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안녕
우즈베키스탄, 안녕
우즈베키스탄, 안녕
2016.11.16 13:49 by 김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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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자정리라고 하죠. 우즈베키스탄에서의 시간은 무척이나 빨리 흘렀던 것 같아요. 지난 여름, 저는 약 반 년간 지냈던 우즈베키스탄을 뒤로 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물리적으로 다시 갈 수 있는 거리라고는 해도 그때의 그 마음, 그 사람들이 그리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마지막으로 우즈베키스탄 생활을 정리하며 보냈던 시간, 그때의 그 마음을 그대로 이 글에 담아봅니다.

34시간의 기차 여행, 히바

히바(Khiva)는 우즈베키스탄에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추천해 준 여행지였습니다. 다른 곳은 다 못 가도 꼭 이곳은 가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요. 지금은 호레즘 주(州)의 주도(州都)도 아닌 일반 도시에 불과하지만, 한 때는 이 도시 하나만으로 ‘히바 칸국’이라는 나라가 있기도 했지요. 특히나 히바 칸국을 다스린 왕, 칸들이 살았던 곳 ‘이찬칼라’는 여전히 히바의 제일가는 명소입니다. 지금은 성 안팎으로 많은 호텔들과 식당, 기념품 가게가 자리를 잡고 있어 단순한 관광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우리나라의 경주처럼 이 문화와 역사 속에 함께 살아가는 주민들도 있답니다.

맛있는 조찬이 포함된 호텔에서 묵었습니다. 무화과 절임을 같이 주는데 꿀벌들이 날아들어 고생도 했지요.
고기가 잔뜩 들어간 솜사(Somsa)입니다. 겉은 바삭바삭한 페스츄리와 비슷하고, 안은 케밥처럼 고기가 잔뜩 들어있어요. 우즈베키스탄 어디서나 먹을 수 있지만, 어떤 곳에서 먹는가가 매우 중요한 음식이죠. 사람들이 많은 곳을 골라가세요!
다른 바자르(시장)에서도 살 수 있는 스타일이지만 히바만큼 예쁜 곳은 보기 힘들었어요. 브이라인에 화려한 무늬까지 더해지니 깔끔해 보이고, 매우 얇아서 시원해요! 초록색 말고도 하늘색, 빨간색 등 많은 종류와 다양한 무늬가 있답니다.

히바 이찬칼라 내의 박물관들과 모스크, 미나렛트 (미노르라고도 불리는 예배시간을 공지하는 모스크의 부속 건물)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지만, 사실 저에게 더욱 기억에 남는 것은 타슈켄트에서 출발 해 히바로 향했던 17시간의 기차여행입니다. 사실 기차로 타슈켄트에서 히바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우르겐치 역까지 사막을 가로질러 17시간을 가고, 거기서 40분 정도 차를 타고 히바 이찬칼라로 들어가야 하지요. 여행을 같이 한 친구와 저는 왕복 모두 기차를 탔기 때문에 총 34시간의 기차 여행을 함께 했습니다.

히바 전경
오른쪽의 옥색탑이 바로 칼타 미노르입니다. ‘짧은 미노르’라는 뜻을 가진 건물인데, 미완성으로 끝난 이 탑이 만약 다 건축되었다면 70~80m정도 되었을 거라고 합니다. 미노르라고 하기엔 너무 높아서 이 전에 소개했던 도시, 부하라를 감시하기 위한 탑이었다는 설도 있다고 하네요.

비행기로 가면 빨리 갈 수 있었을 텐데, 왜 굳이 기차로 갔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현실적인 이유를 말씀드리면 비행기가 단연 비쌌기 때문이었죠. 특히나 외국인에게 적용되는 요금이 현지인과 조금 달라서 부랴부랴 여행을 준비했던 저와 제 친구는 비싼 좌석, 비싼 시간대의 비행기밖에 고를 수가 없었답니다. 하지만 꼭 그것만이 이유는 아닙니다. 사막의 별, 사막의 태양, 그리고 그 어디에서도 쉽게 체험할 수 없었던 편도 17시간의 기차 여행이 생각만으로도 설레었기 때문이죠. 한국에서 KTX도 못 타본 제가 강력하게 밀어붙여 결국 저희 둘은 기차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잊을 수 없는 풍경들이 펼쳐졌고,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되었어요.

