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아와지 대지진을 기억하다: 고베 메모리얼파크, 사람과 방재 미래센터
한신·아와지 대지진을 기억하다: 고베 메모리얼파크, 사람과 방재 미래센터
2018.11.23 18:36 by 싸나

1995년 1월 17일에 발생한 한신·아와지 대지진. 우리에겐 ‘고베대지진’으로 알려져 있는 이 참사는 일본 역사상 최악의 재난으로 기록된다. 그 재난의 흔적이 남겨진 ‘메모리얼파크’와 ‘사람과 방재 미래센터’는 미항(美港) 속 거대한 슬픔으로 남아있다.

 

고베대지진 당시 참혹한 풍경(사진:KPG_Payless/Shutterstock.com)
고베대지진 당시 참혹한 풍경(사진:KPG_Payless/Shutterstock.com)

인천에서 비행기로 2시간이면 오사카에 닿는다. 오사카와 인근 도시인 교토, 고베 등 간사이 지역은 봄엔 벚꽃이, 가을엔 단풍으로 물드는 여행지로 유명하다. 특히 일본의 3개 항구도시 중 하나로 꼽히는 고베는 간사이 여행의 백미다. 반짝이는 한 편의 야경으로 기억되는 곳이기도 하다.

 

슬픔을 간직한 고베의 야경은 처연한 아름다움을 지녔다.(사진:KPG_Payless/Shutterstock.com)
슬픔을 간직한 고베의 야경은 처연한 아름다움을 지녔다.(사진:KPG_Payless/Shutterstock.com)

|한적한 공원에서 만난 지진의 흔적, 메모리얼파크

긴 장구 모양의 108m에 이르는 포트타워, 그 아래에 자리한 메리켄 파크는 고베항 개항 120주년을 맞아 조성된 공원이다. 그 옆으로 파도와 범선을 본떠 만든 고베해양박물관과 반원모양의 고베 오리엔탈 호텔이 자리한다. 이 모습은 건너편 대관람차가 서 있는 하버랜드에서 감상할 수 있는 풍경이다.

 

하버랜드에서 바라본 고베항의 모습(사진:KoreaKHW/Shutterstock.com)
하버랜드에서 바라본 고베항의 모습(사진:KoreaKHW/Shutterstock.com)

메리켄 파크를 천천히 걸으면 공원 한편에 일본 지진을 기억하고자 하는 공간을 만난다. ‘고베 메모리얼 파크’다.

1995년 1월 17일 오전 5시 46분, 효고현 남부 규모 7.3, 진도 7의 강진이 발생했다. 직하형 지진으로 고베항 동서 120km 해안선 중 116km가 파괴되었다. 6300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한화 약 156조 원에 이르는 재산피해가 생겼다. 고가도로는 물결처럼 출렁이며 무너졌다. 철길은 엿가락처럼 휘어졌다. 목조건물들은 파사삭 부서졌다.

 

대지진의 흔적을 그대로 보존해 놓은 메모리얼 파크 전경(사진:tishomir/Shutterstock.com)
대지진의 흔적을 그대로 보존해 놓은 메모리얼 파크 전경.(사진:tishomir/Shutterstock.com)

당시 일본은 건물과 다리 등 건축물에 지진공법을 도입해 만들어 지진에 철저하게 대비했다. 하지만 자연의 막대한 힘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이 지진으로 인해 일본은 재난정책을 대대적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동북아시아 허브 역할을 하는 항구도시 고베에 미친 영향은 어마어마했다. 공업이 발달했음에도 역사적인 목조건물들을 잘 보존해 놓은 노력은 오히려 독이 됐다. 약한 목조건물 탓에 피해는 더 가중됐다. 메모리얼 파크에서 볼 수 있는 기울어진 가로등, 솟구쳐 오른 땅 등 그날의 흔적, 그날의 아픔은 먼 시간, 먼 곳의 여행자에게도 충분히 닿는다.

 

|치유하고 대비하는 ‘사람과 방재 미래센터’

메모리얼파크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사람과 방재 미래센터’는 그날의 순간은 물론 복원된 과정을 세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유리 상자 모양으로 말끔히 지어진 센터는 동관과 서관으로 나뉜다. 서관은 1-5층까지 지진관을 구성해 놓았고, 동관은 풍수해와 관련된 전시관과 레스토랑 등을 만날 수 있다. 유리 건물 외벽에 그날의 숫자, ‘1995.1.17.’가 크게 새겨져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사람과 방재 미래센터 전경(사진:tantai pornchanthong/Shutterstock.com)
사람과 방재 미래센터 전경.(사진:tantai pornchanthong/Shutterstock.com)

센터 내 ‘1.17 시어터’에서는 7분가량의 한신·아와지대지진을 재현한 영상을 볼 수 있다. 뉴스 속에서만 접했던 그날의 끔찍했던 상황을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다.

전시관은 딱딱하지 않다.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냈다. 피해 사례와 규모, 당시 상황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해 보여주며, 곳곳에서 지진 피해자들의 증언도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그들은 힘을 합쳐 도시를 다시 세우고,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며 지금의 고베를 만들었다. 그 복구 과정을 세세하게 다뤄 역사의 하나로 남겨두었다. 후손을 위한 배려이고, 다시는 상처를 받지 않겠다는 다짐인 것이다.

지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것을, 그리고 많은 것을 앗아간다. 가족과 친구, 그리고 동물까지. 20만 점이 넘는 기록을 가진 센터를 둘러보며 재난이 결코 멀리 있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태풍과 홍수, 쓰나미, 지진 등 자연재해 앞에 인간이 나약한 존재임을 알게 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비력과 회복력을 보면서는 인간의 단단한 힘을 느낀다.

 

|그럼에도 아름다운 항구도시, 고베

고베는 일찍부터 서양의 문물을 받아 들여온 도시다. 곳곳이 유럽풍 건물로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내는 것도 그래서다. 일본 3대 와규로 손꼽히는 고베소, 일본 3대 온천으로 손꼽히는 아리마 온천, 일본 3대 성인 히메지성 등 일본 여행에서 꼭 가봐야 ‘잇 플레이스’도 그득하다.

특히 하버랜드와 밤바다, 불빛으로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야경은 먹먹할 정도로 아름답다. 그것은 아마 지진의 상처를 딛고 이겨낸 도시에서의 또 다른 감흥일 것이다.

고베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조금 더 특별하다. 2016년 경주 지진과 2017년 포항 지진을 겪은 우리에게 그들의 얘기는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우리에게도 언제든지, 얼마든지 찾아올 수 있는 시련이자 아픔이다. 고베 사태가 발생한 이후 대대적으로 재난정책을 전환했다는 일본의 사례를 깊이 생각해봐야할 이유다.

 

그리프 투어란(Grief Tour)?
전쟁·학살 등 비극적 역사의 현장이나 엄청난 재난과 재해가 일어났던 곳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기 위해 떠나는 여행.

 

*본 콘텐츠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공식블로그에 공동 게재되었습니다

 

 

필자소개
싸나

시시詩詩한 글을 쓰고 싶은 새벽형 인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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