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Y와 공유문화에서 싹튼 혁신(中)
라인강에서 기원해 황하에서 범람하다
DIY와 공유문화에서 싹튼 혁신(中)
2018.07.26 18:14 by 이창희

수만 년 전 초기 인류는 무엇이든 만들어야 했습니다. 약한 피지컬을 지닌 탓에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도구가 필요했으니까요. 그렇게 우리에겐 오래전부터 만드는 DNA’가 축적돼 왔습니다. 비록 하루가 멀게 신기술이 발달하고 온라인 시대가 열렸지만, 손으로 물건을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최근 이 같은 기술 발달 속에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오프라인에서 제품을 만드는 이들을 칭하는 신조어가 등장했습니다. ‘메이커(maker)’가 바로 그것입니다. 인간의 근원적인 만들기재능과 욕구, 신기술이 결합돼 생겨난 개념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는 메이커란 개념이 뚜렷하게 와 닿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A부터 Z까지 꼼꼼하게 취재해보기로 했습니다. 더퍼스트미디어는 독자들을 위한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메이커에 대한 대략적인 개념은 지난 기사에서 다뤘다. 이번에는 해외로 눈을 돌려보자. 메이커 자체가 서구에서 태동한 개념이고, 현재 발전과 성장의 속도 면에서 그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독일 베를린의 C-base. 여기에서 시작됐다. 메이커들의 문화가. (사진: C-base)
독일 베를린의 C-base. 여기에서 시작됐다. 메이커들의 문화가. (사진: C-base)

| 최초의 메이커 스페이스, 해커들이 만들었다?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인 1995, 독일 베를린의 한 퀴퀴한 골방에 17명의 해커들이 모여들었다. 이곳에서 그들은 협업을 통해 갖가지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자율성을 바탕으로 정보로의 자유로운 접근과 순환을 통해 다양한 것들을 만들고 실험을 거듭했다. 동시에 기업이나 학교, 기관의 지원을 철저히 거부했기에 이권에 휘둘리지 않는 창작 문화가 꽃을 피울 수 있었다. 바로 세계 최초의 메이커 스페이스 ‘C-base’의 탄생이었다.

2004년 창간한 메이크 매거진에 따르면 C-base사람들이 만나 자신의 프로젝트를 작업하며 구성원들이 운영하는 물리적인 창작 장소로 스스로를 규정하고 있다. 공간의 정확한 기능은 만드는 장소에서 구성원에 의해 결정되고, 전통적인 -다운(top-down)’ 방식을 거부하며, 협력과 연대를 토대로 한 구성원 간 공동 작업을 중시한다.

이 같은 역사를 가진 독일의 메이커 스페이스는 지금도 발전 중이다. 독일의 도서관에 불고 있는 메이커 열풍이 그 사례다. 2013년 쾰른 시립도서관을 필두로 수많은 학술 도서관들은 관내에 메이커 스페이스를 구축했다. 이용자들이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3D프린터와 3D스캐너, 레이저 커팅기 등 다양한 설비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2013년에 문을 연 팹 랩 베를린(Fab lab Berlin)’3D프린터, CNC Router, 디지털 기기 등을 갖추고 다양한 실험과 생산을 지원하고 있다.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주로 붙이는 팹 랩이란 용어는 제조(fabrication)‘fab’과 실험실을 뜻하는 ‘lab’의 합성어다.

미국의 대표적인 메이커 스페이스, 테크숍. (사진: Techshop)
미국의 대표적인 메이커 스페이스, 테크숍. (사진: Techshop)

| 민간 자율이거나 정부가 주도하거나이미 일상이 된 메이커

DIY의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에서도 메이커 스페이스는 빠르게 뿌리를 내렸다. 2006년 문을 연 뉴욕의 ‘NYC Resistor’에서는 메이커들을 위한 다양한 클래스와 이벤트가 매일 벌어진다. 메이커들이 모여 작품을 만들고, 그 작품을 다른 이들과 다시 공유하는 방식이 생활화돼 있다.

나아가 미국에서는 민관 협력으로 메이커 인프라 구축에 한창이다. ‘제조업 르네상스를 꿈꾸는 미국은 최근 지역별로 제조업 혁신 연구소를 설치하고 기술 개발 및 비즈니스 모델 발굴을 위한 창작 공간을 늘려가고 있다. 실리콘밸리 최초의 하드웨어 스타트업 플랫폼인 테크숍(Techshop)’은 커뮤니티 기반의 스튜디오로, 이용자들에게 최첨단 도구와 장비를 제공한다. 이들의 슬로건은 ‘Build your dreams here’. 또한 대중 문화형 창의체험공간인 스파크랩에서는 6~12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창조·협력·탐구·실험·발명을 체득하도록 하는 교육도 이뤄지고 있다.

2015년 중국에서 열린 메이커 서밋 현장. (사진: China maker HK)
2015년 중국에서 열린 메이커 서밋 현장. (사진: China maker HK)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미국을 추격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특유의 관 주도형으로 메이커 문화 확산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연내에 전국 28곳의 솽촹(雙創·창업혁신) 시범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리커창 총리는 메이커는 기업가 정신과 혁신의 생명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런 창의성이야말로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 엔진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중국의 메이커 스페이스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각 대학을 중심으로 기술산업 혁신센터가 활발히 운영 중이고, 대도시에서는 공장형 제조기업들이 메이커 집단과 연계해 협업하는 공간을 늘려가고 있다.

일본의 DMM.메이크아키바. 오타쿠들은 여기 다 있다. (사진: DMM.메이크아키바)
일본의 DMM.메이크아키바. 오타쿠들은 여기 다 있다. (사진: DMM.메이크아키바)

일본의 경우 특유의 오타쿠(御宅)가 메이커로 자연스럽게 발전했다. 경제산업성·후생노동성·문부과학성 등을 중심으로 메이커 스페이스 구축에 나서고 있으며, 이는 2014‘DMM.메이크 아키바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전기·전파 계측 등 각종 실험에서부터 시제품 제작 및 생산, 각종 사무 서비스 등을 지원하면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력 플랫폼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음 편 예고] DIY와 공유문화에서 싹튼 혁신()_정부와 기업의 쌍끌이 지원, 메이커 운동에 기름붓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고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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