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업계의 새로운 흐름 만든 1년…다음 목표는 IP 부자!”
조규석 투니모션 대표 인터뷰
“웹툰 업계의 새로운 흐름 만든 1년…다음 목표는 IP 부자!”
2022.12.30 09:05 by 최태욱

“책상 앞에서 머리 싸맨다고 누가 알아주나요. 스타트업은 역시 발품이죠. 현장에서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달 24일, 일산 킨텍스의 ‘콘텐츠코리아 2022’ 현장에서 만난 조규석(46) 투니모션 대표는 다소 들뜬 모습이었다. 국내의 IP라이선싱과 외주제작 콘텐츠가 총집결된 전문 전시회에서 호평일색의 반응을 얻은 덕분이다. 설립 2년째, 자신이 세운 가설에 대한 신념과 확신을 동력 삼아 달려온 투니모션은 어느새 웹툰 시장에서 존재감을 뽐내는 콘텐츠 스타트업으로 우뚝 섰다. 조규석 대표는 “우리 출사표가 ‘업계의 새로운 흐름을 만든다’는 것이었는데, 이제 슬슬 분위기가 바뀌는 걸 느낀다”고 귀띔한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K-웹툰, 이토록 뜨거운 시장에서 투니모션이 바랐던 새로운 흐름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콘텐츠코리아 2022’에서 만난 조규석 투니모션 대표
‘콘텐츠코리아 2022’에서 만난 조규석 투니모션 대표

| 좋은 콘텐츠의 가치는 결코 사그라지지 않는다.
조규석 대표는 애니메이션 마니아였다. 어릴 적부터 열광했고 대학 전공까지 마쳤다. 이는 생업으로까지 이어졌다. 외주 제작으로 시작해 급기야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를 직접 꾸리기도 했다. 세계 최초의 드론스포츠 애니메이션을 표방한 작품 ‘에어로버’가 그 과정에서 수확한 자산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국내 현실에서 순수 창작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험난했고, 사업적으로도 그리 신통치 못했다. 

‘투니모션’은 그러한 산고(産故)를 거쳐 새로이 탄생한 비즈니스다. 순수 창작물 제작을 위해 현실적인 어려움과 위험을 무릅쓰는 대신 보다 효율적이면서도 확장 가능한 콘텐츠가 필요했고, 오랜 고민 끝에 ‘웹툰의 재활용’이라는 비즈니스 콘셉트가 도출됐다. 

“한 해 평균 웹툰 8000편 정도가 서비스되고 있어요. 이중 극소수만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하죠. 그런데 그 과정이 너무 무겁습니다. 아무리 짧아도 2~3년이 소요되고, 제작비도 만만치 않죠. 훨씬 가볍고 재빠르게 해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원작 웹툰의 열기가 미처 식기 전에 말이죠.”

조 대표의 말은 곧 투니모션의 차별점이 됐다. 원작 웹툰의 원고 이미지를 그대로 활용해 작업 시간을 크게 절약하는 대신, 연출과 사운드의 묘미를 극대화시켜 완성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기존 공정 대비 제작기간은 10분의 1, 제작비는 8분의 1 수준으로 줄이면서도 꽤 볼 만한 애니메이션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비결이다. 원작 삽화에 익숙한 팬들의 충성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관건은 역시 연출력. 어린 시절부터 애니메이션에 빠져 살았던 조 대표는 자신을 감동시켰던 애니메이션의 장면 하나하나 떠올리며 카메라 워크나 인물 동선, 눈동자, 연기 등을 분석했다. 이를 고스란히 정지된 웹툰에 적용시키는 방식으로 생명력을 부여한다. 조 대표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 공동창업자인 여성재 감독님과 2년 정도 기획을 하면서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좋은 연출에 임팩트 있는 음향과 사운드를 보강해 만듦새를 극대화시키는 우리만의 노하우가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조규석 대표가 투니모션 임직원들과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조규석 대표가 투니모션 임직원들과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스타트업의 성장 과정은 무수한 실험과 학습을 통해 창업자의 가설을 증명하는 과정이다. 투니모션의 성장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조 대표가 설립 시점에 세웠던 가설은 크게 세 가지. 첫 번째는 검증된 웹툰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면 시장이 호응할 것이란 예측이었다. 좋은 원작과 그에 준하는 인지도가 확보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최근 OTT 등을 위시하여 웹툰 원작의 영화나 드라마가 선전하고 있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수많은 웹툰이 일회성을 소비되고 사라지는 풍토까지 감안하면, 자원 재활용의 측면에서도 유의미하다. 

