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뽁뽁이의 계절이 돌아왔다
다시, 뽁뽁이의 계절이 돌아왔다
2016.11.03 13:46 by 정원우

이불 밖을 나가기 무섭고, 집 밖으로 나가기는 더 무서운 계절이 벌써 왔다. 서울 지역 최저기온이 영하 2도까지 떨어졌던 며칠 전, 겁 없이 얇게 입고 나갔다가 정말 후회했다. 외출 후 집에 돌아와 옷장 속의 보들보들한 니트와 두꺼운 외투를 꺼냈다. 이불도 두툼한 것으로 바꿨다. 이제는 따뜻한 물이 아니면 샤워를 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

더 이상 집안도 추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늑하게 나를 반겨주던 내 방은 이제 권태기 연인처럼 너무나 냉랭하다. 창문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자꾸만 찬 공기를 집 안으로 들인다. 권태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듯, 내 방 창문에도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

(사진: AlenD/shutterstock.com)

몇 년 전부터 창문 틈에 문풍지를 붙이고 창문에 에어캡을 붙여 겨울을 준비하는 방법이 퍼지기 시작했다. 에어캡의 효과는 상상을 넘어 충격적이었다. 흔히들 뽁뽁이라고 부르는 에어캡은 원래 물품을 보호하기 위한 용도로 주로 사용되었다. 물론 하나 하나 터뜨리는 쏠쏠한 재미를 주는 오락기 역할도 한다. 터뜨리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설명하기 힘든 중독성이 있었다.

(사진:Jirayu13/shutterstock.com)

이런 에어캡을 창문에 물을 뿌린 뒤 붙여두는 것만으로도 단열효과가 생겨, 얼마 전부터 겨울마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 단열효과는 이글루와 유사한 원리라고 한다.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극지방 특유의 건축물인 이글루의 실내는 영상 5도 정도. 난방을 하면 평균 25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난방을 하면 얼음벽에 수많은 물방울이 맺히게 되는데, 여기엔 많은 양의 공기가 포함돼 있어 밖의 차가운 공기와 실내의 따뜻한 공기 사이에서 단열재 역할을 한다는 것. 에어캡의 공기층 역시 열전도율을 낮춰 유리창을 통해 냉기가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사진:Alexey V Smirnov/shutterstock.com)

에어캡의 탄생은 약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7년 처음 발명되었을 당시의 용도는 벽지였다. 미국의 발명가 알프레드 필딩과 마르크 차바네스는 청소가 쉬운 인조 플라스틱 벽지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그러나 미관상으로 좋지 않았고, 결국 상업화에는 실패하게 된다. 그래서 온실용 자재로 판매를 시도했지만 다시 실패하고 말았다. 저렴한 단열재로서 재조명받기 시작한 지금에 비추어 보면, 뭐든 타이밍이 중요한 것 같다.

(사진:sirikorn thamniyom/shutterstock.com)

포장용으로 주목받게 된 것은 그로부터 4년 후인 1961년이다. IBM이 컴퓨터를 안전하게 운반할 포장재를 찾다가 에어캡을 채택한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포장재로서 널리 사용되게 되었고,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여기서 또 한가지.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에어캡(Aircap)이라는 말은 유럽에서 판매하는 상품명이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에서는 ‘뽁뽁이’를 순화어로 인정했다. 집 밖의 추위는 막지 못하더라도 뽁뽁이 덕분에 집 안의 추위는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게 되었다. 올해는 이불 밖이라도 두렵지 않은 겨울을 보내고 싶다.

(사진:Elena Elisseeva/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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