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조인 제도 개선책
활동보조인 제도 개선책
2018.01.17 16:59 by 류승연

주구장창 활동보조인 매칭 연락만 기다리던 중 반가운 전화가 온다. 적당한 활동보조인이 있다고 한다. 면접 날짜를 잡고 그녀를 기다린다.

이제 막 활동보조인 교육을 끝냈다는 그녀는 친정엄마 또래의 심성 고운 아주머니다. 초반에는 아들도 적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요즘 우리는 셋이서 함께 움직인다. 집으로 활동보조인이 오면 함께 치료실을 갔다가 집에 온다. 활동보조인은 옆에서 내가 아들을 대하는 법을 보고 배운다. 나도 계속해서 아들의 특성과 상황별 대처법을 알려준다.

그렇게 셋이서 생활하다 어제는 잠깐 동안 자리 비우기 시도를 해 봤다. 둘만의 시간을 가져 보라고. 얼마 후에 다급한 전화가 걸려온다. 아들이 난리가 났다고. 부랴부랴 집으로 갔다.

아들이 떼를 쓰기 시작하면 개입하지 말고 옆에서 조용히 지켜봐 달라 했다. 밖에서도 아니고 집 안에서니 특별히 위험할 것도 없다. “이 활동보조인에게는 떼를 써도 안 통하는구나”를 직접 깨달아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니 당황해서 개입을 해 버렸나 보다. 자신의 떼쓰기에 ‘반응’하는 활동보조인을 보고 아들은 더 큰 난동으로 보답을 했다. 머리로 활동보조인의 허리를 들이박아 버렸다. 허리라도 다치면 큰일이다. 나는 한숨이 절로 난다. 좋은 분인 건 알겠는데 발달장애인에 대한 전문성이 아쉽다.

보여주기식 교육과 실습 등을 받고 곧바로 현장에 투입되기 때문에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이다.

발달장애인의 자립지원을 목표로 도입된 활동보조인 제도 서비스. 이 제도에 대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제도의 취지 자체는 좋은데 그 좋은 취지가 무색할 만큼 모두가 만족할만한 형태로 운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시간이 짧은 건 ‘문제’ 축에도 끼지 못한다. 훨씬 더 많은 문제가 넘쳐나고 있다.

절실한 건 이용자인데 권력을 가진 건 활동보조인이다. 아이의 장애 정도가 중할수록 활동보조인을 구하기가 힘들다. 이왕이면 다루기 쉬운 장애인만 맡으려 한다.

편법도 넘쳐난다. 장애 아이를 둔 부모들끼리 활동보조인 자격증을 따서 서로의 활동보조인을 하는 ‘척’ 한다. 각자가 자신의 아이를 보면서 국민연금관리공단에는 다른 아이를 보는 척 하며 활동보조인으로서의 월급을 챙겨간다.

그러다보니 아예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정당히 돌보도록 활동보조인을 하게 해달라는 요구가 끊이질 않는다. 현행법에서는 부모가 자식의 활동보조인을 하는 걸 금지하고 있다. ‘장애인의 독립’이라는 설립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분명 지금 상태로는 문제가 있다. 아들의 경우에서처럼 활동보조인이 발달장애인 당사자를 학대하는 일이 발생해도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교육도 감시도 문제이고, 책임 소재도 문제이며, 각종 편법도 문제다. 무엇보다 이 제도가 진짜 필요한 이들이 제도적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중증 장애인의 활동보조인은 누구나가 꺼리는 실정이다.

사진: 한국장애인부모회
이미지: 한국장애인부모회
이미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이미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한국장애인부모회(이하 한장연)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 이 두 개 단체는 발달장애 부모들을 대변하는 커다란 두 축이다. 그렇다면 이 단체들에서는 활동보조인 서비스에 대해 어떤 대안을 갖고 있을까? 정부하고 맞짱 뜰 대표성을 지닌 두 단체이기에 기대를 하게 된다. 묘수가 있겠지 하고.

먼저 한장연. 한장연에서는 지난해 11월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장애인 가족의 활동보조를 허용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활동보조인을 구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 가정의 삶이 파괴되고 있다며 이들의 삶의 질을 보장토록 제도 전환을 요구한 것이다.

다음으로 부모연대. 부모연대는 아직까지 공식입장을 정리하지는 않았지만 각 지부별 집행부를 중심으로 ▲활동보조인 서비스 24시간으로 확대 ▲자부담금 폐지 ▲사회서비스공단 신설을 통한 체계적 관리 등의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를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인 가정의 실정에 맞게 바꾸기 위해 앞장서서 노력하고 있는 두 단체다. 이들의 활동이 있었기에 지금 나는 바우처 카드를 통해 아들의 치료비를 일정 부분 지원받고 있으며, 활동보조인 서비스라는 것을 이용해 조금의 숨 쉴 시간이라도 벌고 있다.

