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x 22=??
이 문제를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 아마 한국에서 수학 교육을 받은 우리 대부분은 2 곱하기 32를 먼저 하고(64가 나온다), 그다음 숫자 자리를 앞으로 옮겨서 2 곱하기 32를 한 다음(640), 그 두 개를 더해서 (이때도 10이 넘으니까 숫자 1을 앞자리로 올림을 해서 더해야 한다) 704라는 답을 낼 것이다. 쓰면서도 머리 아프다.(답이 맞는지도 검산도 함ㅎㅎ;)
인도 수학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까? 아마 대충은 들어봤을 것이다. ‘베다 수학’, 인도-아라비아 숫자, 숫자 ‘0’의 개발, 19단 구구단 등에 빛나는 수학 선진국으로서의 인도를 말이다.
그런데 인도 학생들에게 물었을 때는 의외의 답변을 들었다. 그들도 학교에서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배운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그들은 ‘베다 수학(Vedic Mathematics)’이라는 단어에 익숙하지 않았다. 베다 수학이라는 것이 있는 건 아는데 그게 뭘 가르치는 건지 내용은 모른단다.
고대 인도의 지혜: 베다 수학
‘베다 수학’은 힌두교 경전으로 내려온 인도 고대 수학 체계인데, 간단히 말해서 계산 방법이 조금 다른 수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방법을 전부 외우려고 하면 골치가 아플 수도 있지만(더 자세히는 검색 추천), 몇 가지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수학 노하우와 비슷하기도 하다.
예를 들어, 32 x 22라는 문제를 풀 때 아까처럼 풀기보다는 32 X 20을 먼저 하고(640) 그다음에 32 곱하기 2를 한 것(64)을 더한다. 그럼 704라는 답이 쉽게 나온다. 베다 수학을 알아서도 아니고 그저 덧뺄셈, 간단한 일상의 노하우 아닌가 싶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계산하시는지?
2016년 11에 개봉한 영화 ‘무한대를 본 남자’에 나온 천재 수학자인 라마누잔은 직관적으로 숫자를 꿰뚫어 보는 능력이 타고났다고 한다. 그가 수학 공식을 만들 때는 지루하고 복잡한 유도 과정을 뛰어넘어 바로 결론을 내는 걸 선호했기에 동료들의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도 하고 그때마다 “고향의 ‘나마기리’ 여신으로부터 수식에 대한 계시를 받았다‘고 해명해서 더 큰 반발을 사고는 했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 수학이 연역적 추론과 논리적 전개과정이 있다면, 고대 인도 수학은 직관과 결과 자체가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한다. 라마누잔이 결과 위주로 써 놓은 공식의 일부는 현대 수학자들도 아직 증명해 내지 못하고 있다니 고대 인도의 지혜를 가진 천재의 사고방식은 따라가기 어려운 듯하다.
천재들의 대학: IIT 신화
인도공과대학교(IIT: 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는 1946년 인도의 산업 발전을 위해 설립된 대학이다. 가끔 가는 비어 카페가 바로 이 IIT 정문 앞에 있는 곳인데 주변과 달리 아주 별세계, 즉 현대적인 젊은이들의 거리인 것이다.
IIT는 우수한 학생들이라면 꼭 가려고 하는 최고 수준의 대학으로서, 한국의 카이스트처럼 일단 들어갔다고 하면 얼굴도 보지 않고 학생의 자질이나 적성에 대해 뛰어나다고 예단할 수 있는 곳이다. 오히려 대학원보다 대학이 더 입학하기 어려워서 학부 졸업생이라고 하면 모두 선망의 눈으로 보기도 한다. 또 학부 졸업 전부터도 세계 유수의 다국적 기업에서 채용 예약을 하는 대학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인도 출신의 다국적 기업 설립자이자 사장들이 참 많은데 그들 대부분이 바로 이 IIT 졸업생들이었다.
그런 대학이다 보니 어릴 때부터 조금 뛰어난 아이다 싶으면 IIT를 목표로 공부를 시키는 것도 부모 마음이다. 인도의 대학교 상위 20위권 안에 IIT의 15개 캠퍼스가 모두 들어가 있다니까 학생들 입장에서도 공부 좀 한다고 하면 IIT를 노리는 게 당연하기도 하다. 인도 사람들은 신분 상승을 위해 자식들에게 엄청난 교육열을 보이는데 단적인 예로 사교육 시장이 대단히 크다. 카스트가 낮은 이들에게 대학 입학을 우대하는 정책이 있는 인도에서 교육은 신분 상승의 열쇠였고, 여전히 유효한 탈출로인 것이다. 이 점에 착안하여 한국 교육기업들도 인도 시장에 진출한 상태이다.
“제가 존경하는 분은 저희 삼촌이에요. 삼촌은 IIT에서 공부하고 NASA에 취직했어요. 저도 삼촌처럼 꿈을 향해 노력하면서 겸손하게 살고 싶어요.”
최근 쓰기 주제인 ‘존경하는 사람’에 대해 아주 진지한 글을 써 온 학생이 있었다. 몇 년 전 IIT 입학시험에 떨어져서 무척 자신에게 실망했었다는 이 학생은 IIT에서 공부한 삼촌을 존경한다고 하였다.
한 글자 한 글자마다 사랑과 존경이 담뿍 묻어났고, 삼촌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담겨 있었다. 이런 실제 사례를 접하니, 그동안 소문으로만 알았던 인도인들의 IIT 사랑을 실감할 수 있었다.
고대로부터 멋진 수학 체계를 이어받고, IIT라는 명문 대학의 졸업생들이 전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인도. 그런 인도가 바로 영어 사용 국가라는 점에서 어쩌면 한국에서도 인도 유학 열풍이 부는 날이 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