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률이 아무리 높다한들…
청년실업률이 아무리 높다한들…
청년실업률이 아무리 높다한들…
2017.01.31 12:00 by 류승연

발달장애인이 초등학교 방과후 교사가 되면 어떨까? 앞뒤 사정에 대한 설명 없이 이 얘기만 듣고는 구름처럼 들고 일어날 각 학교 어머니회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하지만 워워. 진정하고 얘기를 듣다보면 그것이 전혀 불가능하거나 용납 못할 일은 아니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얼마 전 서울숲 언더스탠드에비뉴에 있는 발달장애인 보드게임 카페 ‘모두다’를 다녀왔다. 재미있는 게임들이 가득한 보드게임 카페. 아들도 아들이지만 같이 간 남편과 딸이 더 신이 나 까르르 웃고 탄성을 내지르고 난리가 났다. 그 모습을 보며 알게 됐다. 보드게임은 일반 컴퓨터게임과는 다른 차원에서 존재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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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 코 박고 혼자서 방에 틀혀박혀 하는 게임이 아니다. 함께 하는 사람들과 눈을 맞춰가며 협력하고 경쟁한다. 보드게임은 도구일 뿐, 진짜 목적은 ‘소통’이다. 딸려서 오는 두뇌회전과 집중력은 덤.

마침 그 곳의 오너인 박비 대표를 만나 수다를 떠는 데 의외의 얘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놀려고 온 발달장애인들이 보드게임의 매력에 푹 빠져 나중에는 ‘모두다’의 직원이 된다는 얘기였다. 성수동에 있는 1호점과 홍대에 있는 2호점에는 이미 발달장애인들이 각 게임의 룰을 설명해주는 ‘게임 마스터’를 하고 있다.

“장애인이 직원으로 있으면 사람들 반응이 어때요? 장사가… 잘 돼요?” 장애에 대한 차가운 시선을 수 백 번 느껴본 나로서는 우려가 앞섰다. 일반 사람들이 장애인이 일하는 곳에 오려고 할까?

“오히려 더 좋아해요”라는 대답이 나왔을 때 나는 예의상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일반인들은 마치 ‘장애인 바이러스’라는 것에 옮기라도 할 것처럼 장애인을 피하곤 하는데 어떻게 더 좋아할 수가 있어?

그런데 얘기를 듣다보니 이해가 간다. 아줌마들이 같은 가격이면 두피 마사지 한 번이라도 더 해주는 미용실을 찾는 것처럼, 예쁜 처녀들이 이왕이면 쿠키 하나라도 더 얹어주는 카페를 찾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다른 보드게임보다 월등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두다’를 찾고 또 찾는단다.

어떻게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고? 해답은 ‘절박함’에 있었다. 거쳐 가는 아르바이트 쯤으로 생각하는 일반인 직원의 친절함과 이 곳이 아니면 갈 데가 없다는 장애인 직원들의 친절함은 그 절박함에서 깊이가 달랐다. 게임 하나 하나를 설명하고 손님들과 직접 플레이를 하는 그들에게선 ‘예의’가 아닌 ‘진심’에서 우러난 태도가 나온단다. 손님들의 만족도가 클 수밖에 없었다.

아하. 이제야 이해가 된다. 그런 사연이 숨어 있었구나. 물론 모든 장애인들이 ‘게임 마스터’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적장애 중에서도 경증이거나 자폐 중에서도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이들이 주로 이 일을 한단다.

더 많은 장애인들이 ‘모두다’에서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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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번쩍 든 생각 하나. “‘모두다’에서 직업훈련을 받은 이들이 초등학교 방과후 게임 선생님이 되는 건 어때요?” 성인들에게 복잡하고 어려운 게임도 설명할 수 있는 장애인이라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더 쉽고 재미난 게임을 설명하고 진행하는 데는 큰 무리는 없을 터였다.

일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방과후 교사가 여건 상 어렵다면 특수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방과후 교사라도. 우리 아들도 일주일에 한 번씩 특수반에서 미술 방과후 수업을 하고 있는데 보드게임 과목이 하나 더 신설되면 신이 날 터였다.

특수반에는 담임 선생님도 있고 보조 선생님도 있고 공익 근무요원도 있으니 아이들 사이에서 돌발 상황이 일어나도 장애인 선생님 혼자 끙끙대지 않고 상황을 잘 처리할 수 있을 터였다.

