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집사가 되었습니다. 충동적으로
숲이를 소개합니다옹~
프롤로그: 집사가 되었습니다. 충동적으로
2018.01.11 18:51 by 최현빈

 

“저 눈빛… 저거 어쩔거야ㅠㅠ”

우연히 들어간 애완동물 가게. 그곳에서 난 순식간에 집사가 되기로 한다.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동그란 눈으로 날 바라본 게 이유의 전부다. 물론 그 눈빛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냈을 테지만…

완전히 분양을 결정하기까지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한번 들이면 끝까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었다. 반려동물 천만시대, TV나 SNS에서 예쁘장한 강아지, 고양이가 연일 애교를 부리지만, 그 화려함 뒤엔 안락사를 기다리는 유기견∙유기묘의 슬픈 얼굴이 자리 잡고 있다. ‘끝까지 키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몇 번이나 되뇌였고, 확신을 내린 뒤에 고양이를 다시 만나러 갔다. 이제 문제는 하나였다. 고양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 새로운 공부가 필요했다.

D-3일. 고양이는 사흘 뒤 정식으로 가족이 되기로 했다. 아직 어려서 질병이나 알레르기가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동물병원의 의견 때문이었다. 고양이에 대해 공부하고, 준비할 시간이 생긴 셈이다. 인터넷으로 고양이에 대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영역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고… 높은 장소를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고…. 오랜 학습 결과, 새가족 맞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4가지가 필요했다. ‘이름짓기’를 시작으로 ‘캣타워’와 화장실, 환경개선이 가장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고양이를 소개합니다

숲이(1∙서울 노원)

이름: 숲이
품종: 노르웨이 숲
성별: 수컷
생일: 2017.10.14

이름은 숲이다. 집사가 ‘서울숲’에서 일한다는 것과 품종이 ‘노르웨이숲’이란 것에 착안했다. 이름을 지어주는 건 꽤나 어려운 작업이었다. 너무 성의없지도, 너무 튀지도 않으려다 보니 말이다. SNS에서 흔한 두부, 뭉치부터 야옹이, 냥냥이까지, 온갖 이름이 거론됐지만 결국 이렇게 정해졌다.

 

| 고양이용품 준비, 분양 전 VS 분양 후

① 캣타워

요즘은 인터넷만 있으면 고양이에게 필요한 모든 물건을 살 수 있다. ‘티X’, ‘쿠O’ 같은 소셜커머스에서는 가격대에 따라, 고양이 전용 쇼핑몰에서는 브랜드와 기능성에 따라 다양한 제품을 볼 수 있다. 캣타워와 화장실 같은 고양이 전용 가구들은 브랜드에 따라 3만원에서 60만원까지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큼지막한 가구들은 저렴한 소셜커머스를, 사료나 장난감 같은 소모품들은 고양이 전용 쇼핑몰을 이용하기로 했다.

사람이나 고양이나 보금자리가 중요할 터. 가장 심혈을 기울인 건 캣타워였다. 캣타워는 고양이의 보금자리 겸 놀이터다. 높은 장소를 찾는 고양이의 특성에 따라 2층, 3층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물침대까지 달린 호화로운 캣타워도 있었지만 아기 고양이의 크기와 가격을 고려해 2단으로 된 작은 제품을 주문했다. 다음날, 물건이 도착했고 육각 렌치를 이용해 조립했다.

요즘 배송은 정말 빠르다. 하루 만에 도착한 캣타워와 화장실.

드디어 D-day, 숲이가 집에 들어왔다. 그리고 난 금세 깨달았다. 캣타워에 대한 고민이 정말 의미 없었다는 걸 말이다. 고양이가 캣타워에서 지낸 시간은 단 하루. 숨어서 눈치보며 새로운 집에 적응할 때 뿐이었다. 다음 날부턴 과감히 침대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잠도 역시 침대에서 잤다. 간식 그릇을 놓아보며 유도해봤지만 헛수고. 용품 매장의 고양이들은 캣타워에서 잘만 놀던데… 야옹이에게 캣타워가 필수품은 아니었나보다.(결국 돈만 날린 것이다.)

초보집사’s Note_고양이에게 캣타워란?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높은 장소를 좋아한다. 야생에서 사냥을 하기 위해 주변을 살피던 습성이 남아 있어서다. 그래서 고양이에겐 기둥과 여러 층으로 나뉘어진 ‘캣타워’라는 특별한 집이 필요하다. 고가의 캣타워는 좋은 재질로 만들어졌고 층 수도 많다. 발톱을 다듬을 수 있는 스크래처나 장난감이 달린 경우도 있다. 그리고 예쁘다.

하지만 처음부터 커다란 캣타워를 주문할 필요는 없다. 고양이의 습관을 지켜보고 주문해도 늦지 않다. 왜냐하면 모든 고양이가 이를 즐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숲이 포함)

첫날엔 좀처럼 집에서 나오지 않던 야옹이. 이젠 세상 편해 보인다.