우르겐치로 향하는 기차입니다. 이 때는 앞으로 닥칠 17시간의 여행이 어떨지 상상조차 못했었죠.

모래와 풀이 뒤엉킨 사막을 보며 그 옛날의 실크로드를 상상했습니다. 이곳을 낙타를 타고 건너다니던 수 많은 상인들의 모습을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들에게도 이 별들은 아름다웠을까? 이 길은 낭만이 아닌 현실이고, 전투였겠구나’ 하면서요. 누군가도 제가 간 길을 가며 ‘그 사람에게 이 길은 어떤 의미였을까?’라는 물음을 하지 않을까라는 상상도 해보았지요. 끝없이 펼쳐진 길이 참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저는 그것들을 반갑게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저와의 깊은 대화가 가능한 시간이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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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여행을 하며 창밖으로 본 풍경입니다. 밤에도, 낮에도, 새벽에도 눈을 감기 아쉬울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히바를 추천했을까 싶었습니다. 히바 자체의 아름다움도 있지만, 여행을 시작하기까지의 과정이 자신을 발견하는 또 하나의 길이 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갈 때는 기차로, 올 때는 비행기로 여행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좁은 침대에서 꼼지락거리며 자다 깨는 것이, 지나고 보면 추억인데 당시엔 꽤나 힘들었다고 일기에 기록해 두었거든요.)

"안녕히 계세요"

마지막 날 아침이 밝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짐을 정리했습니다. 집주인 어머님을 만나 열쇠와 쓰지 않은 생필품을 드리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집을 빌릴 때 보증금이 필요 없어서 매우 간단하게 모든 절차가 끝났습니다. 집을 나서며 6개월간의 살림살이가 담긴 짐을 끌고 UNDP(유엔개발계획)로비에 도착했습니다. 저의 마지막 출근이었지요.

제가 어떤 곳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져도 절대로 어기지 않으려는 철칙이 있습니다. 바로 마지막 날에 울지 않는 것입니다. 본래도 울음이 많은 편이라 안 울려고 온갖 노력을 합니다. 마지막 모습인데, 웃는 얼굴로 기억되고 싶기 때문이죠. 그런데 저의 첫 직장에서의 마지막 출근 날이 하필이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비상 대피 훈련 날이어서 모두가 UNDP 건물의 마당에 모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모두와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잘 가라는 인사와 그동안 즐거웠고, 고마웠다는 인사가 오가는 중에 결국 왈칵 눈물이 났습니다. 결국 고맙다는 말과 함께 펑펑 울고 말았지요. 갑작스러운 저의 울음에 사람들은 당황하며 꼭 다시 보자, 기다리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특히나 그 동안 UNDP에 큰 도움을 주어서 고맙다며 학교를 마치고 돌아와 달라는 말로 위로해주었지요.

여성의 날 행사 때 찍은 단체사진입니다. 이렇게 모두가 밝게 웃는 날만 계속 되기를 바라며 같은 곳에서 같은 모습으로 안녕을 했죠.

UNDP직원들과의 인사를 마치고 그간 많은 도움을 받았던 한인 분들과 식사를 하며 우즈베키스탄에서의 6개월을 마감했습니다. 그리고 타슈켄트 한인교회의 청년부 사람들과 함께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모두들 아쉬워하면서도, 그간 있었던 일을 추억하며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다시 만날 것 같은 마음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이지요. 마지막까지도 배웅을 해 준 사람들과 UN 직원들,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의 따뜻한 바람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또 다른 여정을 시작할 한국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길에 우즈베키스탄에서의 소중한 경험과 배움이 소중하게 쓰이길 바라면서요.

안녕, 우즈벡

/사진: 김하늘

UN 희망원정대 네팔, 우즈베키스탄, 몽골, 가나, 피지, 스리랑카. 이 여섯 나라에서 활동하는 UN 봉사단 청년들이 현지에서의 활동과 생활을 고스란히 글과 사진에 담았습니다. 각자가 속한 UN 기구에서의 이야기와 함께 그곳의 사회와 문화, 여행정보 등 6개월 동안 보고 겪은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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