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열악한 여건 속 값진 수확", 7인제축구 동메달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열악한 여건 속 값진 수확", 7인제축구 동메달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열악한 여건 속 값진 수확", 7인제축구 동메달
2014.10.24 19:04 by 조철희
7인제축구 국가대표, 2002 아‧태장애인대회 이후 12년 만에 메달 획득 김일섭 감독, “노력한 선수들에 더 많은 기회 주어졌으면”  

“저는 금메달, 은메달보다도 더 좋습니다.”

7인제축구 국가대표 김상열(29) 선수가 경기를 마치고 만족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김 선수는 이제 다시 소속팀으로 돌아가 내달 4일 인천에서 열릴 장애인전국체전 준비에 돌입한다. 그는 현재 부산뇌병변복지관 축구팀에서 활동하고 있다.

23일 오전 인천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서 열린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7인제축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우리 대표팀은 전반 10분 터진 이동우(28) 선수의 선제골에 이어 이승환(29) 선수가 두 골을 더 추가하며 싱가포르를 3:0으로 제압하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지난 2002년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장애인경기대회 금메달 이후 12년 만의 메달 획득이다. 세계적 강호 이란이 결승전에서 일본을 5:0으로 누르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23일 오전 인천 남동아시아드럭비경기장에서 펼쳐진 2014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7인제 축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대한민국의 이승환이 후반 54분 추가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2014.10.23. (사진=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 제공)


7인제축구는 뇌성마비 장애인을 위한 스포츠다. 대부분의 룰은 국제축구연맹의 규정에 준해 적용되나, 오프사이드가 없고 던지기 공격 시 굴리기가 허용되는 등의 차이점이 있다. 경기 시간은 전후반 30분씩이며, 11명이 아닌 7명이 뛰므로 경기장 규격도 다르다. 필드 길이가 최대 75m로, 최대 120m인 보통 축구장 길이의 60퍼센트 정도다.

“우리가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진 못한 것 같아요. 아쉬움도 남지만,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12년 만에 메달 따준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죠.”

김일섭(50) 7인제축구 대표팀 감독이 말했다. 당초 은메달까지는 가능할 것으로 봤지만, 지난 20일 전력이 크게 뒤지지 않는 일본과의 2차전을 2대 0으로 내준 게 못내 아쉬웠다. 그래도 “선수들이 정말 성실하게 임했다”며 올해 7월 말 대표팀이 꾸려진 이후 80여 일간의 합숙훈련과 대회일정을 잘 소화해준 선수들에 고마움을 나타냈다. 김 감독은 지난해부터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사진=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 제공


  | 언제까지 ‘그들만의 리그’여야 할까 “부족한 지원이요? 말 하려면 끝도 없죠.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다만 기본적인 것마저도 저희가 챙겨야 할 때면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대표팀으로 선발된 선수는 14명. 세 달 가까운 합숙기간 동안 김 감독과 두 명의 코치가 이들의 훈련부터 생활까지 책임졌다. 손이 모자를 때면 선수들도 양 팔을 걷어붙였다. 여름내 훈련 때마다 몸도 불편한 선수들이 무거운 아이스박스를 옮길 적에는 김 감독의 마음도 편치 못했다. 볼보이 등 훈련 보조역할은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했다. 한 데 모여 집중적인 훈련을 받을 기회가 흔치 않은 7인제축구 선수들에게는 그조차도 아까운 시간이었다. 팀닥터의 부재는 팀의 고질적인 불안요소였다. 훈련 중에 행여나 몸이 불편한 친구들이 다치기라도 할까봐 노심초사하던 김 감독이다. 선수가 직장을 가지면서 대회 출전을 포기해야 했을 땐 장애인 선수들이 처한 현실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장애인고용촉진법이 있으면 뭐해요. 지금과 같은 실정에서 이 친구들이 직업을 갖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 걸요. 하지만 막상 직장에 다니게 되면 그땐 또 선수생활을 계속 하기가 힘들어요. 지도자로선 아이들이 마음 놓고 공만 찰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하지만 현실은 쉽지가 않죠.”

긴 한숨으로 김일섭 감독이 말을 맺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주축 선수로 활약하던 한 선수가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고 한다. 팀 훈련을 받게 되면 직장을 세 달 가까이 쉬어야 하는데 직장에 동의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좋은 성적을 내 7인제축구를 알리고 싶었던 김 감독이었기에 아쉬움이 큰 순간이었다. 이렇게 꿈을 포기하는 선수를 볼 때면 실업팀이 하나 둘씩 생겨나는 다른 종목들이 부러웠다고 한다. 현재 대한장애인축구협회에 등록된 뇌성마비 축구팀은 14팀으로, 지역 복지관이나 특수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 제공


  | 축구 통해 세상으로 나아가는 선수들 “특히 선수들의 균형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합니다. 어떻게 보면 훈련이 선수들의 재활치료인 셈이죠.”

뇌성마비 장애인의 경우 척추나 골반이 틀어져 있어 균형 감각이 좋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김 감독은 여러 훈련 중에서도 잘 뛰고, 경합과정에서 넘어지지 않도록 밸런스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다. 이러한 과정이 선수들의 장애 완화에 큰 도움이 되고 긍정적인 심리를 심어준다.

이날 박순덕(50) 씨는 경기를 보러 충남 당진에서 올라왔다고 한다. 그는 7인제축구 국가대표 이동우(28) 선수의 어머니다. 이 선수는 마침 휴가까지 내고 찾은 어머니의 응원에 통쾌한 결승골로 보답했다.

“공을 차기 전에는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과 활동하고 조화롭게 지내는 걸 어려워했어요. 하지만 축구를 시작한 후로는 친구들도 많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불안해서 혼자 어디 내보내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그런 걱정 하나도 안 해요.”

12년 전 안산 명혜학교에서 축구를 처음 접한 뒤로 이 선수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부모님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늘다 보니 독립심이 생겼다. 승리를 경험하고부터는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승부욕과 끈기도 생겼다. 사회성도 많이 늘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곤 자기 경기를 보러 오라며 일가친척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렸던 이동우 선수다. 박 씨는 아들이 운동을 하며 사실 자신도 많이 변했다고 이야기한다. 장애인 스포츠의 따뜻한 힘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들이 대부분 그렇듯, 저도 한때는 많이 위축됐었어요. 감추려고도 했고요. 하지만 지금은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내 아들 저기서 뛰고 있다고요!”

2014 인천 장애인 아시안 게임 7인제축구 국가대표 선수단 (사진=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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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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