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이 창궐하는 겨울, 영화 ‘28일 후’로 본 바이러스의 세계
홍역이 창궐하는 겨울, 영화 ‘28일 후’로 본 바이러스의 세계
2019.02.19 17:04 by 이창희

연초부터 나라의 보건위생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급성 전염병인 홍역 때문인데요. 이달 중순 대구에서 14명의 홍역환자가 발생하였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서울과 경기, 경북, 전남까지 홍역 확진사례가 이어져, 현재 홍역환자는 40(127일 기준)으로 늘어난 상황입니다. 홍역은 치사율이 높지 않은 대신, 전염성이 매우 높습니다. 또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고, 심할 경우 생명에 지장을 줄 수도 있는 위험한 바이러스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홍역 청정국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이후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홍역이 불과 5년 만에 보란 듯이 부활한 것이죠. 특히 홍역처럼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는 바이러스는 건강한 사람도 부지불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이는 바이러스가 21세기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치명적인 존재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과 경각심은 다양한 영화의 소재로 사용되기도 했는데요. 오늘 소개할 영화가 바로,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해 가정과 사회가 무너지는 사태를 다룬 <28일 후>입니다.

 

2002년에 개봉해 좀비물의 바이블로 등극한 영국 영화 ‘28일 후’.(사진: IMDB)
2002년에 개봉해 좀비물의 바이블로 등극한 영국 영화 ‘28일 후’.(사진: IMDB)

 

┃정체 모를 공포의 바이러스, 그러나 더 무서운 건 바로 인간

영화는 동물 해방 운동가들이 캠브리지의 한 연구실을 습격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연구실에는 분노라는 이름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침팬지들이 대거 감금돼 있었죠. 동물 해방 운동가들은 연구원들을 물리치고 침팬지들을 모두 풀어줍니다. 이 과정에서 여성 운동가 한 명이 침팬지에게 물리게 되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그녀는 주변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그로부터 28일 후,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택배 배달원 짐(킬리언 머피 )은 런던의 한 병원에서 깨어납니다.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니 병원은 텅 비었고, 길에도 사람 한 명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립니다. 짐은 영문을 모른 채 길을 나서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감염자들이 짐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합니다. 이를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짐은 다른 생존자인 셀레나(나오미 해리스 )와 마크에 의해 가까스로 구출됩니다.

 

바이러스로 인해 사라진 사람들과 붕괴된 사회.(사진: 네이버 영화)
바이러스로 인해 사라진 사람들과 붕괴된 사회.(사진: 네이버 영화)

짐은 셀레나와 마크에게서 그간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영국을 덮쳐 정부는 기능을 상실하고 사회가 붕괴됐다는 것입니다. 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단지 알 수 있는 건 체액으로 전염되고, 한 번 전염되고 나면 극도의 분노 상태에 빠져 아무나 보이는 대로 공격하게 된다는 것뿐입니다.

이들은 기약 없는 도망자 신세가 되고,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습니다. 마크가 희생되고, 다른 생존자인 프랭크와 그의 딸 해나가 합류하고, 다시 프랭크가 죽음을 맞죠.

이제 남은 사람은 주인공인 짐과 셀레나, 그리고 프랭크의 딸 해나 뿐입니다. 세 사람은 생존자들을 안전하게 지켜주겠다는 군인들의 라디오 방송을 듣고 맨체스터로 향하고, 군인들과 상봉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곳 역시 안전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좀비 영화의 묘미는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의 추악한 면을 마주하는 것에 있죠. 사실 군인들의 구조신호는 성욕에 굶주렸던 부대원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헨리 소령이 거짓으로 송출한 것이었습니다.

