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의 세계관을 탐구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아트 인 메타버스’展 응우옌 당투트램 작가 인터뷰
‘사이버펑크’의 세계관을 탐구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2023.02.01 12:55 by 최태욱

[Artist with ARTSCLOUD]는 아트 특화 메타버스 스타트업 ‘아츠클라우드’ 주최의 국제 미디어 아트페어 ‘아트 인 메타버스’展에 참여했던 해외 작가를 소개하는 연재 시리즈입니다. 

“제가 그리는 세상은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나 게임 ‘사이버펑크 2077’ 같은 곳과 비슷해요. 최첨단 기술과 냉혹한 영혼이 뒤엉킨 세상이죠. 기술과 기계가 지배하는 도시 한복판을 무대로 싹트는 예술혼, 뭔가 비장하지 않나요?(웃음)”

응우옌 당투트램(Nguyen Dang Tu Tram, 24) 작가는 사이버펑크(Cyberpunk‧컴퓨터 기술에 의해 지배당하는 무법적인 사회를 표현하는 SF의 하위 장르) 마니아다. 어린 시절부터 즐겼던 비디오 게임과 인디 음악, 그리고 몇 편의 인생영화가 모두 사이버펑크의 세계관을 담고 있다. 게임 디자인과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사회생활 경험을 쌓은 것도 이러한 취향의 발로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접한 미래도시는 ‘나만의 세상’을 꿈꾸게 했다. 그 세상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오랫동안 단련했던 그림으로 구현된다. 작가 스스로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는 나 역시 창조자가 된다”고 말하는 이유다. 지난해 초 국내에서 진행됐던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에서도 자신만의 세계관을 뚜렷이 선보였던 응우옌 작가에게, 그녀가 그리고픈 세상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응우옌 당투트램(사진) 작가
응우옌 당투트램(사진) 작가

-사이버펑크에 흠뻑 빠졌다고 들었다. 해당 장르의 매력은 무엇인가. 
“아주 어릴 적부터 내 꿈은 예술가였다. 예술가는 결국 자신만의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사이버펑크는 영감의 보물 창고 같은 곳이었다. 사이버펑크의 매력은 다양성과 의외성이다. 문명의 발달이 유토피아를 만들 수도 있고, 디스토피아를 불러올 수도 있다. 무한히 확장하는 네트워크의 세상이 펼쳐지는가 하면, 반항적이고 반사회적 성격으로 묘사될 수도 있다. 비디오 게임과 영화로 그런 세상을 접하면서, ‘언젠가는 어떤 장애물도 존재하지 않는 나만의 세상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가졌었다.”

-그런 바람을 구체화시키는 수단으로 예술가의 길을 택한 것인가?
“다행히 난 꼬마시절부터 그림을 좋아하는 소녀였다. 좋아할 뿐만 아니라 재능도 있었다. 학창 시절 내내 미술 과목에서는 좋은 성적을 받았다. 쾌활하고, 낙천적이며, 경쟁적인 성격도 예술 분야에 잘 맞았다. 어느 순간, 그림을 그릴 때면 온전히 나만의 세상이 창조된다는 것을 느꼈다. 이후 활발하게 작업하며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서브컬쳐를 추종하는 만큼, 세계관에 영향을 준 작가 혹은 작품들이 많을 것 같은데. 
“가장 많은 영향을 준 건 게임이다. 게임이라면 ‘AAA게임’(대형 자본이 투자된 고퀄리티 게임)부터 인디게임까지 가리지 않고 즐기기 때문에 자연스레 영향을 받았다. 대표적인 작품은 역시 ‘사이버펑크 2077’이다. 동서로 분열된 미국의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하는데, 한 때는 이 게임 때문에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사람들이 기계와 결합된 자들이 아닐까하는 의심마저 품었을 정도다.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같은 영화와 웨스트월드(West World) 같은 드라마도 비슷한 영감을 선사했다. 음악도 특별한 열정을 갖게 한다. 일렉트릭(Electric)과 테크노랩(Techno Rap)을 즐겨듣는데,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다프트펑크(Daft Punk)다.”

-자신의 작품에서는 사이버펑크의 세계관이 어떤 식으로 표현되나.
“해당 세계관의 이미지는 다양하다. 기술이 지배하는 세계, 빛나는 네온 불빛이 있는 도시, 짙은 연기, 축축한 거리, 감정이 무딘 사람들과 냉혹한 영혼 등이 대표적이다. 나 역시 그런 뉘앙스를 많이 차용한다. 내 작품 ‘기계도 아프다(Machines also hurt)’는 내가 가장 많이 상처 입었을 때의 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내 생각과 감정이 기계로 대체될 수 있을까?’, ‘그렇게 되어도 나는 여전히 지금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그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인 ‘몬스터 인사이드’(Monster Inside)도 매우 기괴하고 특별한 스타일을 가진 사이버펑크 예술가들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응우옌 작가의 ‘Machines also hurt’(왼쪽)와 ‘Monster Inside’
응우옌 작가의 ‘Machines also hurt’(왼쪽)와 ‘Monster Inside’

-아츠클라우드의 ‘아트 인 메타버스’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사실 처음에는 해당 전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함께 작업하는 예술가 지인이 특별히 나와 잘 맞을 것 같다며 소개해준 게 전부다. 그런데 전시회의 내용을 접하면서, 아츠클라우드가 전 세계 모든 미디어 아티스트를 연결시키고 그들과 더 가까워지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나 또한 그들 중 하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가진 능력을 한국에서 시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참여를 결심했다.”

-‘아트 인 메타버스’ 출품작을 소개해 달라. 
“해당 작품은 ‘우주에서 길을 잃었다’(Lost in the space)라는 제목의 디지털 페인팅이다. 포토샵으로 작업했는데 모두 8시간 정도 걸렸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큰 의미를 가진 작품이자 아끼는 그림 중 하나다. 때때로 나는 그 어떤 세상에도 속하지 않고, 그저 자유롭게 우주를 표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심상이 다분히 투영된 그림이지만, 이런 메시지를 뾰족하게 전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림을 인식하는 방식은 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누구에게도 생각의 패턴을 강요하고 싶지 않다. 관람들이 저마다의 개인적인 메시지를 품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응우옌 작가의 ‘아트 인 메타버스’ 출품작 ‘Lost in the space’
응우옌 작가의 ‘아트 인 메타버스’ 출품작 ‘Lost in the space’

-향후 어떤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은지 포부를 밝혀 달라.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를 통해 미술계에서 메타버스가 차지하는 위상을 깨달았다. 당분간은 메타버스와 NFT가 미디어 아트의 대세로 군림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극단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예술은 다양할 때 더 빛이 나기 때문이다. 아티스트로서는 가진 재능을 아낌없이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다. 독특한 스타일로 늘 신선한 이야기를 전하는 작가가 되어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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