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발표가 제일 쉬웠어요.”
창업 지원사업의 필수관문, 대면발표 공략법!
“대면 발표가 제일 쉬웠어요.”
2020.06.12 16:17 by 김민주

각종 창업 지원사업 공고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예비창업, 초기창업, 창업도약패키지는 물론이고 지식기술 청년창업, 소셜벤쳐 청년창업 등 사업의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그렇다보니 창업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스타트업 대표라면 누구나 본인의 아이템, 사업시기에 적합한 지원사업 하나쯤은 지원해봤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대체로 지원사업의 경우,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여 1차 심사를 거친 후 발표 평가를 진행, 최종기업을 선정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때 대면평가를 앞두고 기존에 한글파일로 작성했던 사업계획서를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에 옮겨 적게 되며, 주관기관에 따라 전체 페이지 장수, 발표 시간 등을 엄격히 ‘제한’하기도 하고, 혹은 ‘권장’하는 선에서 그치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적합한 후보를 가려내야 한다는 특수성 덕에, 아이템을 투자자에게 소개하는 성격이 강한 발표 중심의 데모데이와 달리, 발표 직후 ‘질의응답’이 길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심사', '평가'라는 분명한 목적 하에 ‘심사위원’을 앞에 두고 진행되는 대면평가. 깐깐한 심사장 분위기를 내편으로 만드는 필승 공략법을 알아보자.

 

대면 평가 필승 공략법을 알려주마!
대면 평가 필승 공략법을 알려주마!

1. 심사, 평가 그리고 심사위원 : 만약 당신이 심사위원이라면? 
하루 수십 개의 아이템을 연속으로 평가하는 심사위원들. 그들에게 사업계획서를 미리 훑어 볼 시간과 여유는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을 기억하자. 한 기업의 자료이자 심사를 거치는 문서인 만큼 보안성과 공정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대부분 당일 그 자리에서 자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즉 심사자들에게도 각 아이템은 오늘 처음 보는 낯선 사업인 셈이다.

‘그저 점수만 매기면 되는 심사가 뭐 그리 어렵겠어?’ 싶겠지만, 평가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발표가 진행될 때 손으로는 서류를 뒤적이며 평가의 근거가 될 부분을 찾아 점수를 적고, 귀로는 발표를 듣는 동시에 눈으로는 발표 자료와 사업계획서를 번갈아 보며, 머리로는 사업성 평가 및 채점을 해야 하는 고된 작업이다. 게다가 본인의 평가 하나에 각 기업의 미래가 달려있음을 알기에 허투루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예비창업자의 사업성을 평가 및 채점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고된 작업이다.
예비창업자의 사업성을 평가 및 채점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고된 작업이다.

단순히 ‘듣기’가 목적이 아닌, ‘평가하며 듣기’를 행하는 심사위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채점에 도움이 될 만한 데이터나 정보는 슬라이드에 시각적으로 넣어두자. 단 복잡하지 않게, 직관적으로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이 좋다. 창업자가 말하는 멘트를 통해 심사자들에게 ‘백이면 백’, 그대로 전달되면 제일 좋겠지만 나의 전달력이 백점이라 할지라도 심사 과정에서 멀티플레이로 행동하며 듣다보면 부분적으로 몇몇 내용을 놓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므로 배점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멘트로 한 번 더 강조해보자. “무엇보다 이 부분이 핵심입니다”와 같은 시그널 멘트 또는 목소리 성량의 변화, 문장과 문장 간의 쉼을 통하여 멘트 전달력을 높일 수 있다.  때로는 각 지원사업 성격에 따라, 또는 정부 사업인지 기업에서 주관하는 사업인지에 따라, 자료 제출 시 유연함의 범위도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슬라이드 순서 변경에 관대한 경우라면 효과적인 스토리 전달을 위하여 약간의 순서를 바꾸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으나, 대체로 ‘심사’라는 틀을 감안하여 채점에 어려움이 없도록 주어진 양식 순서, 즉 큰 줄기를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정부지원사업의 경우, PSST(Problem/Solution/Scale-up/Team) 순서를 지키되 발표 시작과 끝에서 우리의 강조 포인트만 한 번 더 언급하는 전략도 사용해봄직하다.