꼭 좀 이뤄졌으면 좋겠다. 장애인들의 초등학교 방과후 보드게임 선생님. 그럼 그 곳에서 수용하는 인원만 하더라도 상당할 텐데. 장애인 취업 문제를 해결할 하나의 작은 대안 정도는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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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초등학교 1학년에 불과한 아들을 두고 있으면서도 이토록 취업 문제를 걱정하는 건 그만큼 장애인 취업 현황이 암울하기 때문이다. 청년실업률이 아무리 높다한들 장애인 실업률에 미칠쏘냐. 에휴. 한숨이 나는 현실이다.

우리 아들은 장래에 무엇이 될까?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까? 보통의 엄마들은 자녀의 장래에 대해 미리부터 걱정하지 않는다. 나 역시도 딸에 대해선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잘 해내겠지~’란 마음이다.

하지만 아들에게는 “네가 하고 싶은 걸 찾아서 하거라~”라는 게 통하지 않는다. 장애 아이를 키우면서 어려운 것 중에 하나는 아이 인생에 대한 책임까지도 부모인 내가 져야 한다는 것이다. 내 인생 하나도 제대로 책임지며 잘 살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데 자녀의 인생까지 내 몫이라는 부담감은 겪어본 이들만이 안다.

영화 ‘7번 방의 선물’이 장애인 주연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천만 관객을 넘었다. 나도 극장에 가서 영화를 관람했다. 남들은 갈소원 어린이가 “아빠~ 아빠~”를 부르며 오열할 때 함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장애아를 직접 키우고 있는 나는 다른 곳에서 눈물샘이 터졌다. 가방 하나를 야무지게 사지 못할 때, 사건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때, 형사들 앞에서 제대로 자기 의사를 전달하지 못할 때, 나는 그 모습들을 보며 엉엉엉.

우리 아들처럼 중증의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에게 “어차피 인생은 누구에게나 혼자”라며 홀로서기를 강요하는 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아이가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관찰하고 유도하며 적극적인 비선실세 역할을 해줘야 한다. 아이의 취업마저도 부모의 몫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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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취업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알아본 적이 있다. 암울했다. 고등학생까지는 그나마 학교를 다니니까 어디든 갈 곳이 있는데 20살 이후부턴 갈 데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어 집돌이 역할을 하고 있는 장애인이 많았다.

장애 정도가 심한 경우 보호 작업장이라는 곳에 가서 단순 반복 노동을 하게 되는데 근무 시간도 짧고 수입은 월 30여 만원에 불과하단다. 그나마도 갈 데가 있으면 다행인데 보호작업장마다 대기자가 많아 그조차도 쉽지가 않다고.

장애 정도가 덜하면 바리스타 교육이나 제빵 기술 등을 배워 장애인작업장에 취업하기도 하고, 사무보조 등의 일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되면 일반 근로사업장에 갈 수도 있지만 장애인 취업문은 바늘구멍보다도 좁다고.

직원이 50인 이상인 장애인 고용의무사업체의 장애인 고용률은 2014년 기준으로 2.53%에 불과하다. 이게 현실이다. 그래서 결국 엄마들끼리 자조모임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사단법인이나 협동조합 등을 만들어 내 자식의 직장을 내 손으로 구해주는 일이 빈번하다고.

아홉 살짜리 자식을 둔 내가 벌써부터 아들의 취업을 걱정하는 이유다. 아들의 장래를 위해선, 내가 눈 감기 전에 아들의 평생 먹고 살 거리를 만들어주기 위해선, 엄마인 내가 지금부터 뭔가를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것이다.

장애인이라 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는 아니다. 성인이 되기도 전에 스스로가 장애인이라는 걸 인지한다고 한다. 남들과 다르다는 걸 알기에 취업에 대한 절박함은 깊이가 다르다. 그 절박함을 동기로, 원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일들이 분명히 있다. 보드게임 마스터같은 사례만 봐도 그렇다.

아들이 취업전쟁에 뛰어들기까지 아직 10년이 남았다. 그 10년 안에 장애인을 수용하는 사회의 스펙트럼이 한층 더 넓어지길 바란다. 엄마인 내가 자식의 인생을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을 사회가 조금만 나눠 가져주길 바란다. 지금보다 조금은 더 살만하다고 느끼는 대한민국으로 변화하길 바란다.

/사진:류승연

동네 바보 형 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장애인 월드’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에피소드별로 전합니다. 모르면 오해지만, 알면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그런 비장애인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필자소개
류승연

저서: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전)아시아투데이 정치부 기자. 쌍둥이 출산 후 180도 인생 역전. 엄마 노릇도 처음이지만 장애아이 엄마 노릇은 더더욱 처음. 갑작스레 속하게 된 장애인 월드. '장애'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 깜놀. 워워~ 물지 않아요. 놀라지 마세요. 몰라서 그래요. 몰라서 생긴 오해는 알면 풀릴 수 있다고 믿는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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