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에서 아티스트로…“가상세계의 미학을 연기합니다.”
‘아트 인 메타버스’展 뮤리엘 사고 작가 인터뷰
배우에서 아티스트로…“가상세계의 미학을 연기합니다.”
2023.01.16 14:56 by 최태욱

[Artist with ARTSCLOUD]는 아트 특화 메타버스 스타트업 ‘아츠클라우드’ 주최의 국제 미디어 아트페어 ‘아트 인 메타버스’展에 참여했던 해외 작가를 소개하는 연재 시리즈입니다. 

“연기는 저의 천직이에요. 8살 때부터 줄곧 해왔으니까요. 그런데 ‘내 이야기를 공유하는 방법이 과연 그것뿐일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넘치는 호기심과 상상력을 모두 표현하기 위해선 다른 통로가 필요했던 거예요. 그것이 바로 디지털 아트의 무대였고요.”

뮤리엘 사고(25, Muriel Sago) 작가는 아르헨티나 국적의 다재다능한 아티스트다. 20년 가까이 배우로서 자신을 표현해 왔던 경험을 살려, 콘텐츠 제작과 디지털 아트 분야에서도 개성 있는 포트폴리오를 쌓고 있다. 원천은 왕성한 호기심과 풍부한 상상력이다. 작가는 “연기를 통해 나머지 예술 활동이 자연스레 이어졌고 다양한 매체와의 만남도 이뤄졌다”고 회상한다. 현재 그녀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추상적이며 환상적인 시청각 예술이다. 자신의 외모와 신체에 의존하지 않는 이야기를, 전혀 새로운 세상에서 표현하고 싶은 욕구의 발로다. 지난해 초 국내에서 진행됐던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에서도 독특한 실험 영상을 공개했던 뮤리엘 작가에게, 그녀가 추구하는 ‘연기 변신’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뮤리엘 사고(사진) 작가
뮤리엘 사고(사진) 작가

-아역배우로 시작한 베테랑 배우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예술가가 됐나?
“8살 때 처음 연기를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그 전에도 혼자 연기를 했던 것 같다.(웃음) 꼬마 시절 정원에서 놀 때도 역할극 비슷한 것을 즐기며 나만의 세상에 빠지곤 했다. 대학에서도 연기를 공부했고, 연기 학사 학위까지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야기의 공간을 넓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모습과 움직임을 훨씬 뛰어넘는 시청각적인 표현이라면, 한층 폭넓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랜 연기 경험이 예술 표현이라는 부분에 영향을 줬을 것 같은데?
“아주 어릴 적부터 호기심이 많고 상상력이 풍부했다. 시골에서 자라면서 곤충과 새는 물론,  버려지는 뼈, 돌, 깃털 등 온갖 것들을 가지고 놀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주위에는 자연의 요소와 형태가 가득했고, 늘 그것에 매료됐었다. 연기를 시작한 이후, 그러한 호기심과 상상력에 대한 갈증이 더욱 심해졌다. 특히 영화를 통해서 세계관을 넓혔다. 미야자키 하야오, 팀 버튼, 기예르모 델 토로 등에 큰 영향을 받았다. 순수하게 확장된 상상력과 창의적 자유가 현재의 내 작업에도 많이 반영되었다.” 

 

오랜 연기의 경험을 예술적 표현으로 승화시킨 뮤리엘 작가
오랜 연기의 경험을 예술적 표현으로 승화시킨 뮤리엘 작가

-주로 어떤 작업을 하는지 궁금하다. 대표적인 주제 및 소재를 소개해 달라. 
“어린 시절의 경험과 배우로서의 경력은 나의 상상력과 창조력을 발전시켜줬다. 상상력은 나의 세계를 확장했고, 창조력은 확장된 세계와 민감한 유대감을 형성시켰다. 그러한 능력은 내 작품에서 십분 활용된다. 이를 테면 죽음에 대한 문제 같은 것들이다. 죽음은 매우 원초적이고 강력한 방식으로 내게 영감을 준다. 오가니즘(organism)과 에로티시즘(eroticism)도 내가 추구하는 시적인 공간이다.”

-작가의 작품 중에서 특히 소개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아무래도 첫 작품이 가장 기억난다. 두 편의 추상적인 시청각 작품이다. 각각 ‘상상의 연대기’와 ‘울음의 기원’이라고 이름 붙은 영상물인데, 서로 다른 질감과 모양을 다루고 있다. 이것은 상징과 은유로 가득 찬 시적 언어에 시각적인 통일성을 부여하는 시도였다. 앞서 언급했듯 상상력의 세계관을 확장하고, 확장된 세계에서 민감한 유대감을 발휘하는 과정의 결과물이다. 새롭게 만난 시각 세계에서 나는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트 디렉터나 사진작가 등 동료들과 함께 미학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앞으로도 현실세계를 대체하는 무대에서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디지털 아티스트로서 아트 메타버스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예술계에서 뜨거워지긴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아직 누구도 그에 대해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곳으로 향해야 한다는 걸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사전에 계획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 혁신의 일부가 되었다. 그것이 신비로우며 신기하다. 우리는 기술사의 전환점에 서 있다. 그리고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아티스트가 그 주인공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뮤리엘 작가의 데뷔작 ‘상상의 연대기’(왼쪽)와 ‘울음의 기원’
뮤리엘 작가의 데뷔작 ‘상상의 연대기’(왼쪽)와 ‘울음의 기원’

-아츠클라우드의 ‘아트 인 메타버스’에는 어떻게 참가하게 됐나. 
“처음 전시회 소식을 접했을 때, 동시대의 가장 혁신적인 디지털 아트 작품들을 모은 무대로 나를 초대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나 또한 그 무대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츠클라우드에서 나에게 ”수천 개의 작품들 중에 당신의 작품이 뽑혔다“고 했을 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동과 자부심을 받았다. 왜냐하면 ‘아트 인 메타버스’에 출품했던 작품이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것 중 나와 가장 친밀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아트 인 메타버스’ 출품작을 조금 더 소개해 달라. 
“디지털 창작 해커톤의 틀 안에서 만들어진 1분짜리 시청각 초상화 ‘나의 자화상’이다. 이 작품을 작업할 당시 우리는 감염병으로 인한 셧다운 상태였다. 완전히 봉쇄되어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기술 장비에 접근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단순히 휴대폰으로 녹화하고 컴퓨터로 편집하는 식으로 과정을 간소화해야했다. 그것은 내용이나 형식면에서 모두 실험적이었다. 나는 나의 내면에서 말을 걸어오는 이미지를 발견했고, 그 이질감을 기초로 모든 것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마음을 열고 마주하다보니 그것은 더 이상 내가 아니라 나의 시적인 상대자이며, 나를 강요하고 소비하는 괴물 같은 존재임을 깨달았다.”

 

‘아트 인 메타버스’ 출품작 ‘나의 자화상’(영상 캡처)
‘아트 인 메타버스’ 출품작 ‘나의 자화상’(영상 캡처)

-앞으로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은지 포부를 밝혀달라. 
“디지털 세계는 나의 상상력과 창조력의 한계를 시험하기 좋은 무대다. 끝없이 확장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도구를 제공한다. 앞으로도 몰입하기 좋은 디지털 세상에서 탐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무엇보다 ‘상상력’으로 기억되는 작가가 되고 싶다. 인간보다 자연에 더 가까이 다가간, 전혀 새로운 유기체의 특별한 몸짓을 표현하고 싶다.”

 

/사진: 뮤리엘 사고 작가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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