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양심·몰상식이 더 당당한 나라
비양심·몰상식이 더 당당한 나라
2018.10.12 17:30 by 제인린(Jane lin)

중국에서 오래 지내다 보면 처음에는 낯설었던 풍경이 익숙해질 때가 있다. 그 중 하나는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볼 때 계산 전 음료수 뚜껑을 열고 벌컥벌컥 마신 뒤 계산대에 빈 병을 들이미는 중국인의 모습이다. 다 마신 빈 병을 계산대에 들이미는, ‘선 취식, 후 지불인 셈이다.

 

他们说, 그들의 시선

이는 그나마 양반이다. 음료 진열대를 자세히 살펴보면 음료수 뚜껑을 열어 마신 뒤 교묘하게 닫아놓은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중국에서 처음 생활하는 이들은 아무 것도 모른 채 이런 제품을 구매했다 낭패를 보곤 한다.

문제는 이 같은 사람들이 오히려 더 당당하다는 점이다. 비양심적이고 몰상식한 행동을 저지름에 있어 최소한의 눈치도 보지 않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중국 열차에 탑승하면 예상치 못한 각종 사건을 목격하곤 한다. 그 가운데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건이 바로 남의 좌석을 무단으로 점거한 채 비켜주기를 한사코 거부하는 막무가내식 승객들이다.
중국 열차에 탑승하면 예상치 못한 각종 사건을 목격하곤 한다. 그 가운데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건이 바로 남의 좌석을 무단으로 점거한 채 비켜주기를 한사코 거부하는 막무가내식 승객들이다.

她说, 그녀의 시선

언젠가 허난성 일대에 소재한 장자의 고향을 여행 중이었을 무렵의 일이다. 베이징에서 정저우로 향하는 기차를 이용했는데, 실수로 예매가 늦은 탓에 1등석에 타게 됐다. 열차의 1등석은 1량에 4~6석만 배정된, 비행기로 치면 비즈니스석 정도 된다. 버튼을 누르면 좌석의 높이와 각도를 직접 조절할 수 있어 거의 눕는 자세도 가능하다. 때마다 간식과 음료가 제공되기도 한다.

그런데 기차 시각에 간신히 당도하는 바람에 출발 직전 급하게 열차에 올라타야 했다. 이 때문에 1등석과는 동떨어진 객실칸에 탑승하고 말았다. 1등석이 있는 자리는 열차의 맨 앞 량이었고, 통로가 연결돼 있지 않았다. 결국 다음 정차역까지는 입석으로 가게 된 것.

그렇게 무거운 배낭을 메고 열차 연결칸 통로에 서서 40여분 가량을 서있어야 했다. 4시간보다 길게 느껴지는 40분이 지나 열차는 다음 역에 도착했고, 서둘러 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허나 필자의 좌석은 한 중국인 남성이 점거한 채 보란 듯이 누워있었다. 심지어 제공되는 간식을 먹어치운 뒤 담요까지 덮고 잠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곧바로 남성을 흔들어 깨운 뒤 자리에서 일어날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이 남성은 당황도 하지 않고 비웃음만 날리는 것이었다. 그의 눈에 비친 작은 체구의 외국인 여성에게는 아무런 위협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결국 승무원을 호출하고서야 자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

불쾌한 기분이 가시지 않은 상태로 자리에 앉아 있는데, 잠시 후 둘러보니 그 남성은 천연덕스럽게도 바로 뒷자리에 앉아있었다. 잠시 뒤 좌석 주인이 나타나면서 다시금 한바탕 실랑이가 반복됐다.

험난한 기차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호텔에 도착했다. 문제는 여기에서도 터졌다. 체크인을 마친 뒤 올라간 객실에는 낯선 중국인 남녀 한 쌍이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필자가 방 호수를 잘못 확인했나 싶어 실례했다는 인사를 남기고 뒤돌아 나왔다. 하지만 다시 확인해보니 필자가 배정받은 방이 맞았다.

당장 호텔 직원을 불러 남녀를 쫓아냈지만 불쾌하고 찜찜한 마음은 조금도 가시지 않았다. 추측컨대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의 친구 또는 가족들이 빈 방이라고 여겨지는 방에 무단으로 들어갔던 것으로 보인다.

’점거남’에 이어 타인의 열차 좌석을 무단으로 점거한 채 비켜달라고 요구하는 승객을 향해 욕설을 하거나 소란을 피우는 여성을 일컫는 ‘점거녀’라는 신조어를 낳게 한 인물.(사진: 바이두)
’점거남’에 이어 타인의 열차 좌석을 무단으로 점거한 채 비켜달라고 요구하는 승객을 향해 욕설을 하거나 소란을 피우는 여성을 일컫는 ‘점거녀’라는 신조어를 낳게 한 인물.(사진: 바이두)

기차에서 남의 자리를 무단으로 점거한 뒤 주인이 나타나도 한사코 자리를 넘겨주기를 거부하는 사례, 호텔 방에서 예약 손님을 보고도 비키지 않는 사례를 겪고 나니 그야말로 정이 한 순간에 다 떨어져 나가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사건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온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휴가철인 8월부터 9월 사이 한 달 동안 기차 좌석 무단 점거 사건은 6건이나 된다. 적발된 한 남성은 이 사건이 온라인에서 크게 논란이 되자 자신의 SNS를 통해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 중국 공안국은 그에게 벌금 200위안과 180일 동안 고속열차 탑승금지 처분을 내렸다. 어떤 여성은 끝까지 자리를 비켜주지 않고 버티며 소란을 피우는 모습이 영상을 통해 공개돼 엄청난 공분을 샀다.

개인의 일탈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 중국인 가족은 중추절 연휴를 맞아 기차를 타고 고향을 가는 길에 가족 전체가 난동을 부려 공안이 출동하고 기차의 출발이 지연되는 일도 있었다.

이들을 가리키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점거자(霸座者),’ ‘점거남(霸座男),’ ‘점거녀(霸座女)’, ’점거노인(霸座老)’ ‘점거청소년(霸座小)’점거일가족(霸座一家人)’ 등이다.

타인의 좌석을 일가족이 무단으로 점거한 채 비켜 주기를 거부한 사건이 SNS에 공개돼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사진: 바이두)
타인의 좌석을 일가족이 무단으로 점거한 채 비켜 주기를 거부한 사건이 SNS에 공개돼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사진: 바이두)

이 과정에서 기차 승무원들의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대부분의 피해 승객들은 1차적으로 무단 점거인과 갈등을 빚은 뒤 승무원을 호출하는데, 막상 현장에 당도한 승무원들도 자리를 비워 달라는 요청 정도만 할 뿐 강제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했기 때문에서다.

 

이 같은 승무원의 미적지근한 제재에 점거인들은 더욱 기고만장한 태도를 보인다는 분석이다. 물론 승무원들은 사건 해결을 위한 긴급조치 권한이 없다고 항변한다. 실제로 중국 항공법상 비행기 승무원에게는 승객이 항공기 내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할 경우 직접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돼 있다. 하지만 기차는 그러한 법령이 없는 실정이다. 나아가 소동을 일으킨 가해자를 잘못 제재할 경우 도리어 폭행이나 성추행 고소를 당할 수 있어 적극적인 조치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 같은 문제는 앞으로도 근절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 홍싱신원(红星新闻)’즉각 혹은 사후 징계를 비롯해 현장에서 이들을 제재할 어떠한 공권력도 없다는 것은 앞으로도 열차 내 질서를 어지럽히는 더 많은 사람들이 나타나게 하는 원인이 될 것이라며 정의감 있는 다수의 승객에게 조치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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