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저분하기로 소문난 중국의 공중 화장실, 그 오명의 실체는?
지저분하기로 소문난 중국의 공중 화장실, 그 오명의 실체는?
2019.01.16 09:27 by 제인린(Jane lin)

중국 여행을 다닐 때는 본능적으로 ‘마실 것’을 경계하게 됩니다. 이는 아마도 2014년 중국 곳곳을 여행 다니며 처음 경험했던 중국의 화장실 상태 때문일 겁니다. 눈이 멀 것만 같은 악취, 어디가 용변기인지 분간조차 되지 않는 극도의 지저분함. 당시 허난성(河南) 일대에서 접했던 중국의 공중 화장실은 필자의 상상 저 너머에 존재하는 불결한 공간이었죠. 이후 5년, 중국의 공중 화장실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베이징 연극 ‘처소’의 한 장면.
베이징 연극 ‘처소’의 한 장면.(사진: 웨이보)

 他们说, 그들의 시선

중국의 화장실 문화만큼 ‘더럽고, 누추하다’는 인상을 주기에 적합한 곳이 또 있을까. 사실 화장실이란 공간이 청결함의 상징이 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중국의 화장실이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아는 사람이라면 대번에 고개를 내 저을 정도로 그 악명이 높다. 

중국 정부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중국은 자신들이 가진 화장실에 대해 ‘치부’를 도려내고자, 다양한 방식으로 자국의 ‘화장실’을 연구, 개조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공중 화장실’이 첫 번째 혁신 타깃이다. 

그런데 접근하는 방식이 꽤 재밌다. 최근 현지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과거 중국 정부가 공중 화장실의 위생 척도를 정하는 기준은 ‘파리가 몇 마리인지를 측정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 소식에 여기저기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 위생 기준이야말로 중국 공중 화장실의 위생 수준이 얼마나 형편없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她说, 그녀의 시선

중국의 공중 화장실에 대한 혐오감은 이미 전 세계의 정평이 나있다. 혹자는 ‘혐오를 넘어 공포의 수준’이라고 표현한다. 

집계된 바에 따르면, 현재 베이징 내에 운영되고 있는 공중 화장실의 수는 1만 4000여개를 훌쩍 넘는다. 거대 도시 베이징에 공중 화장실이란 개념이 처음 생겨난 건 지난 1950년대, 당시 중국 정부의 이른바 ‘도시 현대화 작업’의 일환으로 베이징 중심가에 수 천 곳에 이르는 공중 화장실이 건설됐다. 이 화장실은 현재 우리가 이용하는 화장실의 개념과는 많이 달랐다. 벽돌로 담을 쌓은 단순한 형태로, 옆 사람의 ‘작업’이 훤히 보이는 100% 오픈된 형태였다. 

평평한 바닥 위에 두 개의 계단을 쌓은 뒤 해당 계단을 마치 도랑으로 이용하는 형태. 한 줄에 약 5~6명이 나란히 앉을 수 있는데, 바쁜 출퇴근 시간대에는 최대 10명 이상이 빼곡하게 앉아서 배변 활동을 했다는, 심지어 ‘일’을 보며 옆 사람과 수다 삼매경에 빠지기도 했다는 후문도 들을 수 있었다.

 

1950년대 중국의 공중화장실의 형태. 개인적인 공간 없이 탁 트여있으며, 사용자의 배변은 도량형으로 축조된 일자형 배변기를 통해 한 번에 청소되는 형태였다.
1950년대 중국의 공중화장실의 형태. 개인적인 공간 없이 탁 트여있으며, 사용자의 배변은 도량형으로 축조된 일자형 배변기를 통해 한 번에 청소되는 형태였다.(사진: 웨이보)

1960~70년대를 지나면서 정부는 새로운 형태의 화장실을 건축하기에 이른다. 여기서 참고해야 할 것이 과거 중국 가정의 화장실 문화인데, 당시 중국 베이징 지역은 민가 사정 상 대부분의 가정이 가정용 화장실을 따로 짓지 않았다고 한다. 자연히 여러 가정이 공중 화장실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이 시기에 베이징은 도시로 상경한 농민공 들이 득실대던 때라, 자연스럽게 공중 화장실의 이용자도 급증했다. 한번 상상해보라. 매일 아침 동네 사람들이 전부 화장실 앞에 모여 들어 인사와 잡담은 물론, 악취까지 공유하는 모습을 말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공중 화장실의 위생 문제가 금세 사회 문제로 떠올랐고, 급기야 ‘새로운 형태의 화장실 건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게 된 것이다. 

