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소비로 12시간 살기...연남동 ‘착한 가게’ 투어
착한 소비로 12시간 살기...연남동 ‘착한 가게’ 투어
착한 소비로 12시간 살기...연남동 ‘착한 가게’ 투어
2014.09.25 11:06 by 더퍼스트미디어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우스꽝스럽지만 뼈가 있는 말이다. ‘소비가 미덕’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현대인은 끊임없이 소비를 한다. 소비를 자극하는 물건들이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소비를 해야 할까. 이 질문에 착한가게를 찾아가는 지도 플랫폼, 바이왓유빌리브(뒤 상자기사)가 ‘대안적 소비’를 제시한다. 홍대입구역(지하철 2호선•공항철도) 3번 출구로 나와 10분 정도 길을 따라 쭉 걷다보면 ‘홍대’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한적한 주택가가 나온다. 바이왓유빌리브 지도와 함께 연남동에서 대안적 소비를 실천하는 하루를 보내보자.

  AM 9:00 모닝커피 한 잔이 그리울 때, ‘연남살롱’  

연남동 주택가 도로변에 위치한 연남살롱. 4개 테이블이 있는 작은 공간에, 사람들이 북적였다. 다양한 책들이 롱테이블 위에 진열되어 있고 곳곳에 매달려 있는 작은 인형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연남살롱은 ‘길고양이’와 ‘무료도서관’으로 유명하다. 박성은 사장은 카페를 문 열었던 당시, 동네 주민들에게 조금 더 의미 있는 카페로 다가가고자 했다. 고민 끝에 골목을 돌아다니는 길고양이들에게 손님들의 간식비, 500원을 모아 밥을 챙겨줬다. 또한, 무료도서관을 운영해 따로 빌려 간다는 말 없이도 자유롭게 책을 대여할 수 있게 했다. 물론 카페로서 연남살롱 역시 인기다. 자리가 없어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 정도. 모카포트로 커피를 내려 판매하는데, 가격은 아메리카노가 3800원. 이 외에도 수제 케러멜을 사용한 음료, 수제 잼등 메뉴들이 다양하다.

 

연남살롱 벽면의 알록달록한 엽서와 그림들 (바이왓유빌리브 제공)


  PM 12:00 허기진 점심시간 건강하게 배를 채우고 싶다면, ‘오군수제고로케’  

오군수제고로케는 연남동의 수제 고로케 전문점이다. 주택가 상가들 사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오군수제고로케는 12시, 4시에 순식간에 사람들이 붐빈다. 정오와 4시는 빵이 나오는 시간으로 팥을 제외한 모든 재료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어려워, 하루에 두 번만 빵을 판매한다. 감자 고로케, 카레 고로케, 팥 고로케 등 다양한 종류의 고로케와 꽈배기들이 메뉴다. 10년 경력의 제빵사 오덕진 셰프는 매일 오전, 재료를 준비해 바로 튀겨 판매하는 자신의 고로케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오군수제고로케는 직접 구워낸 식빵으로 만드는 빵가루를 사용해 더 바삭바삭하고, 돈까스 방식으로 튀겨내기 때문에 기름이 덜 먹어 담백함이 배가된다고 한다. 고로케를 튀기는 기름은 하루에 두 번씩 갈아주며 일반기름의 두 배 가격인 ‘채종유’를 사용하고 있다. 빵이 나오는 시간 때면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리는 것은 일상이고, 빵들이 다 팔리기까지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빵 준비로 분주한 오군수제고로케의 12시 (바이왓유빌리브 제공)


  PM 3:00 소중한 사람에게 줄 특별한 선물은 어떤가요, ‘디자인섬에가다’  

왼발 오른발 운동화, 엉덩이가 뚱뚱한 기린, 여러 표정을 짓고 있는 핸드메이드 인형 볼펜, 갈색과 청색이 섞인 오묘한 색 도자기들. 이 모든 것이 ‘디자인섬에가다’에서 찾아볼 수 있는 디자인 상품들이다. 2007년 조수옥 대표는 아마추어 작가들에게 그들의 작품을 전시,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자는 의미에서 가게를 시작했다고 한다. 따라서 ‘디자인섬에가다’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어 누구나 자유롭게 가게에 입점할 기회가 있다. 2011년부터 ‘디자인섬에가다’에 입점해 있는 작가 10명은 여성•청소년 인권단체인 탁틴내일의 요청으로 장애아동을 위한 성(性) 인권 교구 디자인을 제안받아 공동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후 공익적 의미를 강화한 교구 디자인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게 됐고, 올해에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 아동성폭력예방 교육 교구까지 제작했다. 조수옥 대표는 “앞으로도 기존의 유행하는 상업적 디자인 흐름이 아니라 공익적인 요소가 결합된 신선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꾸준히 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공예품으로 길목의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인섬에 가다 (바이왓유빌리브 제공)


  PM 4:00 나른한 오후, 수제비누 만들기로 상쾌함은 두 배, ‘비뉴(Be New)’  

연남파출소에서 동진시장 방향으로 10분가량 걸어가 보자. 골목 모서리에서 은은한 향기가 풍긴다. 비뉴는 수제비누를 판매하는 것은 물론 만드는 법도 배울 수 있는 공방이다. 천연재료를 사용해 비누를 직접 제작하고, 비누를 진열한 장에는 성분과 만들어진 날짜가 자세하게 표기되어 있어 믿고 사용할 수 있다. 옆 테이블에는 현재 제조 중인 양초들이 크기별로 놓여있다. 과도한 포장재 없이, 자극적이지 않은, 은은한 향을 풍기는 소소한 비누 진열장에서 진솔함이 느껴진다. 주로 피부가 약한 여성손님이나, 아이들을 생각하는 엄마 손님들이 많다.

