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진리 모아 예술로 재해석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아트 인 메타버스’展 에르네스티나 주 작가 인터뷰
세상의 진리 모아 예술로 재해석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2022.08.24 11:48 by 최태욱

[Artist with ARTSCLOUD]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스타트업 ‘아츠클라우드’ 주최의 국제 미디어 아트페어 ‘아트 인 메타버스’展에 참여했던 해외 작가를 소개하는 연재 시리즈입니다. 

“보다 넓은 세계, 넓은 시각, 다양한 방식에 대해 배우려고 노력했어요. 15개 이상의 국가에서 생활하고 공부했던 이력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죠. 축적된 지식과 경험은 한 곳으로 모입니다. 바로 ‘예술’이에요. 학제 간 이해의 활용도를 바탕으로 새로운 예술의 물결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에르네스티나 주(Ernestina Chu·23, 이하 에르네스티나) 작가는 다양한 경력을 자랑하는 아티스트다. 2018년 ‘AIESEC 글로벌 빌리지 페어’부터 올해 3월 아세안 국제현대미술전 ‘동남아와의 대화’에 이르기까지 5년 간, 30회가 넘는 전시회에 참여할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5개 국어에 능통한 다중 번역가이자, ‘노르딕 차이나 스타트업 포럼’(NCSF)의 이벤트 매니저, 주중 한국대사관의 민간문화대사 등 다양한 직무를 수행하는 활동가적 면모까지 지녔다. 작가는 “경험이 욕망을 부추긴다”고 말한다. 자신의 경험을 학제 간 연구로 연결시키고, 이를 다시 풍요로운 예술 표현으로 승화시키겠다는 다짐이다.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국내에서 진행됐던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에 참여했던 에르네스티나 작가에게, 그녀가 새로이 일으키고자 하는 예술의 물결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에르네스티나 주(사진) 작가
에르네스티나 주(사진) 작가

-다양한 타이틀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간략히 자기소개를 해달라. 
“어릴 적부터 여러 나라에서 생활했고 호기심과 열정도 넘치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들이다. 대부분의 경험들은 언어와 문화, 그리고 예술의 접점에서 이뤄졌다. ‘노르딕 차이나 스타트업 포럼’ 이벤트 매니저, ‘중한문화법률교류센터’ 명예대표, ‘국제 미래 사절 대회’ 심사위원, ‘OOLA 글로벌 크로스 컬쳐 이해 기구’ 설립자 같은 이력들이 그렇다. 이런 이력들은 예술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여러 분야와 맥락에서 예술 창작에 대한 적응을 넓힌다. 앞으로의 방향성도 비슷하다. 여러 분야에서 더 탐구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이를 다양한 예술 장르에 포함시켜 나갈 계획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예술의 길을 추구한다고 말할 수 있다.”

-타 분야의 경험이 예술 창작에 활용되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대학원에서 순수예술 석사 과정을 밟는 동안, 디지털 사회학을 함께 공부했다. 사회학 분야에서 번역가이자 연구자로 일하면서 순수 예술 이상의 것을 보게 됐다. 예술에 매몰되지 않는 자세로, 또 다른 세계를 탐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인사이트는 이내 하나의 작품에 녹아든다. 지난해와 올해 영국의 리프트오프 필름 페스티벌(the Lift-Off Global Film Festival)에 선정됐던 영화 ‘삼사라(Samsara)’가 좋은 예이다. 해당 작품은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라는 철학적 아이디어와 예술 표현을 결합한 작업이었다. 철학적 개념과 사회학적 사상을 시각적, 청각적 표현으로 재탄생시켰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예술적 특징이 어떤 과정을 통해 형성된 것인지 궁금하다. 
“처음에는 그림으로 시작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그림을 그렸다. 감정 표현이 풍부했던 내게 그림은 최고의 매개체였다. 대학에서는 디지털 예술에 눈을 떴다. 특히 비디오 아트를 사용하여 독특한 세상을 창조하는 작업에 매료됐다. 영화 작업을 많이 했던 이유도 그래서다. 이후 슬로바키아와 러시아에서 ‘UN지속가능개발목표’(UN SDGs)의 확산 업무를 하면서, UN SDGs 홍보에 예술을 접목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 경험이 다학제적 연구·방법으로 예술을 표현하고 싶다는 욕망에 불을 당겼다.”

 

에르네스티나 작가의 초기 회화 작품들. 왼쪽부터 Crown, Horse Rider, The Lady
에르네스티나 작가의 초기 유화 작품들. 왼쪽부터 Crown, Horse Rider, The Lady

-다양한 전문성이 결국 예술로 귀결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가지 학문과 경제적 활동들이 있겠지만, 예술은 단순한 산업 이상이다. 예술 작업을 하고 이를 퍼뜨리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가치가 모든 걸 압도한다. 삶은 그저 먹고, 일하고, 자는 것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인류는 끊임없이 미학을 쫒으며 살아왔고, 예술은 계속해서 발전해왔다. 전 인류의 DNA에는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가 강하게 심어져 있다. 그래서 예술은 위대한 주제이고, 그것이 바로 내 인생의 핵심이다.” 