 

차량에 달려드는 감염자.(사진: 네이버 영화)
차량에 달려드는 감염자.(사진: 네이버 영화)

이들은 이제 감염자가 아닌, 인간들로부터 도망쳐야 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군인들에게 발각돼 사형에 처해질 위기를 맞지만, 감염자 한 명을 풀어 군인캠프를 난리통으로 만드는 기지를 발휘해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다시 28일 후. 짐은 어느 외딴 시골농가 침대에서 일어납니다. 셀레나와 해나도 그의 곁에 있습니다. 그때 밖에서 비행기의 굉음이 울립니다. 셋은 밖으로 뛰어나가 ‘HELLO’라는 글씨를 새긴 커다란 천을 펼칩니다. 이를 발견한 영국 공군 전투기가 무전으로 구조 헬리콥터를 요청하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피할 수 없는 인류의 적바이러스

영화에서 나온 바이러스는 끝끝내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 원인도 모른 채 단지 동물에서 인간으로 감염되는 인수(人獸) 공통의 성질을 가졌고,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는 것으로만 묘사됐습니다.

앞서 밝혔듯 바이러스는 모든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위협적인 존재입니다. 건강에 치명적이며, 갈수록 내성이 강해지고 변이가 쉽게 일어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죠. 게다가 한번 발생하면 대체로 빠르게 전염·확산된다는 점에서 재난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염의 심각성과 유행정도에 따라 총 4단계의 국가 전염병 재난 단계를 구성해 놓았습니다.

 

에볼라 바이러스(사진: Virtual Medical Centre)
에볼라 바이러스(사진: Virtual Medical Centre)

최악의 바이러스 사례로는 1970년대에 발견된 에볼라 바이러스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바이러스의 치사율은 최대 90%에 이릅니다. 지난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만 1만여 명의 생명을 앗아간 기록도 있습니다. 이보다 앞서 1940년에 등장한 지카 바이러스는 남미를 주 무대로 삼고 있으며, 태아 소두증과 전신 마비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바이러스는 2012년 중동에서 발견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입니다. 이 역시 전염성이 무척 강한데요. 처음에는 가벼운 감기 증상으로 시작하지만 고열과 기침, 호흡 곤란으로 이어질 수 있고,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2015년 최초로 확진 환자가 발생해 사회적으로 큰 우려를 낳기도 했습니다.

 

최근 발견되고 있는 홍역의 주요 증상인 피부 발진.(사진: CNN)
최근 발견되고 있는 홍역의 주요 증상인 피부 발진.(사진: CNN)

앞으로 또 어떤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하게 될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그 존재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란 건 분명합니다.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예방법이나 치료법이 뚜렷하지 않은 데다, 변종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완벽하게 대처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바이러스를 주제로 다룬 다양한 영화가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이유도 그래서겠죠.

 

┃바이러스는 비위생·부주의를 먹고 진화한다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체액으로 감염됩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체액이 상처나 점막을 통해 옮겨 다니는 것이죠. 에볼라 바이러스 같이 강력한 바이러스는 혈액과 침은 물론이고 대변과 토사물, 소변과 정액, 모유 등으로도 전염이 가능합니다. 특히 사망 후 시신을 통한 감염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시신을 다룰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며, 주사기 등 환자에게 사용한 의료기기 역시 철저히 관리되어야 합니다.

바이러스는 위생과 보건의 허술한 측면을 파고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아프리카와 동남아, 남미 등 위생적으로 취약한 지역에서 바이러스가 주로 창궐하는 이유죠. 따라서 전염병이나 바이러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현장에서는 위생을 관리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특히 재난·재해 현장의 경우, 오염된 환경으로 인해 2, 3차 전염 피해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가 국내 재해 현장에 이동식 세탁구호 차량을 배치하고, 홍수, 지진 등 각종 재난으로 오염된 주민들의 의류와 침구 등을 세탁하는 봉사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또한 기후난민 산모와 신생아 살리기희망싸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것도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세균 감염을 막기 위한 활동이죠. 실제로 재난재해 환경에 노출된 기후난민 산모들은 감염과 합병증에 의해 소중한 생명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깨끗한 환경에서 안전하게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돕는 출산키트나 캠페인 참여자가 직접 만든 신생아용 싸개(손싸개와 속싸개)’를 지원하는 것이 값진 나눔의 손길이 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산모와 아이를 위해 제공되는 신생아용 싸개.(사진: 희망브리지)
산모와 아이를 위해 제공되는 신생아용 싸개.(사진: 희망브리지)

 

*본 콘텐츠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공식블로그에 공동 게재되었습니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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