또한 매장방문이 아니더라도 온라인(www.benew.co.kr)에서 비뉴를 찾아볼 수 있는데, 송혜정 대표가 운영하는 비뉴 블로그에서는 그녀의 비누 사랑도 엿볼 수 있다.

 

은은한 향기에 매혹되는 Be New의 비누들 (바이왓유빌리브 제공)


  PM 6:00 아이스크림 먹으며 연남동 마을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이름없는 가게(연남MINI)’  

‘디자인섬에가다’에서 빌라촌 방향으로 한 블럭 들어가다 보면, 간판도 없는 오래된 슈퍼가 있다. 20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킨 주인 이재자 할머니는 슈퍼를 운영하며 아들, 딸을 다 키웠다. 이 때문에 할머니의 가게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문 닫고 집에 갈 때는 꼭 내 아기 떼놓고 가는 기분이 들어. 가게가 어려워서 문 닫아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지만, 내가 이 가게를 그만두면 속이 후련한 게 아니라 섭섭할 거 같아.” 할머니는 동네에 모르는 얼굴이 없다. 지나가다 밥 있느냐는 말 한마디에 할머니는 만둣국 한 그릇을 챙겨주시고, 사람들도 집에 나눌것이 생기면 감자며 옥수수며 들고 할머니 가게를 찾는다. 할머니 가게는 슈퍼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다른 동네보다 여기, 연남동이 따뜻해. 요즘 사람들 너무 삭막해.” 이재자 할머니는 연남동 마을의 따뜻함을 재차 강조했다.

 

갈림길 기점에 자리잡고있는 ‘이름없는 가게(연남 MINI)’


 

바이왓유빌리브, 대안적 소비를 말하다. 바이왓유빌리브는 대안적 소비 실천을 위한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뮤니티 맵 사이트(www.bwyb.net)이다. 대안적 소비를 쉽게 실천하도록 제각각 흩어져있던 대안적 소비 가게들을 직접 찾아, 지도를 만든다. 커뮤니티 맵핑 워크숍을 열거나 B프렌즈, B펠로우가 되어 소비자들이 함께 가게를 발굴할 수 있다. 현재 약 2000여 개가 넘는 가게들이 구글맵에 위치와 짧은 리뷰와 함께 등록되어 있다. 지난 7월 28일, 바이왓유빌리브의 신혜숙 대표를 만나 대안적 소비에 대해 들어봤다.

- 대안적 소비란 무엇인가요.

“정확히 내려진 정의는 아직 없지만, 기존 소비로 인한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고 긍정적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일종의 전향적인 소비방식이라 볼 수 있습니다. 윤리적 소비, 착한 소비라는 말도 있지만, 본 의미를 담기 위해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윤리적 소비의 경우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선택지가 적습니다. 공정무역상품, 공정여행 등 일상에서 예를 찾아보긴 어려웠습니다. 착한 소비의 경우는 ‘착하다’는 말의 주관적인 어감이 강해 사용을 피하고 있습니다. 대신 조금 어렵게 다가올 수 있지만, ‘대안적 소비’라는 용어를 통해 사람들에게 동네 가게를 이용하는 것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 왜 우리는 대안적 소비를 해야 할까요.

“우리의 삶은 소비를 빼놓고는 말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자신의 소비 활동이 부메랑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것은 인식하지 못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식료품을 살 때 대부분 마트에 갑니다. 구멍가게들이 널려있을 당시, 마트가 처음 생기자 반응이 매우 좋았어요. 하지만 마트가 성장하자 정육점, 과일가게, 채소가게 등 작은 가게들이 점차 사라졌고, 이제는 ‘마트’라는 선택지밖에 남지 않게 됐죠. 마트가 질 낮은 물건을 팔아도, 가격을 올려도 그 물건을 살 수밖에 없는 것이죠. 프랜차이즈나 대형매장만을 고집하는 소비 행위가 작고 다양한 가게들을 잠식시키고, 결국 자신의 소비영역의 자유를 감소시키는 것입니다.”

 



글/이승희
이승희
소셜에디터스쿨 청년세상을 담다 1기
처음이 가장 어렵다는 말이 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나는 그 어려움의 문턱을 막 넘은 기분이 들었다. 취재 내내 돈 주고 사지 못할 경험 이야기를 듣고, 같은 가치를 공유하며 대화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즐거웠다. 사소할 수 있지만, 나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왔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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