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거미가 질 무렵… ‘음악의 숲’
땅거미가 질 무렵… ‘음악의 숲’
2018.06.29 16:39 by 전호현

 

며칠 비가 내려서 인지 유독 청명한 날이었다. 오랜만에 방문한 삼청동은 와이프와 데이트하던 연애시절보다 한결 북적해진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몇몇 일들이 짧은 시간 사이에 급격하게 일어났던 지역 특성(?)도 있고, 마침 퇴근시간이 걸린 탓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그 덕분에 동네는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BAR 옆에 바로 붙은 턴테이블

그 활기찬 동네에 오늘 내가 찾을 ‘음악의 숲’이 위치해있다. 첫 방문은 실패. 이른 시간 탓에 길 잃은 강아지 마냥 주변을 서성이다 두 번째에 겨우 입성할 수 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들어온 손님에 당황하신 사장님. 오픈 시간은 조금씩 변동이 있다며 웃으셨다. 아직 손님이 없는 바에 앉아 맥주를 사이에 두고 이것저것 여쭤보기 시작했다. 가게를 시작한 지 10년, 처음부터 이곳에서 LP BAR를 시작했다고 하셨다. 여느 LP BAR와 마찬가지로 사장님도 역시 어릴 적부터 음악이 좋아 음악다방 같은 곳을 찾아다니며 LP를 수집하다 결국 가게를 열게 되었다고. 가게 오픈 당시만 해도 서울 시내에서 조금 외곽으로 떨어진 외로운 가게였는데 그 후로 주변이 발전하면서 비슷한 LP BAR가 많이도 생겼다 사라졌다고 했다.

여러 명이 둘러앉을 테이블도 많다.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LP와 CD로 음악을 틀지만 다양한 손님의 취향에 맞춰 인터넷을 활용하기도 한다고 하셨다. 지하에 위치해 아지트의 느낌을 풍기는, 맥주는 SELF로 가져다 먹으며 조용히 음악을 즐기기에 딱 맞는 곳이었다. 스피커도 성향에 따라 교체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따뜻한 소리를 좋아해 지금은 KLIPSCH ‘헤레시’ 모델과 ‘5.2’ 모델의 총 4개의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KLIPSCH 스피커는 넓은 공간을 잘 커버해주는 데다 혼이 가진 특성상 아련한 느낌을 잘 전달해 준다. 덕분에 가게 구석구석 부드러운 음색이 가득 차는 느낌이 일품이었다. 게다가 구석구석 깨알같이 달아놓은 색칠된 계란판 방음 등 여기저기 정겨움이 물씬 묻어나는 가게였다.

틀어주는 곡을 LP 위에 살포시 올려놓는다.

‘음악의 숲’이라는 가게명은 친한 선배가 지어준 이름이라고 했다. 큰 의미는 없다고 했지만 가게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작명이었다. 가게도 사람처럼 불리는 이름 따라 변하는 걸까. 좌석은 BAR 자리와 예닐곱 개의 테이블. 사장님은 넓은 가게를 혼자 운영하며 음악에 집중하느라 손님과는 거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조금 무관심해 보여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했지만 그만큼 음악을 위해 방문하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 아닐까. 안주가 소박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고 했다. 이날도 질문이 유독 많은 손님 때문에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하는 와중에도 사장님은 다음 곡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기둥에 붙여진 많은 메모들

LP 외관을 살펴보는 과정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소리를 들어보는 것이다. 요즘 LP 매장에는 턴테이블과 헤드폰을 구비해서 간단히 들어볼 수 있도록 해놓은 곳이 많다. 외관이 아주 깨끗해도 실제 들어보면 잡음이 심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청이 가능하면 들어보는 것이 좋다. 외관에 아무 문제가 없어도 너무 많이 플레이한 음반은 지글거리는 잡음이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들린다. 먼지가 낀 것은 레코드 클리너를 통해서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지만 사용을 많이 해서 잡음이 나는 경우는 방법이 없다. 이런 음반은 수명이 다한 것이기 때문에 전문적인 LP 클리닝 장비를 사용해도 상태를 호전시킬 수 없다. 버리거나 장식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최상이다. 말이 나온 김에 레코드 클리너에 대해서 알아보자. 전문 장비는 기십에서 기백 만원이 넘어 입문자가 구입하기에는 부담이 있다. LP 판매점에 레코드 클리너가 있다면 클리닝 서비스를 받는 것이 좋다. 저렴하면서 나름 효과가 있는 제품으로는 손으로 작업하는 디스크 워셔(Disc Washer) 제품을 추천할 만하다.

(참고: 최윤욱의 아날로그 오디오 가이드)

해가 길어질 대로 길어진 요즘. 동트는 걸 보며 나가, 해지는 것을 보며 돌아오는 것이 이 시대 대부분의 평범한 삶이기에 길어진 하루는 조금 특별하다. 마음이 맞는 동료도 좋고 문득 연락이 닿은 오랜 친구와도 괜찮을 것 같다. 여름의 길목, 오래된 느낌의 애틋한 아지트 같은 이곳에, 길어진 시간 사이로 지친 하루 그 무거운 그림자를 내려놓은 후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떨까. 가장 길어진 해를 만났다는 건 이제 조금씩 그 시간이 짧아진다는 소리니 조금 서둘러 방문해보도록 하자. 아- 이 주변을 돌며 데이트하는 눈엣가시 같은 커플들에게도 추천.

입구에 붙여진 포스터

덧-일요일은 휴무, 오픈은 시간변동이 있으니 주변 경복궁역 유명한 맛집 방문 후도 괜찮을 듯.

덧2-사장님의 추천곡

 

음악의 숲

FOR 퇴근길 직장인들...
BAD GROOVE를 느끼고 싶다면...

/사진: 전호현 

 

필자소개
전호현

건설쟁이. 앨범 공연 사진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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