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천대 길병원이 고령층의 만성 가려움과 대상포진후신경통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위험도를 예측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연구에 나선다.
가천대 길병원은 보건복지부의 ‘2026년도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복지·돌봄 분야 과제에 컨소시엄이 최종 선정됐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과제는 ‘고령층의 보이지 않는 고통의 가시화와 해결방안’을 주제로 진행되며, 가천대 길병원 피부과 김현정 교수가 연구책임자를 맡는다.
연구팀은 ‘VISTA-Geri-ITCH’ 플랫폼을 구축해 고령자의 난치성 가려움증과 대상포진후신경통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위험도를 예측해 환자별 중재로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구 기간은 4년 6개월이며, 전체 연구비는 최대 75억원 규모다.
현재 가려움은 환자가 느끼는 정도를 스스로 평가하는 주관적 척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웨어러블 기기와 피부영상 등 디지털 데이터에 바이오마커와 오믹스 등 분자 데이터를 결합해 가려움의 특성을 정량화할 계획이다.
여기에 디지털 표현형과 분자 엔도타입, 설명가능 인공지능(XAI)을 연계해 고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하고 적절한 중재로 연결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연구는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에서는 다기관 데이터의 공통 규격과 예측·진단 AI 기반을 마련한다. 2단계에서는 고령자 메가코호트와 바이오뱅크를 구축해 가려움의 분자적 특성과 유형을 분석한다. 3단계에서는 거점병원과 1차의료기관, 장기요양기관을 연계해 현장에서 실시간 관제와 중재 기술을 검증하고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안할 예정이다.
가천대 길병원은 주관기관으로서 데이터 표준화와 현장 실증 허브 역할을 맡는다. 김현정 교수는 과제 총괄과 비대면 협진, 멀티모달 AI 기반 연구를 수행하며, 가천대 약학대학 심원식 교수는 가려움 기전 및 멀티오믹스 연구를 담당한다.
가천의생명융합연구원 김영재 교수와 의공학과 김광기 교수는 옴 검출 형광영상 장치와 웨어러블 긁기 계측, 피부영상 AI 기술 개발에 참여한다. 예방의학교실 문종윤 교수는 질병부담과 보건경제성 및 정책 적용 근거 마련을 맡는다.
연세대·고려대·한양대·한림대·가톨릭대·단국대와 아모레퍼시픽, ㈜아크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에버트라이 등도 컨소시엄에 참여한다. 이들 기관은 대상포진후신경통 예측모델, 옴 조기진단, 다기관 코호트와 바이오뱅크, 피부노쇠지수, 맞춤형 외용제, 설명가능 AI 플랫폼 등의 개발을 분담한다.
김현정 교수는 “그동안 측정하기 어려워 관리되지 못했던 고령자의 고통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가시화하고 조기 예측과 맞춤형 중재로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김우경 가천대 길병원장은 “이번 과제를 통해 고령자의 감각적 고통을 측정하고 설명하며 개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실제 요양·돌봄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표준과 기술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연구 과정에서 확보한 메가코호트와 바이오뱅크, 피부노쇠지수, 디지털 표현형, AI 데이터셋 등을 표준 데이터베이스로 축적하고 향후 아토피피부염과 만성 두드러기, 만성신장질환 관련 가려움, 당뇨병성 신경병증, 욕창 등으로 활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AI는 의료진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최종 진단과 치료 결정은 의료진이 담당한다는 원칙도 제시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환자의 주관적 호소에 의존해 온 가려움을 디지털·분자 데이터로 측정해 예측 가능한 지표로 만들려는 데 있다. 특히 장기요양기관까지 연계한 현장 실증을 계획하고 있어 연구 결과가 실제 돌봄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기술과 표준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주요 관전점이다. /더퍼스트미디어 임한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