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합당(合黨)은 진정 합당(合當)한가
그들의 합당(合黨)은 진정 합당(合當)한가
2018.01.06 14:30 by 이창희

새해부터 시끌벅적하다. 정치권 얘기다. 국회 넘버3와 넘버4가 손잡을 모양새다. 호남을 기반으로 중도개혁을 추구하는 국민의당과 영남을 본거지로 개혁 보수를 꿈꾸는 바른정당이 ‘합당(合黨)’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가 뭘까?

수학에서 1 더하기 1은 2다. 하지만 정치의 영역에선 그 풀이가 간단치 않다. 상황에 따라 2를 넘어 3이상이 되기도, 1에 머물기도 한다. 도로 쪼개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적어도 한국 정치사에선 말이다. 그리고 이 경우엔 크고 작은 생채기를 남기기도 한다.

(사진: 국민의당)
(사진: 국민의당)

 

|여유 없는 정당의 이유 있는 합당

앞서 언급한 두 당이 합치려는 이유는 뭘까? 답은 간단하다. 집권당이자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위세가 너무도 강하기 때문이다.

2018년 1월 5일 현재 기준으로 국회 의석수를 살펴보자. 더불어민주당이 121석으로 가장 많고 자유한국당이 116석으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이에 반해 국민의당은 39석, 바른정당은 11석에 불과하다. 도무지 존재감을 드러낼 수 없는 규모다.

하지만 두 당이 합쳐 50석을 이루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물론 거대 양당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긴 하지만 정책 결정 과정에서 충분히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아무리 작은 법안 하나라도 이를 통과시키려면 일반적으로 300석의 절반 이상인 150석을 확보해야 한다.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자력으로는 불가능한 상황. 50석의 정당이라면 중간에서 몸값을 올려 협상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뉴스에서 한 번씩은 들어봤을 법한 용어. 이른바 ‘캐스팅 보트(casting vote)’를 쥐게 되는 것. 그렇다. 정치는 결국 ‘쪽수’ 싸움이다.

여기에 오는 6월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동시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는 사실도 이들의 조바심을 쥐어짜는 요인이다. 지금처럼 여러 정당이 ‘각개전투’에 돌입할 경우 당선을 장담할 만한 곳이 거의 없다. 당장 내일 선거가 열린다면 광역시장이나 도지사는 고사하고 군수 자리 한 곳도 가져가기 어려운 상황. 어쩌면 이들에게 ‘동침’은 유일한 선택지일지도 모른다.

 

|야심 찬 시작, 일말의 성과, 허망한 결말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아직 많은 변수가 남아 있지만 이들의 합당 자체는 기정사실화 되는 모양새다. 그런데 그 결과까지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그 전에 한국 정치사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합당의 역사’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 1990년 민주자유당(3당 합당)
전두환 정권 말기. 전무후무한 규모(218석)의 거대 정당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당시 집권당 총재인 노태우(민주정의당)와 김영삼(통일민주당), 김종필(신민주공화당)이 뭉친 결과다.

3당 합당의 결과로 노태우·김영삼 두 사람은 연달아 대통령직에 오르며 목적을 이뤘다. 하지만 이는 1987년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낸 국민적 민주화 열망을 짓밟았다는 비판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배경이 됐다. 또한 이들은 1995년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 세력이 자유민주연합으로 이탈하면서 불과 5년 만에 분리됐다.

# 2011년 통합진보당
이명박 정권 말기.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여기에 진보신당 탈당파까지 3개 세력이 한배를 탔다. 진보 진영 초유의 사건. 이들은 이듬해 19대 총선에서 13석을 얻으며 역대 최고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그러나 각 세력은 시작부터 이념과 노선의 색깔이 뚜렷하게 달랐다. 공동의 목표였던 선거가 끝나자 갈등은 기다렸다는 듯 터져 나왔고, 당의 주도권을 둘러싼 치열한 다툼 끝에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으로 갈라졌다. 이 과정에서 실망한 많은 지지자들이 등을 돌렸다. 통합진보당은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지속적인 색깔론 공세에 시달리다 2013년 강제 해산됐다. 정의당은 여전히 군소 정당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처지다.

#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박근혜 정권 중반. 제1야당 민주당의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창당을 준비 중이던 안철수 현 국민의당 대표가 합당에 전격 합의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창당됐다.

18대 대선에서의 문재인-안철수 후보 간 앙금으로 인해 시작부터 삐걱댈 수밖에 없었던 합당이다. 출범 이후 김한길-안철수 대표 체제로 치른 각종 선거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하면서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결국, 2015년 말 호남 세력의 이탈과 함께 현재의 더불어민주당으로 당명이 개정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쉽지 않을 ‘한 지붕 두 가족’

자, 이제 감이 오는가. 위의 사례들은 배경과 목적이 어쨌든 간에 합당의 취지와 명분은 뚜렷했고, 초기 시너지 효과도 분명 존재했다. 여론의 시선을 집중시키면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하나같이 모두 끝이 좋지 못했다. 임시방편식 몸집 불리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갈등이 근본적인 해소되는 대신 서둘러 봉합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결정적 순간이 되면 곯아 터지기 일쑤였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 작업에서 과거 사례들보다 나은 점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과거보다 명분이 강하지도, 공동의 목표가 뚜렷하지도 못한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도 유권자들의 수준은 지난해 겨울을 기점으로 대폭 높아졌다. 이들의 합당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될지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고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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