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최고의 재해는 스마트폰? 영화 ‘완벽한 타인’
이 시대 최고의 재해는 스마트폰? 영화 ‘완벽한 타인’
2018.11.26 17:43 by 이지섭

2018년의 우리는 손바닥만한 크기의 스마트폰을 하나씩 지니고 다닙니다. 휴대폰이 스마트해지면서, 우리는 그 안에 많은 것을 담기 시작했습니다. 지도, 달력, 사진, 전화는 물론, 쇼핑이나 금융거래도 몇 번의 터치로 해결할 수 있죠. 심지어 위급한 상황 속에서도 스마트폰은 많은 도움을 줍니다.

출근 전 손쉽게 미세먼지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어플도 다양하고, 행정안전부의 안전지키미 어플 안전신문고처럼 각종 위험상황을 신고할 수 있는 도구도 휴대폰 안에 담겨있죠. 그야말로 인간사의 희로애락, 더 나아가 생로병사에까지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물건이 바로 오늘날의 휴대폰입니다.

 

오늘날의 휴대폰 안에는 인간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사진:William Hook on Unsplash/행정안전부 안전신문고)
오늘날의 휴대폰 안에는 인간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사진:William Hook on Unsplash/행정안전부 안전신문고)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스마트폰'

이렇듯 스마트폰은 유용하게 작용하는 한편, ‘너무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는 바로 그 사실로 문제를 야기하기도 합니다. 어떨 때는 내 손바닥 위의 스마트폰이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느껴질 때가 있을 정도죠.

모든 것을 담고 있는 현대판 판도라의 상자 스마트폰. 이 상자가 열리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요? 여기, 그 상자를 연 인물들이 있습니다.

 

우리 게임 한 번 해볼까?”

40년지기 친구들이 오랜만에 모인 자리, 한 명이 게임을 제안합니다. 각자의 휴대폰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자신에게 오는 모든 문자, 전화, 이메일, 사진을 서로에게 공개하자는 것이죠. 다들 흔쾌히,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을 받아들이지만, 시선은 계속해서 책상 위에 놓여있는 각자의 휴대폰을 향합니다.

7명의 인물들은 분명히 서로를 바라보고 있지만, 머리로는 자신의 휴대폰에 담긴,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잠깐, ! 적막의 순간. 핸드폰이 울리고, 게임은 시작됩니다.

 

┃영화 완벽한 타인’(Intimate Strangers, 2018)

(사진: 네이버 영화)
(사진: 네이버 영화)

고향친구인 석호(조진웅 분)와 태수(유해진 분), 준모(이서진 분), 영배(윤경호 분)는 집들이를 기념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 날의 호스트인 석호와 예진(김지수 분)의 집에 모인 친구들은 각자 개성이 분명한 인물들입니다.

변호사이자 가부장적인 남편 태수, 문학교실을 다니며 종종 시를 읊는 그의 아내 수현(염정아 분). 과거 수차례 사업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연쇄사업마'이자 사랑이 넘치는 사랑꾼 준모, 수의사인 그의 여자친구 세경(송하윤 분). 커플동반 모임에 뒤늦게 '혼자' 도착한 영배까지. 서로를 속속들이 알고 있을, 7명의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인 오늘은, 해가 달을 가리는, 월식(月蝕)의 밤.

월식. 밝은 해는 어두운 달을 가릴 수 있지만 단 하루에 지나지 않습니다. 가려져 있는 것은, 언젠가 드러나기 마련이죠. 모든 사람은 비밀을 지니고 있고, 40년 지기 친구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월식의 밤, 그 비밀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제한된 공간, 무한한 사건

영화 '완벽한 타인'은 월식이 일어나는 단 하루, 단 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테이블을 중심으로 캐릭터들이 빙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는 게 전부죠.

제한된 공간 안에서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영화라기보다는,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습니다. 배우들을 한 공간에 몰아넣고, 비밀을 조금씩 조금씩 흘려보내며 각 인물들의 반응을 보여주는 거죠.

 

모든 일은 이 한 공간에서 벌어진다.(사진: 네이버 영화)
모든 일은 이 한 공간에서 벌어진다.(사진: 네이버 영화)

공간과 시간은 제한되어 있지만,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전혀 예상할 수 없습니다. 그건 바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체가 '인물'이 아닌 '스마트폰'이기 때문인데요, 관객들의 상상력이 허락하는 한, 시시때때로 사건을 뱉어내는 스마트폰에는 제약이 없습니다. 영화는 그렇게 제한된 공간을 무대로, 무한한 사건을 만들어내죠.

