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없이 못 사는 그녀, 식물성 고기에 매료되다
박서영 에스와이솔루션 대표 인터뷰
고기 없이 못 사는 그녀, 식물성 고기에 매료되다
2020.12.02 14:05 by 이창희

[프로듀스 043]은 충북지역 창업 생태계의 허브인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대표 창업지원 프로그램 ‘스타트업 스쿨’이 배출한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연재 시리즈입니다.

바야흐로 ‘덕후’의 시대다. 무언가 한 가지에 몰입해 있다는 건 그 사람이 즐기고 있다는 뜻이고, 이는 그 자체로 가장 큰 경쟁력이다. 즐기는 자가 무서운 이유는 시행착오도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당장 성공에 다다르지 못할지라도 어떻게든 답을 구해내고 성공을 지향할 수 있는 무한한 원동력이 있다. 박서영(38) 에스와이솔루션 대표 역시 그랬다. 청춘을 고기에 바치며 경험한 시행착오가 비즈니스의 형태로 빚어졌고, 이내 전도유망한 스타트업으로 완성됐다. 그리고 그녀는 여전히 즐기고 있다.

 

박서영 에스와이솔루션 대표
박서영 에스와이솔루션 대표

|고기 맛 하나만 믿고 시작했던 첫 창업의 경험
가녀린 외모와는 달리 강단과 내공이 묻어나는 언행. 박서영 대표의 첫인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박 대표는 어릴 적부터 태권도로 단련된 무술 유단자다. 경찰특공대가 되고 싶어 어려서부터 운동에 매진했고, 대학도 경찰행정학과로 진학했다.

졸업 후 야심차게 도전했던 경찰특공대 시험엔 아쉽게도 낙방했다. 하지만 운동에 일가견이 있는 특기를 살려 피트니스 회사로 선회했다. 2004년 당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외국계 PT(Personal Training) 대기업이었다. 그리곤 이내 서울 명동과 압구정 등의 지점에서 활약하며 소위 ‘잘 나가는 트레이너’로 명성을 떨쳤다. 때 마침 PT 붐까지 일면서 수입도 든든했다. 

안정적인 생활이 지속되던 어느 날 갑작스런 심경의 변화가, 그것도 매우 사소한 계기로 시작됐다. 회사에서 대구에 새로운 지점을 개점하며 책임자로 박 대표를 내려 보내면서다. 대구에 내려간 첫날 저녁, 그는 한 막창 가게에서 눈이 번쩍 뜨였다.

“대구 막창 유명한 건 잘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한 입 먹는 순간 정말 입속에 신세계가 펼쳐지더라고요. 너무나 충격적이고 잊히지 않는 맛이었습니다. 무엇엔가 홀린 듯이 ‘이걸로 창업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당시 먹었던 막창은 특유의 역한 냄새와 질긴 육질을 모두 잡아낸 혁신적인 맛이었다. 이를 재현해낼 수 있다면 승부가 될 거란 확신이 생겼던 이유다. 결심하면 실행에 옮겨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그길로 상경해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모두가 “미쳤다”고 만류했지만 그의 결심은 확고했다.

대구로 내려온 박 대표는 모든 인맥을 총동원하여 막창 수급부터 손질, 관리, 조리 방법까지 익혀나갔다. 거듭된 실험과 실패를 거쳐 ‘맛’을 완성하고, 창업의 인프라를 갖추는 데만 반년 가량이 소요됐다.

고향인 충북 청주로 돌아와 첫 가게를 연 것이 2007년. 당시 청주는 유동인구가 적고 무엇보다 막창이란 음식 자체가 낯선 곳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관내 택시 기사들에게 추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입소문을 의뢰하는 등 구전 마케팅에 많은 공을 들였다. 그 결과 박 대표의 사업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0년 경남 거창을 시작으로 전국 가맹점만 36곳. 막창 프랜차이즈 ‘막돼먹은 막창’의 성공 신화는 그렇게 완성되는 듯 보였다.

 

막창집 사장님 시절의 박서영 대표
막창집 사장님 시절의 박서영 대표

|고기가 위기? 아니 고기가 기회다!
멈추지 않을 것 같은 성장가도는 바로 이듬해 급제동이 걸렸다. 2011년 전국을 덮친 구제역 파동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수십 만 마리의 소와 돼지가 살처분되면서 육류 가격이 폭등했고, 유통업체들은 줄줄이 도산했다. 그동안 막창 원물을 수급해 손질한 뒤 가맹점에 공급하던 박 대표 역시 곤란하기는 매한가지. 이리저리 변화를 시도해봤지만 여의치 않았고, 그 과정에서 금융사기를 당하는 등 악재가 줄을 이었다. 잘나가던 사업이 망가지는 건 정말 한 순간이었다.