② 화장실

더 중요한 건 화장실이었다. 조사결과, 고양이는 화장실에 모래만 깔아주면 알아서 들어가 대소변을 본단다. 적들로부터 자신을 숨기기 위한 본능이라나. 참으로 영특한 본능이 아닐 수 없다. 고양이 전용 모래와 함께 덮개가 달린 화장실을 주문했다.

집에 들어온 첫날, 숲이는 좀처럼 화장실에 들어가지 않았다. ‘여기가 모래가 깔린 화장실이다’고 알려주기 위해 직접 넣어주면 웅크린 채 나오지 못했다. 어두운 공간과 플라스틱 문이 무서운 눈치였다.(왜 화장실이 어두워야 했는 지는 뒤에서 설명한다.) 그래서 덮개를 제거해 보았다. 그러자 곧바로 뛰어들어가 모래를 파내고 볼일을 본다. 나는 굳은 대소변을 삽으로 퍼내 버리기만 하면 됐다.

원래는 플라스틱 문도 달려 있었으나 고양이가 불편해하는 것 같아 문은 떼어냈다.

처음엔 화장실을 가리는 것만으로도 만족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얘기가 달라졌다. 참고로 고양이는 바닥의 모래를 파내고 그 속에 용변을 치른 후 모래를 다시 덮는 습성이 있다. 모래를 파낼 땐 그야말로 사정없이 파내기 때문에 주변에 모래가 튀기 일쑤다.(그 때문에 덮개 있는 화장실이 대세인 것.) 숲이가 화장실을 파악하기 시작하자, 주변에 튀는 모래가 신경 쓰이게 된 것이다. 애묘인들은 이런 현상을 ‘사막화’라고 부른다. 그래서 숲이가 화장실에 어느 정도 적응했을 때 다시 덮개를 씌웠다. 플라스틱 문은 여전히 불편해하는 것 같아 양보했다. 일종의 고양이와 인간의 타협인 셈이다.

초보집사’s Note_고양의 배변활동

고양이는 볼일을 보기 전, 사정없이 화장실의 모래를 바닥까지 퍼낸다. 그 과정에서 집 바닥이 모래로 범벅되는 일명 ‘사막화’가 발생한다. 그래서 있는 게 덮개형 화장실이다. 덮개가 화장실 전체를 덮고 있기 때문에 화장실 바깥으로 모래가 튀지 않는다.

하지만 고양이를 처음 키운다면 쉽게 화장실을 인지시킬 수 있는 개방형 화장실이 편하다… 모래가 튄다고는 해도, 침대에 소변을 보는 것보단 낫지 않나. 사막화는 그 뒤에 생각하자.

③ 환경개선(for cat)

모처럼 대청소를 했다. 고양이가 어디든 올라가 물건을 건드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위험할 만한 물건은 모두 서랍장에 넣고, 주방의 식기들도 집어넣었다. 하지만 숲이는 높은 장소엔 그다지 관심이 없는 모양새다. 주인이 먼지를 마셔가며 청소한 게 부질없을 정도다.

높은 곳을 좋아하는 고양이를 위해 만들어준 캣타워는 언제나 텅 비어 있다…

높은 곳보다 더 신경 써야 할 곳은 바닥이었다. 고양이는 끊임없이 자신과 바닥을 어지럽혔다. 작은 털뭉치와 화장실 모래를 뿌리는 건 기본, 온 바닥의 먼지를 빗자루처럼 몸에 묻히고 다닌다. 이전에는 청소기를 일주일에 한두 번 돌렸지만 녀석이 들어온 뒤엔 매일 청소기를 돌려야 했다.

Check Point_바닥청소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말처럼 고양이는 진짜로 호기심이 많다. 집안에 있는 모든 물건들을 한번씩 건드려봐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서 고양이를 들이려면 깨끗해질 각오부터 다져야 한다. 전선이나 작은 물건을 정리하는 건 필수, 기생충이나 피부병에 대비해 바닥을 깔끔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집사의 건강을 위해서도, 고양이의 건강을 위해서도 청소는 매일 해주자.

고양이는 오늘도 어김없이 침대 위로 올라온다. 집이라고 만들어준 캣타워는 장식품 된 지 오래다. 처음엔 발 언저리에서 자던 것이 이젠 팔베개까지 요구한다. 새근새근 코를 골며 자는 고양이는 정말 귀엽다. 그저 귀여워서 집사가 된 몸이라, 지금은 그것으로 족하다. 에디터는 고양이와의 동거를 무사히 잘 해낼 수 있을까?

숲이는 주인의 뱃살을 좋아한다.

 

필자소개
최현빈

파란 하늘과 양지바른 골목을 좋아하는 더퍼스트 ‘에디터 ROBI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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