. 작업 공간 앞에 적힌 소개글을 보니 ‘sarang’이라고 적혀있었다. 작품명도 ‘둥지; SARANG’다. 팀원들이 새 덕후라도 되는 걸까?무슨 이유인지 물어봤다.

“둥지가 인도네시아어로 sarang에요. 발음도 정확히 ‘사랑’이죠. 신기하지 않으세요?”

팀명(둥둥4.6)역시 둥지에서 따온 말. 회화를 하는 대학원생 6명과 아티스트 그룹 ‘분더캄머 소속 아티스트 4명이 모인 팀이다. 4.6이란 숫자도 대충 짐작이 간다. 4라는 작은 수를 먼저 쓴 것은 “채우고자 하는 열망을 나타난 것”이라고 한다. 분더캄머의 곽지영 작가는 “예전부터 다른 작가들과의 공동 작업을 하고 싶었고 몇몇 친구들은 환경에 관한 주제를 가지고 이미 작업을 하던 친구들이었다”며 “특히 시민과 함께하는 라이브아트 콘셉트가 맘에 들었다”며 참여 동기를 밝혔다.

그렇다면 둥지는 ‘도시의 한 뼘 공원’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

“새들에게는 둥지가 쉼터잖아요. 사람들에게도 그런 쉼터를 만들어주고 싶었죠. 둥지 안에는 폐자재들을 활용해 편안한 휴식공간을 만들 거예요. 새가 둥지를 틀 때 잔나뭇 가지를 모아 꽂는 것처럼, 사람들도 제작된 둥지 사이에 소망이나 메시지를 적어 끼워 넣을 수 있도록 했죠.”(곽지영 작가)

아트업 페스티벌 1등에게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트업 페스티벌에서 전시할 자격이 주어진다. 이 팀의 권은솜 작가 마음은 이미 그곳에 가있다.

“저희는 이미 여권을 챙겨놨습니다.”

하긴 작품명을 인도네시아어로 지은 곳은 이 팀이 유일하다.

3.몇 장이 모여도 색깔이 투영되는, ‘셀로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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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릴소리가 날카롭게 들렸다. 세 개의 집이 완성되어있었고, 한 개의 집 안에는 잔디가 깔려있었다. 작품명 ‘놀멍쉬멍’을 만드는 셀로판지팀이다. 목재를 다루는 공방인데 평소 업사이클에 관심이 많아 참가하게 됐다고 한다.

“서로를 모르는 세 무리가 만난 팀이에요. 2명, 3명, 5명으로 구성된 무리였는데, 그 중 한 팀의 이름이 셀로판지였죠. 그런데 뜻이 좋더라고요. 셀로판지는 몇 장이 모여도 색깔이 다 투영되잖아요. 저희도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였지만 저마다의 색깔을 투영하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다짐했죠.”

박수범 작가의 팀 소개다. 이번 주제와 집은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박 작가는 통나무집을 떠올렸다고 한다.

“놀이와 어린이, 신남이라는 키워드와 쉼, 도시인, 고요함이라는 키워드를 결합할 하나의 형태를 고민했어요. 시민이라면 누구나 쉬러 오거나 놀러오는 도심 속의 작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죠. 그 결과가 이 통나무집입니다. 폐현수막으로 만든 해먹 위에 올라가 쉴 수도 있고, 안에 책이 있어서 책을 읽을 수도 있죠.”

인터뷰를 하는 와중에 완성된 집의 지붕으로 한 아이가 올라간다. 그리곤 장남감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낸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다시 보니, 또 다른 아이들이 잔디 깔린 집안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4. 화장대 속 비밀의 정원, ‘가르텐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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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도 묘한 색의 분홍색 화장대가 지나가는 시민의 시선을 단단히 붙잡았다. ‘시크릿 가든’이라는 이름의 화장대를 만든 팀의 이름은 ‘가르텐공구’. 가르텐은 독일어로 정원, 공구는 흔히들 말하는 공구쟁이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들은 왜 화장대를 선택했을까. 화장대와 도심 속 공원, 쉽사리 연결되지는 않는다.

“도심 속 공공장소인 공원에 사적공간에서 쓰이는 오브제인 화장대를 설치함으로써, 낯선 시각적 경험을 제시하고 싶었어요.”

미스백 작가의 설명은 이어졌다.

“원래 화장대가 아니었는데 폐 장롱의 문짝을 뜯어 화장대로 만들었어요. 마지막으론 거울을 달고 공원을 그릴 거예요. 도심 속 한 뼘 공원은 화장대의 문을 열면 알 수 있어요.”

화장대의 문을 여니 공원이 그려져 있었다. 판타지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선택한 분홍색과 마치 팝업북을 열면 예상치 못한 이미지가 튀어나오듯 공원이 나오는 장치가 낯선 경험을 줬다.  길거리 한복판에 선 화장대는 그 낯섦만큼이나 화려하다.

“고마워요. 아트업 페스티벌”

아트업 페스티벌 참여 작가들의 작품은 서로 다른 색을 뽐낸다. 자신들의 개성을 감출 마음이 전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한 목소리로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와 작업을 하게 되어 고맙다”고 말한다. 실제로 회화를 하는 작가, 목재를 다루는 작가 등 한 팀에도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가 섞여있었다. 심지어 예술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팀 구성은 일부러 이렇게 한 것일까.

황성은 위누 매니저는 참가자 선정 과정에서 실력은 중요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일부러 다양한 작가들을 뽑았어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참여함으로써 서로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했죠. 이번 기회에 예술을 배워보고 싶은 분들도 동참할 수 있도록 했고요. 완성도보다 의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황성은 매니저는 이어 “아트업 페스티벌이 예술과 대중을 연결시키는 축제로 남고, 업사이클링이라는 개념도 많이 알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바람을 들으니, 불현듯 취재 시작 무렵 꼬마 참관객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그런데 업사이클링이 도대체 뭐예요?”

/사진: 최현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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