비즈니스와 사람에 지친 그에겐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했다. 마침 진득하니 고민해보고 싶은 ‘거리’도 있었다. 막창과 다양한 육류를 취급하면서 ‘보다 질 좋고 건강한 고기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늘 있었는데 이 기회에 이를 깊이 고민해보기로 한 것이다. 모친의 건강도 큰 계기가 됐다. 박 대표의 가족은 구성원 모두가 고기애호가인데, 어머니의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돼 고기 섭취를 줄이라는 처방까지 들은 상태였다.

“채식도 고민해봤지만 영양학적으로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고기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건강을 지킬 수 있으면서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고기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죠.”

2017년, 박 대표는 정열을 쏟았던 기존 법인을 아버지에게 맡기고 혈혈단신으로 에스와이솔루션을 설립했다. 그리고 곧바로 육류 숙성고 연구·개발을 무기로 각종 정부지원사업과 창업교육 프로그램에 응시했다. 그해 충북 새일본부 주관 충북여성창업아카데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이듬해 충남 청년창업사관학교8기로 입교해 후속지원을 받는 등 안팎의 도움도 잇따랐다.

 

박서영 대표가 공들여 개발한 육류 숙성고 ‘스마트 항아리’
박서영 대표가 공들여 개발한 육류 숙성고 ‘스마트 항아리’

이 과정에서 박 대표가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식물성 고기 숙성에 대한 연구였다. 콩 비린내와 떨어지는 식감 등 소비자들의 불만 사항들을 긁어모았고, 차근차근 해법을 찾아나갔다. 원료부터 생산 공정, 숙성까지 다양한 단계의 개발과 테스트가 필요한 작업이었다.

나아가 순수 육류에 식물성 고기를 배합하는 황금비율과 최고의 숙성 방법까지 찾아냈다. 이를 통해 육류 패티와 유사한 조직감 및 우수한 식감을 구현하고 냄새까지 잡을 수 있었다. 고기애호가답게, 고기와 어울리는 다양한 소스 개발도 빼놓지 않았다. 그렇게 탄생한 에스와이솔루션의 첫 작품이 바로 ‘농부가 씨를 뿌린 고기: 미트 체인지’ 브랜드다.

즐기는 자의 경쟁력은 외부에서 먼저 알아봤다. 올해 한국벤처투자의 추천으로 투자 유치까지 성사시켰고,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주관하는 농식품육성기업에도 선정됐다. 현재는 예비사회적기업 승인도 기다리는 중이다.

 

에스와이솔루션의 ‘농부가 씨를 뿌린 고기: 미트 체인지’
에스와이솔루션의 ‘농부가 씨를 뿌린 고기: 미트 체인지’

|건강은 육식과 채식의 두 날개로 난다
에스와이솔루션은 올해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인 ‘스타트업 스쿨’(8기)을 통해 비즈니스를 보다 단단하게 가다듬었다. 지난 10월 해당 프로그램의 졸업식 겸 치러진 데모데이에서 대상의 영예를 차지한 것이 그러한 ‘단련’의 증거다. 최근에는 ‘2020 넥스트 라이징 스타트업 IR피칭’ 대회에서도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경쟁력을 과시했다.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과 전북생물산업진흥원이 주최한 2020 식품 벤처·창업 모의 크라우드펀딩 대회에서는 무려 6189%의 달성률을 기록하며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연이은 수상에도 박 대표는 “상을 받았다는 자체보단, 우리 비즈니스가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기쁘다”면서 “스타트업 스쿨의 수준 높은 강의와 커리큘럼이 정말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에스와이솔루션을 설립한 지 어느덧 3년차에 접어든 박 대표의 다음 목표는 창업도약패키지와 추가적인 연구·개발(R&D)이다. 내년에는 새로운 제조공장 설립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에겐 고기가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 있고, 더 건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때마침 희소식도 들려왔다. 친환경 샐러드로 유명한 스마트팜 기업 ‘팜에이트’에서 에스와이솔루션이 생산하는 식물성 고기에 관심을 나타낸 것. 팜에이트에서 출시하는 밀키트에 에스와이솔루션의 패티를 공급하는 방식의 MOU(양해각서)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20 넥스트 라이징 스타트업 IR피칭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박서영 대표
2020 넥스트 라이징 스타트업 IR피칭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박서영 대표

박 대표의 장기적인 목표는 육식과 채식의 건강한 공존이다. 채식 자체가 문제될 것은 없지만, 현실적으로 채식을 지속하기 어렵고 정보도 충분치 않아 대중화가 어렵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나아가 현재의 채식 제품들은 맛과 식감 측면에서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다.

“채식을 위주로 하더라도 육류 섭취가 필요한 게 인간의 몸이죠. 저희가 만드는 건강한 고기가 그걸 책임질 겁니다. 사실 아직 갈 길은 멀어요. 마케팅부터 연구·개발, 인력 충원까지 당장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죠. 하지만 지금까지처럼 즐겁게 헤쳐 나갈 생각입니다!”

 

/사진: 에스와이솔루션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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