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바보들의 시대
쓸쓸한 바보들의 시대
쓸쓸한 바보들의 시대
2017.06.28 16:00 by 제인린(Jane lin)

'혼밥’이나 ‘혼술’ 얘기를 할 때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대게 혼밥을 ‘즐긴다’, 혼술을 ‘만끽한다’라고 하죠. 비록 혼자여도 고립감이나 외로움의 느낌보단, 편리함이나 스마트함에 방점이 찍혀있는 것이죠. 그도 그럴 것이 ‘나 홀로’ 뭐든 할 수 있게 된 건 모바일을 위시한 ICT기술 발전의 영향이 큽니다. 그런데 과연 그게 그렇게 스마트한 걸까요? 중국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죠.

(사진: David M G/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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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웨이보(微博))

이렇게 평범했던 그의 일과 속에서, 사람과 대면할 기회를 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종 씨는 벌써 1년이 넘도록 이런 비대면적인 일상을 살아오고 있죠. 모바일 서비스와 인터넷의 발달이 인간의 삶을 비대면 사회로 몰고 간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더욱이 중국에서 이런 일상을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광둥성 광저우에 거주하는 또 다른 젊은이의 일상을 들여다보죠.

광저우 도심에 거주하는 38세 현 씨. 그는 인터넷에서 여성복을 판매하는 쇼핑몰 운영자입니다. 제품 주문에서부터 물건 검수, 제품 재포장 및 판매까지 현 씨 혼자 운영하는 쇼핑몰로, 그의 일상은 언제나 조용할 뿐입니다. SNS와 인터넷의 발달로 과거에는 물건 제작을 위해 직접 공장을 찾거나, 주문한 물건을 직접 수거해야 하는 등의 불편이 사라졌기 때문이죠.

인간관계가 단절된 채 사는 청년을 가리키는 중국어 단어 ‘인비칭니엔(隐蔽青年)’을 검색하자, 연관검색어로 ‘힘내라 청년(青年加油)’이라는 단어가 나타난다. 미래에 대한 각종 긍정적인 전망이 언론을 통해 가장 많이 보도되는 국가가 중국이라지만, 힘내야 할 청년들이 사는 곳 역시 중국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웨이보(微博))

현 씨의 하루는 오전 10시 느즈막히 일어나 컴퓨터 전원을 켜는 것으로 시작된다. 지난 밤 주문이 들어온 상품 내역을 확인하고 중국판 카카오톡 ‘위챗(wechat)’에 연결된 거래처 사장에게 문자로 제품 주문을 보낸다.

이후 메이투안(美团外卖), 어러머(饿了么) 등 중국판 배달의 민족과 유사한 형태의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터치 몇 번으로 배달음식을 주문해 식사를 한다.

오후 2~3시 경. 오전에 주문했던 제품들이 그가 거주하는 아파트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문자 알림을 통해 전달된다.

문자를 받은 그는 자신의 아파트 1층 로비에 설치된 ‘무인’ 택배 박스 속의 제품을 꺼내 불량 여부를 검수한 뒤, 다시 재포장해 해당 무인 택배 박스 속에 넣어둔다. 이후 그는 주로 이용해오고 있는 택배 거래처 직원에게 문자로 제품 수거를 요청하고 현 씨의 연락을 받은 택배 직원은 빠른 시간 내에 해당 제품을 인수, 상품을 주문한 고객의 목적지로 배달하게 된다.

놀라운 점은 어엿한 여성복 쇼핑몰 운영자인 현 씨가 제품을 고객에게 주문받은 뒤 공장과 연동해 제품을 직접 생산하고 다시 고객의 집까지 안전하게 상품을 배송하는 모든 과정에서 직접 ‘인간’을 마주하거나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 각 지역 공동 거주 시설물 마다 어김없이 설치돼 있는 무인 택배 보관함과 보관함에 주문한 제품이 도착했을 때 택배 업체로부터 전달받는 문자 알림. 문자 알림 속에 기재된 비밀번호를 입력해 해당 물건을 찾을 수 있는 방식이다. (사진: 제인린)

지금껏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물건을 판매하고 그 수익을 얻는 ‘상업’의 특성 상 인간과의 대면은 매우 중요한 요소였을 것이나, 현 씨의 사례와 같이 상업과 무역이 갖는 전통적인 특성이 SNS와 인터넷의 발달로 180도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다.

물론 훨씬 편하길 할 것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 아쉬움도 크다. 공감을 주고받는 것이 인간이 가진 소통의 가장 아름다운 면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은 인간을 다른 생명체와 구별 짓는 가장 특별한 능력일 것이다. 실제로 타인의 표정과 체온, 말의 온도에서 느껴지는 공감은 자살을 앞둔 사람에게 다시 살아갈 용기를 줄 정도의 힘을 갖고 있다.

위 사례들과 같이 최근 중국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비대면적 대화는 의사 전달의 ‘기능’만 해낼 뿐, 대면적 언어가 가진 공감의 기능까지 소화할 수는 없다. 그리고 지금 이 시점.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고백했던 말이 오랜 시간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과학기술이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을 뛰어넘는 그 날이 두렵다. 세상은 쓸쓸한 바보들의 시대가 될 것이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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