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독립영화관에서’
‘배우 조민수와 함께 독립영화 보기’ 인디스페이스 현장
‘너와 독립영화관에서’
2018.02.05 17:53 by 송희원

“독립영화는 어디에서 볼 수 있죠? 집 근처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상영하는 데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독립영화를 볼 수 있는 영화관이 따로 있나요?”

-서울 은평구에서 ‘이 아무개’씨가

 

맞다. 질문자가 독립영화관을 찾기 힘든 게 당연하다. 독립영화 상영관은 전국 약 30여 곳에 불과하다. 서울에는 종로구 ‘인디스페이스’와 성북구 ‘아리랑시네센터’ 단 2곳뿐이다. 전국적으로도 대구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 경남 진주 '독립영화관 인디씨네’, 강원 춘천 ‘일시정지시네마’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좀 더 양보해서 예술영화관이지만 독립영화도 상영하는 곳까지 포함시켜도 그 수가 많지 않다. 강릉 ‘독립예술극장 신영’, 인천 ‘영화공간 주안’, 경남 창원 ‘시네아트 리좀’, 광주의 ‘광주극장’ 등이 있다.

<너와 극장에서>(유지영 정가영 김태진 감독 201)  ‘Episode 2. 극장에서 한 생각.’ 스틸
<너와 극장에서>(유지영, 정가영, 김태진 감독 2017) ‘Episode 2. 극장에서 한 생각.’ 스틸

3대 멀티플렉스 체인 극장(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은 전국 417개의 영화관 70% 이상(311개)을 차지한다. 이런 대기업 계열의 멀티플렉스가 전국 스크린 2575개 중 86% 이상(2235개)을 점유한다.(2016 영화진흥위원회)

물론 잘 찾아보면 주변 멀티플렉스에서 상영하는 독립영화를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배정된 스크린 수가 상업영화에 비해 턱없이 적다. 이마저도 주로 관객들이 극장을 찾는 오후 시간이나 주말엔 만나기 힘들다.

3대 체인 극장 중 직접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바로 CGV다. CGV는 ‘아트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전국 열여덟 곳에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을 두고 있다. 흔히 독립영화의 흥행작이라 불리는 <한공주>(22만4천명), <소셜포비아>(24만9천명),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480만1천명)의 배급을 모두 CGV아트하우스가 맡아 했다.

“베스트셀러는 많이 팔리기 때문에 더 잘 팔리는 책이다”라는 말이 있다. 천만 영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요소는 여러 가지겠지만, 스크린 수 확보와 마케팅이 가장 관건이다. 시장점유율 1위의 멀티플렉스 사업자 CGV의 투자·배급 레이블인 CGV아트하우스. 유독 이곳에서 투자하고 배급한 독립영화가 흥행을 많이 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서울 종로구 관수동에 위치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관객라운지
서울 종로구 관수동에 위치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관객라운지

 

| 함께 봐요. 독립영화!

독립영화인들과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시민들은 독립영화의 상영을 위해 다방면으로 힘을 모으고 있다. 그중 하나의 결실이 바로 서울 종로구 관수동에 있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다. 이곳은 스크린 1개에 좌석 수 210개를 가진 작은 영화관이다.

지난달 19일 이곳에선 ‘조민수와 함께 독립영화 보기’라는 이름으로 특별상영회가 열렸다. 배우 조민수는 사비로 210여 명의 관객을 초대해 <공동정범>(이혁상, 김일란 감독, 2016)을 함께 관람했다. <공동정범>은 2009년 1월 20일, 철거민 5명과 경찰 특공대원 1명이 사망한 ‘용산참사’ 이후 억울하게 수감되었던 철거민들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상영회가 열린 이 날은 용산참사 9주기 하루 전날이었다.

배우 조민수는 상영관을 가득 메운 관객들 앞에서 ‘이 영화를 상영작으로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상영작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공동정범>으로 그들의 아픔들을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다면, 한 명이 많이 아픈 대신 우리 모두가 재채기하는 정도로 그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영회에서 무대인사를 하는 조민수 배우
상영회에서 무대인사를 하는 조민수 배우

<공동정범>을 만든 김일란 감독은 ‘용산참사’를 다룬 전작, <두 개의 문>(김일란, 홍지유 감독, 2011)도 연출했었다. <두 개의 문> 역시 인디스페이스에서 2012년에 개봉했다. 총 7만 3천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성공한 이 영화는 그 당시 많은 이들에게 국가폭력의 참상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루에 4회 이상 스크린을 제공하며 상영에 구심점 역할을 했던 인디스페이스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었다.

