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스트 임한희 기자] <편집자 주> 순국선열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은 후손들의 책무다. 이에 본지는 지난 6월부터 민족병원으로 거듭나고 있는 자생한방병원의 독립운동사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 15일 광복절을 맞아 中편에서 소개한 한의사 독립운동가 신광열 선생에게 대통령표창이 서훈됐다. 이번 기획에서는 그의 장남인 자생한방병원 설립자 신준식 박사의 발자취에 스민 독립운동 정신과 나눔경영 철학을 살펴보고자 한다.
광복 77주년을 맞아 가문의 독립운동 정신을 이어받은 자생한방병원 설립자 신준식 박사의 나눔경영 철학이 재조명되고 있다. 그는 한의사이자 독립운동가인 숙조부 신홍균 선생과 선친 신광열 선생의 후손으로 선대에서부터 이어져 온 ‘민족정신’을 ‘나눔’이라는 방법으로 실천하고 있다.
그가 추구하는 나눔이란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허약해진 사회가 자생력을 기를 때까지 환자를 치료하는 마음으로 따뜻한 손길을 보태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13년 국내 최대 한방 공익의료재단인 ‘자생의료재단’을 통합 출범시켰으며 653억원이나 되는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자생의료재단은 나눔 문화 형성을 목표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선대의 영향으로 국가유공자 대상의 지원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그는 독립운동가를 예우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정착시키기 위해 2019년과 지난해 국가보훈처와 함께 진행한 독립유공자 및 후손에 대한 한방 의료서비스 지원 사업을 필두로 지금까지 총 6억원 규모의 척추·관절 치료를 지원한 바 있다.
또한 생존 애국지사를 직접 찾아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생존 애국지사 한방주치의’ 사업과 올해 체결한 ‘6·25 참전유공자 의료지원 협약’ 등을 통해 의료지원 활동과 대상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그가 이처럼 의료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데에는 선친의 영향이 컸다. 선친 신광열은 해방 이후에도 이어진 뜨거운 애국의식과 함께 의료시설이 낙후된 마을로 17번이나 이사를 다니며 약자를 위한 의료봉사를 실천했다.
그리고 그가 왕진을 갈 때마다 뒷자리를 차지했던 아들 신준식 박사는 “아버지는 늘 의술이 아닌 따뜻한 인술(仁術)을 베푸는 모습을 보여주셨다”고 회상하며 부친의 긍휼지심(矜恤之心)을 현대까지 이어 나가고 있다.
이 외에도 해외에서 거주하다가 영주 귀국한 독립유공자 후손의 안정적인 국내 정착을 위한 ‘주거지원 사업’ 등 의료지원부터 교육지원, 주거지원까지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을 꾸준히 실천했다. 그 결과 국가보훈처로부터 공적을 인정받아 올해 2월 ‘독립유공자 복지증진 공로’ 감사패를 수상하기도 했다.
신준식 박사는 일제의 한의학 말살정책 속 민족의학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앞장섰던 선친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명맥을 이어 나가는 역할도 잊지 않았다.
“청파험방요결을 통해 가전비방을 전수하니 양방과 한방의 장점을 살려 후손들이 한의학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게 하라.”
이는 신광열 선생이 집필한 의서인 ‘청파험방요결’의 맺음말이다. 신준식 박사는 선친이 후대에 남긴 뜻을 잊지 않고 전수받은 가문의 비방을 현대에 맞는 치료법으로 발전시켰다.
선친이 왕진을 갈 때마다 따라 나섰던 그는 탈구 환자를 치료하는 추나요법을 자주 접했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직접 손으로 밀고 당기며 환자의 관절과 근육, 인대 등의 위치를 바로잡아 자세와 체형을 교정하는 치료법이다.
그는 추나요법이 임상에서 활용 가능할 것이라 깨닫고 한의대에 입학해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또한 추나요법의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에 심혈을 기울였고 시범사업 진행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2019년에는 추나요법이 건강보험에 편입되기도 했다.
청파험방요결을 통해 전수된 ‘청파전’도 과학적 검증을 통해 천연물신약으로 개발됐다. 2003년, 척추치료에 쓰이는 한약인 청파전에서 신경재생에 효과를 보이는 신물질 ‘신바로메틴’을 추출해 미국 물질특허를 획득했다. 2011년에는 국내 제약사와 공동으로 천연물신약 ‘신바로’를 최종 시판 허가 받기도 했다.
이처럼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한방치료법을 재정립하고 표준화하는 과정에서 환자들의 신뢰를 얻었고 지금의 자생한방병원이 있게 됐다. 꾸준한 노력과 함께 객관적으로 검증된 한방치료법은 자생한방병원의 강점 중 하나다. 어렵게 발전시킨 민족 고유 처방은 국민의 건강 증진에도 기여하고 있다.
또한 한의학 발전에 이어 그는 후학 양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준식 장학금’을 만들어 매년 사재를 출연하고 이를 전국 12개 한의과대학 및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 선정된 12명의 학생들에게 등록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한의학을 선도해나갈 인재들이 인술을 겸비한 의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제공한 것이다.
신준식 박사의 열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선대의 긍휼지심이 사회 곳곳에 퍼질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취약계층에게도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재난 상황 속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다.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다문화 가족 등 개인 방역물품 구비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에게 6만 장이 넘는 마스크와 손 소독제 4000여 개를 전달했다.
이처럼 신준식 박사는 국가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데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지역사회와의 따뜻한 소통을 통해 의료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번 기획은 상, 중, 하편을 통해 독립운동가로서 나라와 한의학을 지켜낸 신홍균·신광열 선생의 발자취와 선대의 정신을 이어받아 나눔을 펼치고 있는 신준식 박사의 발걸음을 살펴봤다. 신준식 박사는 선대의 발자취에 스민 긍휼지심 철학을 민족병원인 자생한방병원을 통해 여러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