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플레이스’, 누구나 집에 오면 가족이 된다
전체 ‘가족’관람가, 설 연휴 특선 독립영화
‘마이 플레이스’, 누구나 집에 오면 가족이 된다
2018.02.16 18:01 by 송희원

“설 연휴 가족과 함께 볼만한 독립영화 한 편 추천해줘.”

_엄마가(고양시 일산동구)

설 연휴는 극장가 최대 대목 중 하나다. 가족·친지가 모처럼 모여 영화관을 찾는다. 명절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린이 애니메이션이 흥행한다. 가족영화도 마찬가지다. ‘볼만한 영화 없나’하고 기웃대는 가족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코믹과 감동을 주는 뻔한 스토리일지라도 ‘가족영화’라는 이유로 선택을 받는다. 사실 영화 한 편으로 가족 단합을 기대하긴 어려운 법인데. 

소재만 ‘가족’인 전체관람가 영화보다는 가족이란 의미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 한 편을 추천한다. 박문칠 감독의 2013년 작 다큐멘터리 <마이 플레이스>다.

오랜만에 가족이나 친지와 둘러앉은 밥상 앞에서 “취업했냐?” “결혼은 언제 하냐?” 등의 잔소리를 듣고 방에 숨어 들어온 이들에게, 각자 생활로 바빠서 고향의 가족에게는 방문할 엄두도 못내는 외로운 1인 가구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마이 플레이스(박문칠 감독, 2013)
<마이 플레이스>(박문칠 감독, 2013)

 

| 꼭 ‘정상가족’만 행복한 가족인가요?

박문칠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마이 플레이스>는 동생의 특별하고 ‘정상적’이지 않은 선택에서 출발한다. 보통 대학 나와 취직해서 결혼한 다음 애를 낳지만 동생은 모든 순서를 뒤집고 애부터 가졌다. 그것도 남편 없이 말이다.

부모님은 젊은 시절 캐나다로 건너가 박 감독과 동생을 낳았다. 그러다가 캐나다에서의 안정적인 삶을 버리고 다시 한국으로 역이민 왔다. 박 감독은 한국에서 나름 모범생으로 잘 적응했지만, 동생은 개개인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학교에서 겉돌며 방황했다. 동생은 늘 캐나다에서의 자유로운 생활을 그리워했다. 결국, 학교를 자퇴하고 20살 때 다시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다. 그러던 동생이 캐나다에서 임신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가족들은 남편도 없이 애를 낳겠다는 동생의 선택에 혼란스러워한다. 하지만 동생의 결정을 받아들이고 동생의 아이, ‘소울’이 양육을 위해 의기투합한다. ‘싱글맘’에 대한 한국 사회의 편견을 생각하면 가족 모두에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흔히 아빠, 엄마, 아이로 구성돼야 ‘정상가족’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동생은 가족의 형태가 한 가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혼모가 된 것은 ‘사고’가 아닌, 본인이 원해서 계획 하에 이뤄진 일이라 한다. 그리고 결혼은 제도일 뿐, 애를 낳기 위한 필수 조건은 아니라 말한다.

“소울이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정상, 정상성은 잘못된 개념이야. 평균이 있고 거기에 가까이 있는 게 ‘정상’이라고 보통 얘기해. (가족이라는)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데... 가운데(평균)에 많은 사람들이 있다고 이것을 따르라고 가르칠 수 없어.”(동생 문숙의 영화 속 대사)

마이 플레이스 스틸. 캐나다에서 임신하고 돌아온 동생 문숙이 집에서 요가를 한다.
<마이 플레이스> 스틸. 동생 문숙이 집에서 임산부 요가를 하는 모습.

 

| 마이 플레이스, ‘나의 자리’는 어디인가

영화는 동생과 소울이를 통해서 가족 모두가 ‘마이 플레이스’, ‘나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부모님은 이민 간 캐나다에서도 이방인, 역이민 온 한국에서도 이방인이었다. 박 감독은 한국에서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다녔다. 하지만 퇴사 이후 하고 싶었던 영화일을 시작하고서부터 불안정한 삶을 산다. 동생만큼이나 모두 ‘나의 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며 살아온 것이다. 가족은 ‘소울’이의 양육을 함께 하며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각자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응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편, 아내, 아이로 구성된 가족을 꿈꾼다. 하지만 이러한 ‘정상가족’만이 유일한 가족의 형태는 아니다. 성별, 연령, 국적, 성적 지향에 따라서 매우 다양한 가족 형태가 존재한다. 영화는 사회에서 정상, 비정상으로 가르는 가족의 기준에 의문을 던진다. 그리고 ‘가족’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길 권한다.

“누구나 집에 오면 가족이 된다”는 포스터의 카피처럼, 가족 구성원을 위해 언제나 따뜻한 ‘자리’를 내어놓는 게 가족이다. 가족들은 그 ‘자리’에 잠시 머물며 힘을 얻는다. 그리고 세상 속 ‘나의 자리’를 찾아가는 여정에 기꺼이 다시 나설 수 있게 된다.

마이 플레이스 스틸. 소울이가 다니는 캐나다 유치원 가족사진. 가족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구성됐다.
<마이 플레이스> 스틸. 소울이가 만든 가족 인형(좌),  캐나다 유치원 벽에 붙어 있는 가족사진.

 

Editor's Choice

 

철원기행(김대환 감독, 2014) 포스터(좌), 스틸.
<철원기행>(김대환 감독, 2014) 포스터(좌), 스틸.

가족을 그린 극영화 한 편을 추천한다.

<철원기행>은 폭설이 내린 철원에 가족이 2박 3일 동안 갇히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철원에서 평생을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한 아버지의 정년퇴임식 날. 각자 흩어져 살던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다. 그런데 갑자기 아버지가 이혼 선언을 한다. 아버지의 폭탄선언에 아내와 큰아들 내외, 막내아들은 당황한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그동안 외면했던 서로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철원기행>은 독립영화 전문 사이트 인디플러그에서 다운로드해서 볼 수 있다.

 

※<TF_독립영화>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꾸려나가는 콘텐츠입니다. 평소 독립영화에 대해 궁금했던 점이 있거나 제보할 것이 있는 분들은 댓글을 달아 주시거나, 메일(ssong@thefirstmedia.net)로 보내주세요:)   

 

필자소개
송희원

목표 없는 길을, 길 없는 목표에 대한 확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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