길게 설명했지만 사실 어렵지 않다. 청중의 입장, 심사위원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처음 보는 아이템과 기업들. 그 틈바구니 안에서 옥석을 가려내야 하는 심사위원의 입장에 서서 우리의 발표자료를 되돌아보자.

 

심사위원 입장에서 발표자료를 만들어보자.
심사위원 입장에서 발표자료를 만들어보자.

2. ‘질의응답’ : ‘찐’이 드러나는 시간 
흔히 지원사업의 경우, 5분 발표 후 15분 내외의 질의응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간혹 전체 20분 중 7~8분 발표 후 남은 시간을 질의응답으로 유연하게 설정하는 경우도 있으나, 어느 쪽이 되었든 질의응답 비율이 주어진 시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같다. 즉 단순히 아이템을 내 입장에서 설명해주는 수준을 넘어 상대가 가진 의문을 제대로 풀어주었을 때 비로소 최종 선정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실제 창업자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질의응답 시간, ‘찐(=진짜)’은 답변의 클래스가 다르다. 얼마나 이 아이템에 몰입해있는지, 이 아이템이 속한 시장을 잘 파악하고 있는지, 얼마나 적극적으로 발로 뛰며 경험하고 있는지… 몇 번의 답변만으로도 쉽게 드러난다. 심지어 사용하는 단어 역시 디테일에서 차이가 난다. 정답을 말해야한다는 압박 하에 이 자리를 모면하기 위한 1차원적인 답변, 착한 답변, 추상적인 답변은 금물이다. 대신 사업화 과정 속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생각, 통찰력을 녹여낸 깊이 있는 답변, 고객을 만나며 얻어낸 생생한 답변, 살아있는 답변을 하자. 이 시장, 이 사업에 ‘찐’으로 임하고 있기에 겪었던 다양한 경험 예시를 많이 드는 것도 좋다.

기존에 다른 곳에서 발표할 때 자주 받았던 질문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에 대한 답변 자료를 필히 추가 장표(appendix)에 넣어두자. 질문 빈도가 잦았다는 것은 그만큼 누구나 궁금해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동일한 질문에 준비된 슬라이드를 펼쳐 설명한다면 더욱 꼼꼼한, 준비된 창업자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단 지원사업 성격에 따라 추가 장표의 삽입이 허용되지 않는 곳도 있어 미리 주관기관 문의는 필수.)

덧붙여, 질의응답 시간이 확보되어 있는 만큼 우리 회사의 모든 것을 5분 발표 중 다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자. 우리에게 좋은 점이 많다고 이것저것 욱여넣고 제한시간에 맞추고자 말을 빠르게 쏟아낸다면, 오히려 화자의 발화 속도와 청자의 생각 속도가 일치하지 않아 멘트는 노이즈(noise)가 되기 쉽다. 한 귀로 흘러들어가 한 귀로 빠져나오는 무의미한 발표, 즉 스무 장 더 발표하려다 단 한 장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수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발표자료에는 핵심만! 청중을 설득할만한 우리의 매력 포인트를 잘 선별해내는 것도 대표가 지녀야 할 역량이다.

 

발표자료에는 매력 포인트만!
발표자료에는 매력 포인트만!

사실상 지원사업의 마지막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대면평가. 이 아이템은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 이 창업자는 끝까지 해낼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면, 여기에 하나 더 상투적인 단어를 보태어 사업에 대한 나의 ‘진심’을 보여줄 수 있다면! 심사위원들에게 최고의 아이템, 최고의 기업이 될 만한 곳을 도울 수 있었다는 보람을 안겨주는 이는 바로 당신이 될 것이다.

 

필자소개
김민주

스타트업의 스토리가 묻어나는, 엣지(edge)있는 피칭을 위해 함께 고민합니다. 매력적인 피칭에는 디테일이 있어야 한다는 모토로, IR 피칭 컨설팅 회사 ‘디테일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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