 

1970년대 중국 공중화장실의 외관.
1970년대 중국 공중화장실의 외관.(사진: 웨이보)

화장실 개선 사업을 맡은 중국 시정 관리부서는 곧장 시내에 조성돼 있는 공중 화장실의 위생 실태 점검에 나섰다. 이때 위생의 척도를 재단하는 기준이 바로 앞서 언급한 ‘파리’다. 일명 ‘파리지엄령’으로 불린 이 기준은 공중 화장실 평방미터 당 서식하는 파리가 몇 마리인지를 헤아리는 것. 쉽게 말해 “파리가 지나치게 많은 곳은 화장실을 새로 짓겠다”는 방침이었던 셈이다. 

197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재래식을 탈피한 화장실들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 같은 행보는 특히 80년대 개혁개방, 90년대 아시안 게임을 준비하는 시기 등을 거치며 속도가 붙는데, 혹자는 이를 ‘화장실 혁명’이라고 표현한다. 인구 밀도에 대비해 공중화장실이 수가 지나치게 적은 곳을 파악해 신설작업이 이뤄졌고, 위생 문제에도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베이징 시가지를 중심으로 조금씩 현대적으로 변하는 공중 화장실도 등장했는데, 이 때 건설된 공중화장실 중 일부는 돈을 내고 입장하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국내외 언론에 의해 ‘유료화장실’에 대한 비판적인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베이징 시 정부는 해당 유료 화장실에 대해 전면 무료화 정책을 실시하기도 했다. 
 
1994년, 베이징 시 정부는 ‘수도 공중변소 혁명’을 도입했다. 과거 화장실 건축 및 운영이 중앙 정부의 통제 하에 진행되었다면, 이때부턴 베이징 시정부가 주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하향평준화일 수밖에 없는 국가의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얼마든지 대도시의 품격에 준하는 화장실을 만들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당시 베이징 시정부는 2000년이라는 새로운 세기 진입을 앞두고 있었고, 다수의 대형 국제 행사를 유치해 국제도시로의 발돋움을 준비하던 시기였다. 도심 내 화장실을 국제화 수준에 맞게 개조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에 시 정부는 화장실 혁명을 위해 ‘인간성의 준엄성’이라는 건설 기준을 내세우며 문명적인 인간, 위생, 편리성, 악취 방지 등의 추가 원칙을 정립했다. 화장실의 위생 기준이 파리에서 인간으로 발전하는 데 딱 30년이 걸린 셈이다. 

 

개인 공간이 확보되기 시작한 80년대(왼쪽)의 공중 화장실과 2000년대에 신축된 화장실의 구조.
개인 공간이 확보되기 시작한 80년대(왼쪽)의 공중 화장실과 2000년대에 신축된 화장실의 구조.(사진: 웨이보)

공중 화장실을 둘러싼 중국의 고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베이징 시 정부가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베이징 시내에서 운영 중인 공중 화장실의 수는 1만 4667곳에 달한다. 베이징 인구가 2170만 명이 넘으니, 1만 명당 약 3기의 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한다는 얘기인데, 이는 중국 건설환경부의 규정(도심 내 인구 3000명 당 1기의 공중화장실 운영)에 턱걸이하는 정도의 수치다.
 
하지만 ‘숫자’는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중 앞서 소개한 ‘수도 공중변소 혁명’을 통해 지어진 현대식 화장실이 5398곳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나머지? 나머지는 파리 운운하던 그 때 그 화장실이다. 수치상으론 중국에서 공중 화장실을 이용한 3명 중 2명은 상당히 곤혹스런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수 십년의 노력에도 불구, 여전히 ‘세계 최악의 화장실 문화’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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