 

이게 이게 아주 무서운 거예요 글쎄(사진: 네이버 영화)
이게 이게 아주 무서운 거예요 글쎄(사진: 네이버 영화)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루는 게임은 자신에게 오는 모든 문자, 전화, 이메일, 사진을 서로에게 공개하는 것, 서로의 휴대폰을 공유하자는 것이죠. 스마트폰은 촘촘한 간격으로 인물들의 비밀을 뱉어냅니다. 이에 발맞춰 이야기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죠.

한 인물에게 전화가 오며 몰랐던 비밀이 드러나고, 초점은 자연스레 그 커플에게로 맞춰졌다가, 또 다른 인물에게 문자가 오면서 줌-아웃, 다시 다른 커플에게로 포커스-. 다시 다른 커플로, 또 다른 인물로, 또 다른 친구로... 친구와 친구가 엮이고, 7인의 인물이 얽히고 설키는 형국. 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7명이 큰 테이블 위에서 '이야기'라는 공을 두고 탁구를 치는 것만 같습니다.

극이 후반부로 달려가면서 인물들이 갖고 있는 사소하거나, 치사하거나, 부도덕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비밀들이 드러나지만 그건 그저 표면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이면에는, '스마트폰'과 그로 인한 '무관심'이 있습니다.

 

┃시대가 맞이한 손바닥 속 재해, '스마트폰'

사람들의 삶이 손 안에 담기기 시작하면서 많은 것들이 달라졌습니다. 터치 한 두 번으로 타인에게 접근해 삶을 속속들이 알아볼 수 있게 된 것이죠. 자연스레 관계는 더 넓어졌고, 그 관계망은 거미줄처럼 빽빽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형성된 관계망은 아주 성긴 것입니다. 누군가를 만나고 있는 도중에도, 우리는 상시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친구를 만나 커피를 마실 때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도 스마트폰을 꺼내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주고받죠. 모든 것에 엮이게 되면서 세상만사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관심의 방향은 '사람'이 아닌 '사건'을 향해 있습니다. 가십(Gossip)누군가 숨기는 것을 들춰내고 떠들며 즐기지만 그 '누군가'에는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사건을 향한 관심은 결국엔 텅 빈 것, 무관심과 같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의 비밀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정말로 알릴 수 없는 비밀과, 누군가 알아줬으면 하는 비밀. 후자는 사실 비밀이 아닙니다. 오히려 욕구죠. '내 정체성이 어떠하다'거나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싶다'는 식으로 표현되는, 지극히 인간적인,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고자 하는 '욕구'입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는 그 욕구를 해소해주지 못합니다.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으니까요. 흥밋거리가 아닌, 한 사람의 존재와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도 쉽게 'TMI(Too Much Information)'로 치부됩니다. 우리는 그 사람이 아닌, 그 사람의 결함과 사건을 듣고자 할 뿐입니다.

영화의 영어 제목이 생각납니다. 모두가 '친밀한 타인(Intimate Stranger)으로 살아가는 세상, 현대 사회가 맞이한 새로운 국면의 재해가 아닐까요?

 

(사진:Photo by Jens Johnsson on Unsplash)
(사진:Photo by Jens Johnsson on Unsplash)

┃실제 스마트폰'으로 인한 재난은?

재해얘기가 나온 김에 스마트폰이 야기한 실제사고도 한번 생각해볼까요?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이 지난 6월 만 19~59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자 10명 중 5명이 스스로 `디지털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고 평가했는데요. 스마트폰과 좀비를 합친 스몸비라는 신조어도 그래서 탄생한 것 같습니다. 이들은 이동 중에도 스마트폰만 바라보는 경우가 잦고 이로 인한 안전사고가 크게 증가했죠.

 

(사진:http://www.nocutnews.co.kr/news/4687541)
(사진:http://www.nocutnews.co.kr/news/4687541)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가 보행자 1396명을 대상으로 보도와 횡단보도의 스마트폰 사용실태를 분석한 결과, 보행자의 33%가 스마트폰을 사용했고 횡단보도를 건널 때에도 26%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손 안에 세상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진짜 세상에서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없도록 각별히 주의해야겠습니다.

 

*본 콘텐츠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공식블로그에 공동 게재되었습니다

 

필자소개
이지섭

미스터빈 닮은 꼴. 멍청한 글을 멀쩡하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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