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트와 해학으로 동시대의 초상을 그리는 디지털 아티스트
‘아트 인 메타버스’展 나스티야 이크소바 작가 인터뷰
위트와 해학으로 동시대의 초상을 그리는 디지털 아티스트
2023.01.27 23:11 by 최태욱

[Artist with ARTSCLOUD]는 아트 특화 메타버스 스타트업 ‘아츠클라우드’ 주최의 국제 미디어 아트페어 ‘아트 인 메타버스’展에 참여했던 해외 작가를 소개하는 연재 시리즈입니다.

“전 세상이 정말 재미있다고 느껴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다양한 해프닝과 아이러니가 넘쳐흐르잖아요. 그런 것들을 표현하고 싶더라고요. 문자 그대로 ‘재미있는 것’을 자유롭게 그리고 싶었어요. 느지막이 예술가로 나서게 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죠.”

나스티야 이크소바(37, Nastya Ikusova) 작가는 ‘사람’에 주목하는 디지털 아티스트다. 심리학 전공자라는 특이한 이력이 사람을 들여다보게 했고, 광고‧출판 분야 일러스트레이터로 8년 넘게 활동했던 경험이 표현의 욕구를 부추겼다. 현재는 디지털 일러스트나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표현하는 프리랜서 예술가로 활동한다. 활동의 원천은 남다른 위트와 해학이다. 처음 도전했던 장르가 ‘웹 만화’였을 정도로 재미에 진심인 편. 삶과 사람에 대한 관심은 디지털 페인팅의 영역에서 꽃을 피웠고, 독특하고 유쾌한 작가만의 스타일로 굳어졌다. 지난해 초 국내에서 진행됐던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에서도 특유의 유쾌함을 선사했던 나스티야 작가에게, 그녀가 관찰하는 세상에 대해 들어봤다.

 

나스티야 이크소바(사진) 작가
나스티야 이크소바(사진) 작가

-심리학 전공이라는 것이 특이하다. 어떻게 작가가 됐나. 
“어릴 때부터 사람의 생각에 관심이 많았다. 사람들의 성격이나 표현, 사람들 간의 관계 같은 것들을 공부해보고 싶었다. 정확한 전공명은 ‘임상심리학’이다. 정신 분열증에 대한 졸업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24살 때부터였다. 나에게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들을 재미있게 그려보고 싶었다. 아직도 열심히 배우고 있는 중이지만, ‘빼어나게 잘 그린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웃음).”

-작품을 통해 전달하는 이야기는 어떤 것들인가. 
“2009년에 웹 만화를 연재하면서 작가로 데뷔했다. 이후 지금까지 150개 이상의 디지털 예술 작품을 만들었는데, 대부분 다양한 캐릭터와 사람들의 초상화 작품이다. 표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삶의 관찰이다. 관찰의 의미는 내가 보는 모든 것이 주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음악이 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아마추어 첼로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음악의 영역은 나의 주된 관찰 대상 중 하나다. 심리학이라는 학문적 기반이 있는 만큼 사람에 대한 표현이 유독 많다. 성향이 긍정적인 편이라 대부분 밝고 유쾌하게 표현된다.” 

 

니스티야 작가의 작품은 음악을 주제로 사람을 다룬 것이 많다. 사진은 2019년作, ‘Concert listeners’
니스티야 작가의 작품은 음악을 주제로 사람을 다룬 것이 많다. 사진은 2019년作, ‘Concert listeners’

-현재는 디지털 페인팅 방식을 차용한다. 기술적인 특징은 무엇인가. 
“하고 싶은 것을 추구하다보니 지금의 스타일로 발전됐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 순간의 감정을 온전히 전달하는 것에 집중한다. 표현하고자 하는 뉘앙스를 잃지 않기 위해 빠르고 감정적으로 작업하는 편이다. 통상 식사나 휴식 같은 것에 방해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 두곤 하루 만에 작품을 만들어 낸다. 그러다보니 디지털 페인팅의 속도와 유연성이 잘 맞는다. 빠르게 표현하고 즉각적으로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로 활용하는 툴은 ‘포토샵’이다. 다양한 질감과 원시적인 선을 결합하기에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NFT와 메타버스 같은 새로운 기술에도 주목하고 있다.”

-예술가로 데뷔한 이후 기억나는 활동들을 소개한다면. 
“세계관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든 건 4년 전부터다. 그때부터 독자적인 예술가로서의 자신을 깨닫고 작품을 통해 이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 출발점이 됐던 미국(LA) 전시회가 기억난다. ‘Far from Moscow’라는 그룹 전시회였는데, 러시아의 코믹북을 주제로 하는 무대였다. 2019년 러시아 노보크즈네츠크에서 진행된 도시예술전 ‘Self-portrait’, 2021년 스페인 사라고사에서 열린 ‘Apila's First Printing Award’도 인상적으로 기억되는 활동들이다.”

 

작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에서 영감을 얻는다. 사진은 작가의 2020년作 ‘Man and Woman’
작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에서 영감을 얻는다. 사진은 작가의 2020년作 ‘Man and Woman’

-아츠클라우드의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예술과 관련된 국제 행사를 소개하는 러시아의 한 매체로부터 ‘아트 인 메타버스’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내 작품이 대부분 디지털로 구성되는 만큼 큰 관심을 갖게 됐다. 디지털 작품만 전문으로 소개하는 행사가 흔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내 참가를 결심하고 준비했는데, 결과적으로 매우 멋진 기회를 얻었던 셈이다. 나의 작품이 전 세계에서 100번째 안에 들었고, 한국에서 소개되었다는데 무한한 감사와 기쁨을 느낀다.”

-‘아트 인 메타버스’에 출품한 작품을 소개해 달라. 
“‘Choir’라는 이름의 디지털 페인팅이다. 이 작품은 나름 역사와 전통이 있다. 내가 처음 웹 만화로 그렸던 캐릭터를 다시 소환해서 완성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작품 속에서 튜바를 연주하는 캐릭터가 그 주인공이다. 베네수엘라 소녀 마리안나로, 자신감이 넘치고 때로는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기도 하는 녀석이다. 이 작품은 일종의 소동극이다. 합창단에서 마리안나가 갑자기 튜바를 연주하며 폭주하고 있는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해당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궁금하다. 
“이 작품을 본 후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한 쪽은 사람들을 당황시키는 주인공의 돌발 행동을 지적한다. 다른 쪽에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누구나 온전히 자신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사람은 때때로 자신이 부족하거나 부끄럽다고 느낀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작품은 호소하고 있다. ‘자신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이다. 그 모습이 때론 우스꽝스럽거나 부조화처럼 보일지라도 우린 용기를 내야한다. 왜냐하면 인생은 독특한 목소리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풍성해지기 때문이다.”

 

'아트 인 메타버스' 출품작 ‘Choir’(2020)
'아트 인 메타버스' 출품작 ‘Choir’(2020)

-향후 어떤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은지 포부를 밝혀달라. 
“내 작품은 대부분 다른 사람들에 대한 것이다. 특히 사회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사회에 부적응한 사람들, 세상에 화가 잔뜩 나 있는 사람들이 많다. 작품을 통해 그들의 특이함, 존재할 권리, 그들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능력을 일깨워주고 싶다. 상업적인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오래 했기 때문에, 순수 예술에 대해 여전히 큰 재미를 느낀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나의 관심사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다. 또한 NFT를 비롯해 새롭게 떠오르는 도구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탐구해보고 싶다.” 

 

/사진: 나스티야 이크소바 작가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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