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버넌트'로 본 조난상황 생존법(上)
영화 '레버넌트'로 본 조난상황 생존법(上)
2019.01.16 11:45 by 이지섭

"숨이 붙어있는 한 싸워야 돼. 그러니 계속 숨을 쉬렴.

(As long as you can still grab a breath, you fight. Keep breathing)"

 

영화 ‘레버넌트’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 ‘레버넌트’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1820년대 아메리카 대륙. 사냥꾼인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는 아들 호크와 함께 미군 병사들을 요새로 이끄는 길잡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아메리카 인디언 이로카이족의 습격으로 대부분의 동료를 잃고 몇 명만 간신히 살아남게 되죠. 뒤에서는 인디언들이 맹렬한 기세로 쫒아오고 있고, 앞은 험난한 산맥이 막아서고 있습니다. 상황은 갈수록 나빠집니다. 임무 도중 사냥에 나섰던 글래스는 거대한 곰의 습격을 받게 되고, 온 몸이 찢겨져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게 됩니다. 병사들은 이제 길잡이였던 동료를 들것에 실은 채 행군을 강행해야 합니다.

 

휴 글래스와 그의 아들 호크(사진: 네이버 영화)
휴 글래스와 그의 아들 호크(사진: 네이버 영화)

하지만 병사들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쳤습니다. 험준한 산맥과 가파른 비탈길. 무리를 이끄는 대장격인 앤드루 대위는 어쩔 수 없이 글래스를 두고 가기로 결정합니다. 하지만 몸도 못 가누는 사람을 혼자 두고 갈 순 없었죠. 앤드루 대위는 보상금을 주겠다는 말과 함께, 그를 끝까지 지켜 줄 세 명의 지원자를 구합니다. 이에 돈을 밝히는 존 피츠제럴드(톰 하디 분)와 글래스의 아들인 호크, 어린 생도 브리저가 그 자리에 남기로 결정합니다.

 

브리저와 피츠제럴드(사진: 네이버 영화)
브리저와 피츠제럴드(사진: 네이버 영화)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흘러가진 않죠. 원래 재난영화의 백미는 재난 상황에서 발현되는 사람들의 악한 본성을 마주하는 데 있습니다. 피츠제럴드는 사실 글래스를 지켜주기 위해 남은 게 아니었습니다. 그는 글래스를 지키고 있다간 인디언들에게 추격당해 죽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머지 두 명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글래스를 질식시키려고 합니다. 이를 목격한 아들 호크가 온 몸으로 그를 막아섭니다. 그런 호크를, 피츠제럴드는 가차 없이 살해하기에 이릅니다. 글래스는 이 광경을 두 눈을 똑바로 뜬 채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들을 살해한 배신자를 향해 소리치고 싶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아들의 시체를 유기하는 동료, 그것을 지켜보는 아버지. 타오르는 분노,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복수심. 글래스는 반드시 살아남아야만합니다.

 

글래스와 피츠제럴드(사진: 네이버 영화)
글래스와 피츠제럴드(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복수심에 불타는 아버지의 생존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격동하는 온갖 생명이 담겨 있습니다. 글래스, 피츠제럴드, 인디언, 심지어는 곰까지도 살고자 발버둥 칩니다. 생을 향한 갈망. 이들은 삶 자체가 의미입니다. 살기 위해 존재하고, 살아야만 의미 있습니다. 끈적끈적한 피와 부드러운 살로 이루어진 생명. 이는 어떠한 것보다도 더욱 단단합니다.

울컥울컥 쏟아져 나오는, 그 뜨거운 생에 대한 욕망을 보고 있으면 아이러니하게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자들. 불안과 두려움에 온 몸을 떨지만, 매 순간 강렬하게 살아있는 존재들. 그들은 말 그대로 가장 삶다운 삶을 살아가는 자들일지도 모릅니다. 두려움이 아닌 권태로움에 몸을 떨고, 사는 것 자체가 아닌 무언가를 이루는 것에 의미를 두는 요즘. 영화 <레버넌트>는 이런 우리에게 즐거운 상상을 불러일으킵니다.

살을 찢는 혹한 속,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로 상처 입은 몸. 앞으로는 험난한 산맥이 길을 막아서고, 뒤로는 인디언들이 추격해오는 상황. 영화에 몰입할수록 심장이 두근거리고, 조금씩 몸이 달아오릅니다. 물론 우리는 아메리카 대륙의 중서부 강을 따라 모험을 할 일도, 그 광활한 숲 속에서 길을 잃고 곰의 습격을 받을 일도 없습니다. 하지만 상상은 영화를 보는 우리의 특권입니다. 노련한 사냥꾼도, 대지와 소통하는 인디언도, 생존 전문가도 아닌 나. 내가 극한의 상황에 떨어진다면 어떨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영화를 통해 발견할 수 있는 조난 위기 상황의 생존법, 지금부터 하나하나씩 짚어보려 합니다.