두 번째는 투니모션이 애니메이션을 재미있게 만들어 내면 낼수록, 해당 웹툰 역시 다시금 인기를 누릴 수 있을 것이란 가설이다. 이는 원작 웹툰의 IP(Intellectual Property·지적재산권)에 의존하는 투니모션의 사업 구조상 매우 중요하다. 웹툰 창작자나 에이전시의 실질적인 이익이 담보되어야 투니모션이 활용할 수 있는 자원 역시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앞의 두 가지 가설이 모두 검증되고 나면, 자연스레 좋은 원작과의 협업 통로가 꾸준히 열리게 될 것이란 가설이었다. 

그렇다면, 투니모션이 세운 가설의 적중률은 얼마나 될까? 조 대표는 “어느덧 세 번째 단계에 이르렀다”고 호기롭게 말한다. 좋은 웹툰 작품들이 끊임없이 유입되고 있다는 얘기다. 

“초기에는 소위 작품을 ‘구걸’하러 다니던 시기가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가 첫 작품을 론칭하고 그 성과를 보여주자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죠. 거꾸로 우리에게 작품을 만들어달라며 제안하는 상황이 도래한 거예요. 덕분에 훌륭한 파트너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웃음)”

 

투니모션의 애니메이션 제작 예정(2023년) 작품 ‘마왕의 딸로 태어났습니다’(작가: 은민, 여울 / 원작웹툰제작사: 스토리위즈)
투니모션의 애니메이션 제작 예정(2023년)작 ‘마왕의 딸로 태어났습니다’(작가: 은민, 여울 / 원작웹툰제작사: 스토리위즈)

| 검증은 끝났다! “3년 내 IP 부자로 우뚝”
지난해 가을 무렵부터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투니모션은 지금까지 총 5개의 웹툰을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시켰다. 올해에만 3개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선뵈면서 업계의 눈도장을 찍었다. 차기작에 대한 걱정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는 수준. 현재 40개가 넘는 웹툰 작품의 애니메이션화에 대한 협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을 정도다. 조 대표는 “실제 협의 테이블에서 애니메이션 영상화된 작품을 시연해주면 거의 100% 계약이 이뤄진다”고 귀띔했다. 시장 상황도 점점 긍정적인 쪽으로 향한다. 특히 OTT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제작자 입장에선 운신의 폭이 크게 넓어졌다. 

가설 검증에 성공한 투니모션의 남은 숙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 손에 꼽히는 건 작품의 완성도를 위한 기술 고도화다. 특히 스타트업의 최고 자산으로 통하는 혁신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인다. 인공지능(AI) 성우 개발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사운드와 음향효과를 통해 역동성을 끌어올리는 투니모션 작품의 특성상, 향후 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다. 조규석 대표는 “올해 AI 기반 스타트업 ‘자이냅스’와 AI 성우의 연구·개발을 진행했다”면서 “이르면 내년부터 우리 작품에 AI성우들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다 장기적인 목표는 두터운 IP의 확보다. 애니메이션의 외주 제작을 통해 업계에 처음 입문했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며 시련을 경험했던 조 대표이니 만큼, IP에 대한 절박함은 남다르다. 조규석 대표는 “웹툰 시장이 뜨거워지는 이유는 무궁무진한 IP의 보고이기 때문”이라며 “콘텐츠는 결국 IP 싸움이라는 일념하에 가치 있는 IP를 꾸준히 확보해 나가는 쪽으로 회사의 방향성을 맞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투니모션은 최근 부천시 주관의 문화콘텐츠 스타트업 리그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내년 개관예정인 웹툰융합센터 입주 자격과 1억1000만원에 이르는 상금 및 지원금을 수여받았다.
투니모션은 최근 부천시 주관의 문화콘텐츠 스타트업 리그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내년 개관예정인 웹툰융합센터 입주 자격과 1억1000만원에 이르는 상금 및 지원금을 수여받았다.

조규석 대표는 투니모션 설립 당시 출사표를 통해 웹툰 업계의 ‘새로운 흐름’을 강조했다. 웹툰 기업과 애니메이션 기업이 상호간의 가치를 돋우면서 공존·번영하는 흐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바람이자, 스스로 다리의 역할을 하고 싶다는 다짐이었다. 웹툰 기업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는 현재 투니모션의 모습은 그 바람이 어느 정도 성취됐음을 의미한다. 조 대표는 이제 조금 더 욕심을 낸다. 투니모션 만의 독자적인 장르를 구축하겠다는 포부가 그것이다. 

“가장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자는 마음 하나로 시작했어요. 그 과정에서 웹툰을 활용하는 독특한 스타일이 굳어졌죠. 이런 스타일이 대중들을 만족시킨다면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들이 늘어나고, 경쟁사도 생겨날 거예요. 비로소 ‘투니모션’이 하나의 장르로 완성되는 것이죠!(웃음)”

 

/사진: 투니모션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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