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하다 사는 집도 가짜라니…
중국의 부동산 사기실태
하다하다 사는 집도 가짜라니…
2017.12.12 17:25 by 제인린(Jane lin)

전 세계에서 ‘가짜’ 제품으로 인한 오명을 가장 많이 뒤집어쓴 나라는 단연 중국입니다. 최근 들어 이미지가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기상천외한 가품들이 판을 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그런데 이번엔 스케일이 좀 다릅니다.

 

|他们说, 그들의 시선

중국은 정말로 광활하다. 몇 해째 살면서도 아직 가보지 못한 성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현지 언론들이 “중국 대도시를 잇는 고속열차 ‘까오티에(高铁)’가 베이징과 상하이를 1일 생활권역으로 엮었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시속 350km로 달리는 열차를 타고도 편도로 4시간 50분, 왕복으로 무려 9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1일 생활권이라고 호들갑을 떨기엔 아직 부족해 보이는 이유다.

이런 이유로 중국인들은 자신이 나고 자란 도시를 떠나 대도시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자신이 태어난 고향에 소유한 부동산을 직접 관리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실제로 중국 중산층 가구는 평균 3~4채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부동산을 직접 관리하기 어려운 만큼 중개 업체나 지인에게 관리·감독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중개인 또는 지인이 해당 부동산을 관리하며 세입자와 계약을 맺고 헌 집을 개보수하기도 한다. 이들은 관리 명목으로 소정의 수수료를 받는다.

이 같은 대리인 제도 탓에 각종 사기 사건도 자주 발생한다. 대리인이 집주인 행세를 하면서 부동산을 이중으로 계약하거나 타인에게 무단으로 양도하는 경우가 빈발하면서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는 추세다.

 

|她说, 그녀의 시선

중국의 유명한 부동산 중개업체로는 ‘리엔지아(链家)’, ‘워아이워지아(我爱我家)’, ‘팡티엔시아(房天下)’ 등이 꼽힌다. 한국처럼 개인이 운영하는 업체도 있지만 전국적으로 많은 가맹점을 가진 이들을 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세 개념이 없는 중국에서 월세는 대체로 매우 높은 수준인데, 베이징·상하이·선전·광저우 등 대도시 기준으로 1개의 방과 1개의 화장실, 거실, 주방을 갖춘 소형 아파트 월세 수준은 일반적으로 우리 돈 100만원을 넘어선다.

오프라인상에서 운영되고 있는 유명 부동산 중개업체 21세기부동산. 해당 업체는 공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곳 중 하나다. (사진:바이두)

최근에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온라인 계약 체결 방식이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중개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경제성과 거리가 멀더라도 매물의 컨디션과 옵션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편의성 덕분이다. 이를 바탕으로 온라인 중개업체들은 매년 큰 폭의 성장을 기록 중이다.

고객은 이들 사이트를 통해 사진 또는 영상물을 확인하고 업체에 직접 연락을 취해 문의한 뒤 계약 여부를 판단한다.

그렇다 보니 온라인 거래의 병폐인 사기 사건의 급증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집을 진짜 있는 것처럼 속여 온라인 사이트에 게재하거나, 실제 집주인이 아니면서 대리인이 물권을 위조해 판매 또는 임대하는 등의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재하는 부동산인 것처럼 꾸며진 온라인 사이트. 하지만 해당 부동산은 현지인이 확인해본 결과 존재하지 않는 유령 부동산이었다. 온라인에 게재된 정보만 믿고 계약을 체결, 해당 금액을 송금했을 시 사기당할 위험성이 큰 이유다.

이 같은 사기는 특히 한국인과 일본인 등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는 훨씬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

실제로 베이징 차오양취에 소재한 월세 6000위안(약 120만원)의 아파트에 입주한 한국인 부부의 사례가 있다. 이들 부부는 올해 3월 한인 타운을 벗어나 타 지역으로 이사를 모색하다 온라인 부동산 직거래 업체에 매물로 올라온 한 아파트를 계약했다.

자신을 집주인으로 소개한 황모 씨는 베이징이 아닌 다른 성에 거주하는 사람으로, 본래 계약 조건인 월세 6000위안 대신 6개월 치 월세를 선입금할 경우 월 5500위안으로 가격을 조정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부부는 이를 받아들여 곧장 보증금 명목의 5500위안과 6개월 치 월세 3만3000위안을 황씨에게 건넸다.

문제는 이들이 해당 아파트에서 거주한 지 3개월 만에 발생했다. 어느 날 느닷없이 일면식 없는 중년 여성 한 명이 부부의 집을 찾아와 몹시 화난 목소리로 “너희들은 대체 누군데 내 집에 살고 있느냐. 당장 공안을 부르겠다”고 소리를 쳤다. 이 여성은 부부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진짜 주인으로, 황씨를 고용해 부동산을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가 이사할 집을 찾아보기 위해 검색을 통해 찾은 온라인 부동산. 하지만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연인즉슨 황씨가 임의로 한국인 부부와 계약을 맺고 이를 집주인 여성에게 보고하지 않았던 것이다. 황씨가 이미 6개월 치의 월세와 보증금을 가지고 도주한 뒤였다는 건 불 보듯 뻔한 일. 결국, 이 부부는 집주인 여성으로부터 일주일 안에 집을 비울 것을 통보받았다.

담당 공안 역시 타 지역으로 도주한 황씨의 신변에 대해 도주 지역의 관할 공안이 이를 수사해야 한다며 차일피일 일을 미뤘고, 부부는 이미 황씨에게 지불한 금액에 대해 어떠한 법적인 보상도 받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편리함과 경제성만 믿고 온라인 부동산을 이용하다 낭패를 겪은 이들의 사례는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소유권을 증명하는 ‘팡산증(房产证)’까지 위조하는 등 범죄 수법이 지능적으로 발달하고 있음에도 중국 당국의 책임 있는 대응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 제인린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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