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팔아먹기? 중국판 ‘열정페이’의 현장
학생 팔아먹기? 중국판 ‘열정페이’의 현장
2018.06.21 10:30 by 제인린(Jane lin)

 

중국은 지금껏 우리가 알던 과거의 중국이 아닙니다. 허름하다거나 지저분하단 키워드로 중국을 떠올리는 이는 이제 많지 않죠. 오히려 외제차와 저택을 수집하듯 사들이는 중국 부호들을 더 먼저 떠올립니다. 명실상부 부자나라가 됐단 얘기죠. 그런데, 웬일인지 필자가 알고 지내는 현지인들의 삶은 여전히 고됩니다. 하루 평균 1만원 가량의 일당을 받으며 고된 노동의 현장에 내몰린 이들이 상당하죠.

 

他们说, 그들의 시선

얼마 전 베이징시 인력자원부는 “베이징의 근로자 평균 연봉이 10만 위안(한화 약 1700만원)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베이징 시 소재 기업 근로자의 평균 연봉이 10만 위안을 넘어선 것은 이번에 처음이라고 한다. 지난 2016년에 비해 약 10% 상승한 수치다.

그런데 또 다른 시각도 있다. 베이징에 소재한 국영기업, 대형 민영기업의 일부 근로자를 제외하면, 중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의 연봉 수준은 그야말로 ‘형편없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연일 고소득 근로자의 연봉 수준을 공개하며 부를 뽐내고 있지만, 실제로 현지에서 거주하며 일하는 근로자들은 “어렵다”고 토로하는 상황.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현지 대학 캠퍼스에서 진행하는 졸업생 대상의 취업설명회

 

她说, 그녀의 시선

필자가 지난해부터 캠퍼스에서 만나고 있는 중국의 대학생들의 생활은 비교적 ‘간단’하다. 오전 8시 첫 교시 수업에 출석하기 위해 도보로 15분쯤 되는 기숙사에서 부스스한 머리를 한 채 저마다의 강의실로 몸을 이끄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후 두 시간의 여유 있는 점심시간을 거친 후, 공식적으론 오후 6시에 수업종료. 일부는 다시 기숙사로 가서 휴식을 취하고 휴식 대신 용돈벌이에 나선 학생들은 인근에 소재한 대형 쇼핑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저녁 시간을 보낸다.

이들의 여유로운 일상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한국에서 같은 또래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한국 청소년, 대학생들의 고단한 생활이 눈에 밟힌다. 몇 해 동안 한국 대신 중국에서 일하고 있지만 마음만큼은 언제나 한국을 향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중국 청년들의 여유로운 삶에는 함정이 숨어있었다. 취업 후 손에 쥐게 되는 턱 없이 적은 수준의 월급이 바로 그것이다. 1선 대도시 정부가 내놓는 중국 근로자의 근로 소득 수준과 비교해, 현지인들이 받아 오고 있는, 보다 현실성 있는 임금수준은 시간당 1000원을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저임금 문제는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들에게 더욱 가혹한데,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 전선에 처음 진입하는 학생들은 이 시기에 거듭된 좌절을 겪게 된다. 중국 대학들의 졸업 시즌은 통상 6~7월인데, 이때가 되면 학교와 교류하는 협력회사에서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집 설명회를 개최하고, 학생들은 각 회사에서 제공하는 업무내용과 전공 관련성 여부, 연봉 이외의 다양한 복지 조건 등을 살펴보곤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회사에서 사회 초년생이자, 사회 경험이 전무한 졸업예정자에게 터무니없이 적은 임금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필자와 함께 공부해온 졸업예정자 중 대다수는 사회 경험이 없고, 타지에서 도시로 나와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공부해온 이들이라는 점에서 현지 물정에 밝지 않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부모님들 역시 도시에서 공부하는 자녀를 위해 시골에서 막노동을 하거나, 품팔이를 하는 이들이 대부분인데, 법정시급 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시골의 품팔이 대가 역시 가혹할 정도로 낮다. 그리고 그렇게 모아진 노동의 대가는 곧장 도시에서 공부하는 자녀들의 학비와 기숙사 비용 등에 충당된다.

매년 6~7월 이 시기가 되면 중국 전역에 소재한 각 대학 캠퍼스에서는 졸업을 앞둔 졸업예정자들을 위한 각종 취업 정보가 난무한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학생들은 시골에서 일하는 부모님들의 짐을 한시라도 빨리 덜어드리기 위해 대학에서 소개하는 회사에 입사하는 경우가 많다. 비록 시간당 1000원 미만의 적은 임금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선택지를 고를 여유가 없다는 얘기다. 심지어 이들이 서명하는 계약서엔 1년 단위 이하의 근무를 할 경우 위약금까지 내야하는 경우도 있다.

위약금의 수준은 사회 초년생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1~5만 위안(약 170~850만원) 상당이다. 계약서 자체를 작성해본 적이 없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과도한 위약금까지 걸려있는 계약서를 내민다는 것은 분명 온당치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많은 수의 졸업생들은 이같이 부당한 계약조건을 가진 회사를 선택하고 만다. 이유는 중국 대학의 구조 때문이다. 중국 대학교는 3년제의 일반 전문대학과 4년제의 학사 학위 과정으로 분류돼 있다. 3년제 대학은 우리의 전문대학과 같은 것으로, 이들의 경우 2년은 대학 캠퍼스에서 학위 과정을 위한 수업을 받고, 나머지 1년은 일반 회사에서 ‘실습’이라는 명목하에 취업을 하게 된다.

문제는 이 실습 기간 동안 학생들을 취업시킨다는 명분으로 대부분의 대학 측이 학교와 교류하는 협력업체로 학생을 소개하는 일이 잦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대학 측은 실습 기간을 앞둔 학생들에게 업체를 소개하고, 해당업체로부터 소개비 명목의 돈을 받아 챙긴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소개비 명목 외에도 해당업체로 해마다 몇 명의 졸업생이 취업을 했는지 인원수를 헤아려, 인원수 만큼의 추가 소개비용도 받아오고 있다고 한다.

이같이 검은돈을 움직이는 업체의 연봉과 복지수준이 좋을 리 없다. 대학 측이 챙기는 부정한 돈의 규모만큼 졸업생들은 부당한 계약 조건과 부당한 업무 환경, 전공과 무관한 단순노동의 현장에 놓여지는 셈. 그런데도 대학 측의 이 같은 졸업생 ‘팔아넘기기’는 수십 년째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최근 이 같은 부당 계약조건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인터넷과 SNS 등에 문제를 제기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는데, 대학 측은 오히려 해당 학생들의 기숙사 퇴실을 요구하는 등 졸업예정자들의 생활을 더욱 힘겹게 하고 있다. 외지 생활을 하는 학생들에게 기숙사 퇴실 요구 조치는 곧 취업을 서두르게 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졌고, 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원하지 않는 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해오고 있는 식이다.

필자가 가까이에서 그 면면을 확인하고 있는 중국 근로업체의 횡포와 저임금 문제, 그로 인해 빚어지는 청년들의 고단한 생활은 이 나라가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한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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