-자신의 포트폴리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소개한다면?
“경력 초기에 했던 유화 시리즈에 애착이 강하다. 각각 왕관(Crown), 숙녀(The Lady), 기수(Horse Rider)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는 사실 자화상 시리즈에 가깝다. 캔버스를 통해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고, 나의 다른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었기에 특히 좋아한다. 디지털 아트웍의 경우, ‘팬데믹(Pandemic)’이라는 짧은 실험 비디오 아트가 기억에 남는다. 2020년의 팬데믹 상황에서 사람과 바이러스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영감을 받았고, 이를 시각 및 음성으로 표현했다. ‘인류의 다음 단계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기다리는 작품이다.” 

 

에르네스티나 작가의 비디오 아트 작품 ‘Pandemic’
에르네스티나 작가의 비디오 아트 작품 ‘Pandemic’

-현재 가장 집중하고 있는 활동은 무엇인가?
“트렌드에 대해 꾸준한 관심과 언어에 대한 강점으로 새로이 집중하게 된 분야가 바로 블록체인, NFT, 메타버스, VR, AR이다. 특히 NFT와 메타버스에서 대중이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크게 봤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대중을 위해 독창적이고 영감을 주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요 주제는 앞서 말한 기술들과 예술, 인간성, 실험영상, 사회학 등이다. 가장 최근에는 시각과 오디오 디자인을 사용하는 예술을 위해 다른 분야의 학자들과 협업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아츠클라우드의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 참여도 그러한 활동의 일환이었나?
“메타버스 영역에서 다른 아티스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는 것은 흥미진진한 경험이다. 더욱이 전시회가 열리는 서울은 내가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도시 중 하나다. 어릴 적부터 한국어를 배웠고, K-Pop 콘서트를 자주 다녔고, 한국 여행하기를 즐겼다. 무엇보다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예술의 인간성을 높이려는 아츠클라우드의 활동에 고무됐다. 이번 전시를 통해 디지털 예술이 터무니없이 복잡한 세계가 아니라, 예술을 더 직관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관문이라는 것이 충분히 전달됐을 줄로 믿는다.”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에 출품했던 작품을 소개해 달라. 
“이번 출품작은 ‘Elevation(고도)’이라는 제목의 실험적인 비디오 작품이다. 삼각형과 점을 사용하여 삶의 구조를 형상화했는데, 이는 삶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이고 추상적인 접근이다. 삶의 원래 느낌을 초월한 높은 버전의 정신 상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Garageband’와 ‘Procreate’ 같은 오디오·비디오 도구를 적절히 사용했다. 이 작품은 내가 2020년부터 만들기 시작했던 짧은 실험 비디오 아트의 연장선상에 있다. 앞서 설명했던 학제 간 연구와 예술의 결합을 시도했던 것도 이때부터다. ‘Elevation’이라는 작품 역시 물, 불, 금, 나무, 흙을 기본 요소로 하는 중국의 도가 학파로부터 영감을 받았고, 실존주의 같은 근대 철학 개념과도 연결된다.”

 

에르네스티나 작가의 실험 비디오 아트 작품 ‘Elevation’
에르네스티나 작가의 실험 비디오 아트 작품 ‘Elevation’

-디지털 전환기를 맞고 있는 예술계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듣고 싶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나왔던 대사를 빌려 ‘혼돈은 사다리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현재의 메타버스와 NFT는 여전히 혼란스럽지만, 그 이면에는 엄청난 기회들을 내포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 NFT를 알게 된 내가, 같은 해에 중국 최첨단 아티스트상을 수상했던 게 그 증거다. 이러한 성취는 또 다른 기회로 계속해서 연결된다. 변화는 거스를 수 없다. 우리 삶에 등장한 기술, 그리고 그 기술로 인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만이 우리를 더욱 성장시킬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명실상부 디지털 아티스트로서, 향후 계획과 포부를 밝혀 달라.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아티스트, 다양한 학문을 섭렵하고 이를 예술로 승화시킨 학제 간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다. 다양한 분야, 주제, 문화를 하나로 모으는 것이 저의 예술적 의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학문적, 실제적, 사회적, 심리적, 철학적, 심지어 정치적 관점을 아우를 수 있는 것이 바로 예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술은 실로 위대한 주제이다. 계속해서 그 일에 도전할 것이다.” 

 

/사진: 에르네스티나 주 작가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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