하지만 활동보조인 제도에 대한 해법에서는 약간씩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두 단체가 서로 협력해 뭔가 더 나은, “옳다구나!” 소리가 절로 나오는 큰 해법을 찾아내주길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먼저 가족을 활동보조인으로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 나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내가 아들을 돌보면서 활동보조인 지원금을 받는다면 어떨까? 아마 나는 평생 동안 ‘아들의 엄마’로만 살 것이다. 돈이 아쉽기 때문이다.

자식이 장애를 갖게 된다는 건 그런 것이다. 아무리 잘 나가던 직장여성도 아이의 장애를 알게 된 순간부터 아이 옆에서 치료와 돌봄에 매달리게 된다. 남편 혼자 외벌이로 한 가정의 생활비와 아이의 치료비를 모두 감당하려니 장애인 가정의 삶은 갈수록 퍽퍽해진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내 아이를 돌보면 나라에서 돈을 준다고? 당연히 엄마가 활동보조인 자격증을 따서 내 아이를 돌보고 한 달 몇 십 만원, 백 몇 만원이라도 챙겨야지. 그 돈이면 아이 치료실 하나를 더 보내든가 은행 이자라도 갚은 수 있는 돈인데. 엄마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장애 아이의 엄마는 평생 장애 아이를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장애인 당사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발달장애인은 24시간 옆에 붙어 있는 엄마를 통해서만 세상과 접촉을 한다. 영원히 살 수 없는 엄마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곁을 떠났을 때, 처음으로 엄마 아닌 타인을 통해 세상과 접촉해야 하는 발달장애인은 얼마나 그 세계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사진: 영화 「채비」
사진: 영화 「채비」

그렇다면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사회서비스공단 신설이 대안이 될까?

활동보조인 교육과 관리 체계 등이 허술하기 때문에 각종 문제가 넘쳐난다. 이런 상황에서 활동보조인을 공단 소속의 반공무원(?)으로 승격시켜 전문성을 지닌 하나의 직업군으로 만들자는 취지는 좋아 보인다. 그렇게 되면 활동보조인에 대한 교육도 강화될 테고, 시급도 올라갈 것이며, 정부에서 직접 하는 감시와 관리도 더 체계적이 될 것이다.

나도 바랐던 부분이다. 하지만 예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의 공단이 생긴다는 건 그만큼 엄청난 예산이 투자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산이 없어 특수학교에 식사지원 인력 하나도 마음대로 못 늘리고 있는 현실에서 엄청난 예산을 새로운 공단 신설을 위해 쏟아 부어도 될까? 예산이라는 건 어차피 정해져 있는 내에서 쪼개먹기인데.

그보다는 차라리 현재 활동보조인 관리감독의 책임을 지고 있는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교육과 운영까지 직접 하도록 업무를 이관하고, 이를 감시 감독할 ‘특수청’ 같은 것만 하나 만들어, 관리와 감시를 이분화 시키는 정도로 하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음. 나는 지금 왜 여기서 나라 예산을 걱정하고 있을까? 내가 영부인도 아닌데.

말은 쉽다. 말로는 누구나 제도도 바꾸고 법도 바꾸고 한 달 만에 10kg도 감량할 수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말로는 쉽게 이건 좀 아쉬우니 이래보는 건 어떨까 하고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을 바꾸는 건 행동이다. 실행이다.

그런 의미에서 발달장애를 위해 행동하고 애쓰는 두 단체의 활동보조인 해법에 아쉬움을 제기한 난 엄청난 비난의 화살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당분간 외부연락을 끊고 잠깐 좀 숨어있을까 싶다.

하지만 어린 자녀를 두고 활동보조인 제도를 실제 사용하고 있는 내 입장에선 이러이러한 문제들이 눈에 보였고, 이러이러한 것들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물론 나라에서 알아서 잘하고 있으면 이렇게 부모가, 단체들이 직접 고민하고 대안을 찾을 필요도 없다. 나라에서 잘 못하니 양대 산맥인 두 단체에 기대하고 싶었다.

그래서 문의를 했고 알게 되었고 아쉬운 점을 발견해 얘기를 하게 되었다.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어린 아이를 둔 엄마의 개인 의견 정도로 예쁘게 잘 보아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동시에 활동보조인 제도 개선에 대한 더 많은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하기도 하고.

아, 그래도 무서우니 당분간은 좀 잠적해야겠다.

필자소개
류승연

저서: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전)아시아투데이 정치부 기자. 쌍둥이 출산 후 180도 인생 역전. 엄마 노릇도 처음이지만 장애아이 엄마 노릇은 더더욱 처음. 갑작스레 속하게 된 장애인 월드. '장애'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 깜놀. 워워~ 물지 않아요. 놀라지 마세요. 몰라서 그래요. 몰라서 생긴 오해는 알면 풀릴 수 있다고 믿는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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