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식품업체들이 가격인상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오히려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을 올릴 때 원재료 가격과 각종 비용의 가파른 상승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까지 주요 5개 식품 기업의 매출은 평균 14% 가량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5개 기업 모두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줄었고,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영업이익률도 모두 하락했다. 식품업계는 올 초부터 다양한 품목의 가격을 인상해왔지만, 원맥과 대두, 원당 등 원재료 가격 폭등과 각종 비용 상승 부담을 충분히 덜어내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곡물 시세는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2년 전에 비해 많게는 두 배 이상 오를 정도로 급등했지만, 이를 그대로 원가에 반영하면 대부분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30% 이상 올려야 했다”면서, “정부의 요청도 있었고, 소비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에 기업이 상당 부분 부담을 감내하면서 최소한으로 가격을 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1위 CJ제일제당의 국내 식품사업 3분기 누계 매출은 14.2%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2.8% 줄었고 영업이익률도 1.2%p 낮아졌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글로벌을 포함한 전체 식품사업은 K-푸드의 해외 인기에 힘입어 높은 성장세를 보였지만, 국내의 경우 가격인상에도 불구하고 원가와 비용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며 수익성이 다소 떨어졌다”라고 말했다.
동원 F&B의 국내 식품사업 3분기 누계 영업이익은 15.4% 줄었고, 대상 역시 영업이익이 100억 원 가까이 빠지며 7.4%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률도 1.4%p 감소하며 가장 큰 감소세를 보였다. 이 외에도 농심(-1.6%), 풀무원(-0.6%) 등의 수익성도 악화됐다. 식품업계의 일반적인 영업이익률이 5% 전후인 것을 감안하면 영업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실속이 별로 없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원가 부담 증가와 전방위적인 비용 상승이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주요 곡물의 국제 시세는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부터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려오다 올해 초 터진 러-우 전쟁으로 인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주요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국내 식품기업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직격타를 맞은 셈이다. 여기에 팬데믹 이후 크게 상승한 인건비와 에너지, 부자재 등 각종 비용 부담에 달러 초강세까지 겹치면서, 높은 원부재료 가격+각종 비용 상승+달러 지출 급증이라는 ‘트리플 악재’ 상황을 겪었다.
이 같은 리스크에 대응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대부분 기업들은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실제 필요한 인상분만큼 가격을 크게 올리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편, 대부분 업체들은 4분기를 더 힘들게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식품 기업들은 원부재료를 구매한 후 수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생산에 반영하는데, 곡물가격과 달러 환율 등이 계속 오르며 3분기말에 정점을 찍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