'조민수와 함께 독립영화 보기' 특별 상영회(좌), 공동정범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조민수와 함께 독립영화 보기' 특별 상영회(좌), 공동정범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인디스페이스는 대기업 멀티플렉스에서 상영하지 않는 영화들, 즉 정치적 이슈를 다룬 영화들의 상영 기반이 되었습니다. 이곳은 멀티플렉스와는 다른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 독립영화전용관의 이미지 중에 재기발랄함이나 신선함은 자본이 쉽게 채택할 수 있는 방식이지만, 액티비즘(activism, 정치적 목적을 위한 행동주의)은 인디스페이스가 아니고선 할 곳이 없습니다.”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부관장 <국내 다양성영화 시장 분석>(2014,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인용

 

Editor's Interview

인디돌잔치 서울연애 인디토크(GV)를 진행하고 있는 이은지 홍보팀장(좌), 최시형 감독.(사진: 인디스페이스)
인디돌잔치 서울연애 인디토크(GV)를 진행하고 있는 이은지 홍보팀장(좌), 최시형 감독.(사진: 인디스페이스)

지난달 8일 인디스페이스 이은지 홍보팀장을 만났다. 독립영화인들과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에게 각별한 공간, 인디스페이스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Q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홍보팀장 이은지입니다. SNS 관리, 홍보물 제작, 관련 단체 및 매체들과 소통 등 전반적인 극장의 홍보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Q ‘독립영화전용관’이 무엇인가요?
간단하게 답을 드리자면 보통 한국 독립영화만을 상영하는 상영관을 말합니다. 멀티플렉스에서는 상영하기 어려운, 상영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영화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그동안 부침이 많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민간과 정책당국의 협력을 통해 2007년 11월 8일 국내 최초의 독립영화전용관으로 개관했습니다. 하지만 채 2년도 못 버티고 휴관했죠. 이명박 정권부터 ‘블랙리스트’가 작동했고 저희도 그 리스트 중 하나였습니다. 반강제로 휴관을 하게 된 것이죠. 영화진흥위원회는 ‘독립영화가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주장을 해왔지만 정작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설립해 운영 중인 독립영화전용관은 계속해서 지원에서 배제됐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2012년 5월 29일 재개관했고, 이후에도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다행히 후원캠페인을 통해 살아남았습니다.

Q 운영은 주로 후원회원비로 이뤄지나요?
인디스페이스는 서울시영상위원회의 지원금, 그리고 영화인들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후원으로 운영됩니다. 나눔자리(좌석 구매), 주춧돌(CMS) 후원은 광화문에서 재개관을 한 2012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인디스페이스 나눔자리 후원회원 리스트와 후원회원 좌석
인디스페이스 나눔자리 후원회원 리스트와 후원회원 좌석

Q 독립영화를 관객에게 알리기 위해 어떤 행사를 진행합니까?
개봉작과 기획전 작품들의 ‘인디토크(감독, 관객들과의 대화)’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2017년 약 170회를 진행). 그밖에 ‘인디돌잔치’, ‘인디다큐페스티발(SIDOF) 발견과 주목’, ‘인디포럼 월례비행’, 출판사 돌베개 ‘책씨’, ‘독립영화 쇼케이스’ 등의 정기상영회도 꾸준히 열리고 있죠. 정기상영회 작품의 대부분은 미개봉작들입니다. 독립영화 중에서도 개봉하지 않은 작품들을 선보여 접근성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죠. 다양한 단체들과 협업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독립영화 파수꾼(윤성현 감독, 2010)에서 주연을 맡은 이제훈 배우(사진: 인디스페이스)
독립영화 파수꾼(윤성현 감독, 2010)에서 주연을 맡은 이제훈 배우(사진: 인디스페이스)

Q 어떤 사람들은 독립영화가 사회적 이슈를 다뤄 무겁고, 한쪽으로 치우쳐 다소 편협하다는 주장을 합니다.
오히려 지금은 상업영화들이 더 편협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독립영화’를 하나의 장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독립영화라는 울타리 안에는 굉장히 다양한 영화들이 존재하는데 말입니다. 근 10년간 영화 산업 내, 특히 독립영화 쪽은 더더욱 비정상적인 정책과 사업이 시행되어 왔습니다. 새로움, 다양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누릴 수가 없게 됐죠. 독립영화, 독립영화전용관이 우리의 생활 반경에 당연하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렵게 시간을 내거나 공을 들이지 않아도 접근이 가능할 수 있도록요.

Q 마지막으로 독립영화인들에게 ‘인디스페이스’는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원하는 건 ‘사랑방’ 같은 곳입니다. 누구나 원하는 때에 친근하게 머무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소수자를 대변하는 영화, 사회를 여러 시선으로 바라보는 다양한 영화들이 관객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TF_독립영화>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꾸려나가는 콘텐츠입니다. 평소 독립영화에 대해 궁금했던 점이 있거나 제보할 것이 있는 분들은 댓글을 달아 주시거나, 메일(ssong@thefirstmedia.net)로 보내주세요:)  

 

필자소개
송희원

목표 없는 길을, 길 없는 목표에 대한 확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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