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 대한 믿음으로... 심리지원 사업, 길고 넓게 봐야
아이에 대한 믿음으로... 심리지원 사업, 길고 넓게 봐야
아이에 대한 믿음으로... 심리지원 사업, 길고 넓게 봐야
2014.12.29 13:00 by 권보람


초등학교 2학년인 원동빈(가명)군은 부모님의 엄격한 훈육과 높은 우울을 가진 어머니의 영향으로 주변의 애정과 관심에 늘 목말라 있었다. 원군은 친구들의 꼬투리를 잡거나 선생님께 반항하는 등 관심을 얻고자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고 결국 과잉행동으로 인해 집단 따돌림을 당하게 됐다. 부모님과 선생님의 통제를 벗어난 원군은 점점 과격해졌고 급기야 여학생을 화장실에 가둬 버리는 사고를 일으켜 학원에서 등원 거절까지 당하게 됐다.

원군의 심리치료를 담당했던 석보경 파주문산행복센터  연극치료사는 원 군을 "지각능력과 통찰력이 좋은 아이"라고 표현했다. 치료사와의 첫 만남에서 “사람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원군은 16회기에 걸친 통합예술 치료를 통해 서서히 마음을 열었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집단에 녹아들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보건복지부가 18세 미만 아동가구 4007세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3 한국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의 삶의 만족도는 총 10점 만점에 평균 6.10점으로 OECD 30개 국가 중 최하위를 차지했다.

급변하는 사회와 학업에 대한 과중한 부담감, 경쟁적 시스템으로 인해 우리 아이들의 정서적 피로는 극에 달한 상태다. 9~17세 아동스트레스는 2008년 2.14점에서 5년 사이 2.16점으로 상승했으며, 우울수준은 1.21점에서 1.25점으로 상승했다.

저소득·조손 및 결손가정 아동의 경우 상태가 더욱 심각하다. 삶의 만족도 측정에서 한부모, 조손가정의 경우 10점 만점에 5.24점으로 양부모 가정 아동 6.25점에 비해 뚜렷하게 낮은 만족도를 보였다. 총 4점 만점의 자존감 검사에서도 빈곤가구 자녀와 한부모 조손가구는 각각 평균 2.87점으로 일반가구 2.95점과 양부모가구 2.96점에 비해 낮은 경향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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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아동 정서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심리치료, 상담 등 세심하고 전문적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6~17세 아동의 복지서비스 필요여부’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7.9%가  “정서문제 등에 대한 상담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답하는 등 아동심리정서 지원을 위한 전문 프로그램의 필요성은 이미 보편적으로 공유된 상태다.

심리지원 사업은 개인을 넘어 가족 구성원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필요성이 강조된다. 강미진 파주시문산종합사회복지관 상담사는 “아동은 자기돌봄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성인 심리치료와 완전히 다른 특성을 가진다”면서 “아동의 정서를 돌보는 것은 내담자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 전체를 아우르는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 아동 정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지원 수준은 충분하지 못하다. 마음의 상처는 발견 자체도 어려울뿐더러, 이상을 감지했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극복될 것이라고 간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북파주 지역 역시 청소년의 70.2%가 “성격·자기계발·대인관계 문제를 상담할 프로그램을 원한다”고 응답할 만큼 심리지원에 대한 수요가 높았으나(2011파주시문산종합사회복지관 지역주민 욕구조사 결과보고서) 2012년 행복센터 개소 이전까지 심리지원 전문기관이 아예 갖춰져 있지 않았다.

현재 북파주 유일의 통합예술심리치료 전문 시설로 활동 중인 행복센터는 2014년 3월 GS칼텍스 사회공헌 프로그램 ‘마음톡톡’의 거점기관으로 선정돼 올 한해만 16개 집단 100여 명의 아동·청소년에 대한 심리치료를 지원했다.

성체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이 통합예술치료 중 그린 그림 /파주문산사회복지관 제공


심리지원은 아동과 가정, 사회를 아우르는 통합적 복지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정서를 다룬다는 측면에서 보다 전문적인 지식과 이해를 요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적을 위해 지원 사업을 시작할 경우 오히려 심리지원의 본질을 해칠 수도 있다.

개소 3년차인 행복센터가 모범적인 심리지원기관 모델로 꼽히는 이유는 치료의 대내외적 상황이 ‘아동의 심리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단일 목적 아래 모여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 상담사가 기관에 상주하며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시스템은 치료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강한 장점으로 분류된다. 복지·교육·행정·사업 등 다양한 분야의 실무자가 운영에 개입하는 대신 상담사가 직접 운영을 담당하게 되면 ‘아동 심리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목적에 맞게 치료 세팅을 최적화 할 수 있다.

강 상담사는 “인간과 심리치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의 사전과 사후 모두를 밀도 있게 볼 수 있는 것이 상주 상담사의 특징”이라면서 “집단을 구성할 때도 주 호소문제, 융화 가능 정도를 바탕으로 필터링 하기 때문에 보다 치료에 적합한 세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동·청소년기의 심리불안, 결핍은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고 독립된 가정을 꾸린 뒤 관계를 맺은 다른 개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심리지원의 의미를 중·단기 프로그램 1~2개 안에서 찾으려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심리지원의 가시적 효과에 집중하게 되면 아동과 직접 대면해야 하는 치료사는 단발성 고용으로 인해 지역 착생·장기적 성장도모가 어렵고, 지원기관이 과도하게 개입하게 돼 내담자 비밀보장을 침해하는 등 심리지원 자체의 목적을 흐릴 수 있다.

치료사들은 “심리치료에 효율의 관점으로 다가서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심리치료의 특성상 회기별로 변화하는 내담자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하는 경우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지 행정·경영상의 이유로 기계적인 틀을 요구하는 것은 치료사의 재량을 제한하고 치료의 본질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석 치료사는 “심리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를 믿고 기다리는 것”이라면서 “지원 방식, 프로그램의 이름 등 외적인 것에 매달리기보다 심리지원의 본질에 대한 관계기관의 보편적 이해가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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