 

내가 극한의 상황에 떨어진다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내가 극한의 상황에 떨어진다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불

영화의 주인공인 글래스는 멈추는 곳마다 불을 피우고 야영을 합니다. 이처럼, 야생에 던져진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만 가장 필수적인 것은 단언컨대 ''입니다. 체온을 유지시켜주고, 짐승이 접근하는 것을 막는 불. 사실 불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궁금한 건, 그래서 불을 어떻게 피우느냐는 거죠.

 

단언컨대, 생존을 위해 가장 필수적인 것은 불이다.
단언컨대, 생존을 위해 가장 필수적인 것은 불이다.

수중에 아무것도 없는 상황, 불을 피울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마찰식 점화법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는 꽤 간단한 방식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무수한 나뭇가지들이 보일 겁니다. 손가락보다 얇은 나뭇가지 하나, 그리고 그것보다 더 넓고 평평한 나무 하나, 불쏘시개 삼을 만한 마른 풀들이 있다면 불을 피울 준비 완료입니다. 주변에 약간의 모래가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얇은 나뭇가지는 매끈하게 다듬고, 널찍하고 평평한 나무에는 돌로 작은 흠을 하나 냅니다. 그 흠에 얇은 나뭇가지를 수직으로 맞추고, 손바닥으로 돌려가면서 열기를 가할 겁니다. 흠 안에 엄지와 검지로 잡을 수 있는 양의 모래를 넣으면, 마찰력과 열기를 더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마른 풀들을 밑에 깔고 주변까지 덮은 뒤에, 작은 흠에 얇은 나뭇가지를 수직으로 맞추고, 아래로 힘을 주며 양 손바닥을 빠르게 돌립니다. 손바닥이 내려가면 다시 나뭇가지의 윗부분을 잡고 반복하면 됩니다.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면 성공입니다. 마른 풀로 감싼 채 약하게 바람을 불면 재빠르게 불이 붙습니다.

 

(사진: 8264.com)
(사진: 8264.com)

손이 하나의 드릴 역할을 하게 되는 이 핸드 드릴방식은 약간의 인내심을 필요로 합니다. 땀방울이 흠 안에 들어가선 안 되고, 시간도 꽤 들여야 하죠. 땀을 흘리며 무릎을 꿇은 채 양 손바닥으로 나뭇가지를 돌리는 모습. 누군가에게 싹싹 비는 것 같은 모습은 다소 비루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위대한 작업입니다. 조난상황 속의 인간에게 불은 가히 신과 같습니다. 실제로 40만 년 전 인류가 처음 불을 발견했을 때, 불은 신적인 존재로 여겨졌죠. 인류에게 불을 선물한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를 생각하며, 불을 피우는 데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천천히 피어오르는 연기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식량

불을 피우는데 꽤 많은 열량을 소모했을 테니, 그만큼 충전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글래스처럼 노련한 사냥꾼이 아니고, 숲 속에 어떤 식물을 먹을 수 있는지, 먹어서는 안 되는지 구분하지도 못합니다. 그렇다고 베어그릴스처럼 벌레를 좋은 단백질원으로 삼을 수도 없고요. 도무지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이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선택지는 남아 있습니다. 바로 낚시를 하는 것이죠.

자연재료를 가지고 낚싯대를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낚싯대는 주변에 나뭇가지를 꺾어서 만들 수 있습니다. 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두껍고, 약간의 유연성을 지닐 정도로 얇은 나뭇가지면 좋습니다. 근처에 있는 대나무는 아주 좋은 낚싯대감입니다. 낚싯줄은 근처에 있는 얇은 나무뿌리나 줄기 섬유 등을 활용해 만들 수 있습니다. 두께는 얇되, 끊어지지 않을 정도면 괜찮습니다. 마지막으로 낚시 바늘은 뾰족한 나뭇가지 혹은 가시가 달린 식물 들을 활용하면 충분합니다.

 

레저가 아니다, 생존이다.
레저가 아니다, 생존이다.

낚싯대를 완성하고, 들뜬 마음으로 낚시를 시작합니다. 십 분, 이십 분, 삼십 분 계속해서 기다리지만 고기가 아닌 시간만 낚고 있습니다. 가만히 기다릴 수는 없죠. 조난상황에서 시간은 칼로리와 직결되고, 이를 낭비해선 안 됩니다. 그렇다고 물에 뛰어 들어 고기를 직접 잡겠다거나, 작살을 만들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물고기를 실제로 잡아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맨 손이나 작살을 활용해 물고기를 잡는 건 쉽지 않습니다. 실제는 정글의 법칙과 많이 다릅니다. 그렇다면 우린 어떤 접근법을 택해야 할까요? 다음 시간에 계속 알아보겠습니다.

 

*본 콘텐츠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공식블로그에 공동 게재되었습니다

 

필자소개
이지섭

미스터빈 닮은 꼴. 멍청한 글을 멀쩡하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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