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폭발 위험물 반입해 불 내고도 ‘나몰라라’… 겉과 속 다른 CJ대한통운식 ‘상생경영’
[단독] 폭발 위험물 반입해 불 내고도 ‘나몰라라’… 겉과 속 다른 CJ대한통운식 ‘상생경영’
2023.05.11 14:14 by 김주현

“세상 천지 어느 나라 법에 화재 피해자가 피해내역을 가해자에게 증명해야 한다는 법이 있단 말입니까? 집 없이 떠돈지 벌써 9개월이 넘었는데 화재를 일으킨 사람들은 태평한데, 피해를 입은 저는 하루하루 고통 속에 살고 있습니다.” -CJ대한통운 화재피해상가 임대인 정 모씨

 

화재 발생 당시 건물 cctv / 전소된 건물 1층 모습
▲화재 발생 당시 건물 cctv 캡처 / 전소된 건물 1층 모습

 

CJ대한통운이 계약위반·관리소홀로 인해 화재를 내고도 이에 대한 책임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화재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거주할 곳을 잃고 9개월째 떠돌고 있는 상황이지만 CJ대한통운 측에서는 배상에 대한 협상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2022년 8월 1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사송동에 위치한 상가 건물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화재는 상가 건물 1층 사업장을 전소시킨 후에야 진압됐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2층의 주택지로 유독성 연기가 흘러들어가는 등 막대한 재산 피해를 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는 건물 1층에 입주한 CJ대한통운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화재 원인은 CJ대한통운이 운용하고 있던 전기 자전거의 충전형 리튬이온 배터리로 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소방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화재에 대해 배터리를 충전하며 다수의 배터리를 한 곳에 직렬 배치로 무리하게 연결 운용한 것이 화재의 직접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상시 근로자나 감독인원이 없는 상황에서 이를 방치해 화재가 조기에 진화되지 못했고 이것이 확산됐다고도 전했다. 

 

화재 당시 CJ대한통운이 운용하고 있던 리튬이온배터리 충전기
▲화재 당시 CJ대한통운이 운용하고 있던 리튬이온배터리 충전기

 

화재 피해를 입은 건물 임대인은 해당 사건이 명백한 인재(人災)라고 주장했다. 

CJ대한통운과 작성한 임대차 계약서에 따르면 ‘폭발 위험물’에 대한 건물 반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J대한통운은 이를 무시한채 리튬이온 배터리를 반입했기 때문에 계약 위반 사유에 해당된다. 또 이를 제대로된 관리감독 없이 콘센트 하나에 무리하게 직렬연결한채로 방치한 것 역시 CJ대한통운의 명백한 귀책 사유라고 피해자 측은 설명했다.

아울러 사고 건물의 2층 주택지에 거주중이던 임대인은 화재로 인해 집안에 유독성 연기가 흘러드는 바람에 가구와 생활 집기, 의류 등을 전부 버릴 수 밖에 없었고 거주지도 잃어 이곳 저곳을 떠돌고 있다고 분통을 토했다.

임대인 정 모씨는 “물질적 피해 뿐만 아니라 유독가스 흡입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과 함께 개인으로써 견디기 힘든 정신적 피해로 인해 수개월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걱정말라”던 CJ대한통운의 배신

진짜 문제는 화재 사고 이후부터 발생했다. 화재 발생 직후 사고의 책임을 지고 원만히 수습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비추던 CJ대한통운이 점차 태도를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8월 18일,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임대인 측에 “회사에서 해당 사건에 대해 협의중이고 빠른 시일 내에 적절한 보상과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와 관련 임대인 측 관계자는 “작은 회사도 아니고 CJ같은 대기업에서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만큼, 피해 보상 등의 문제가 잘 해결될거라 믿었었다”면서 “그런데 처음에 걱정말라는 식으로 대응하던 담당자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온갖 변명을 늘어놓으며 문제 해결이 아닌 면피성 움직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2022년 8월 사고 직후부터 12월까지 CJ대한통운 관계자와 나눈 메신저 대화내용 일부캡처
▲2022년 8월 사고 직후부터 12월까지 CJ대한통운 관계자와 나눈 메신저 대화내용 일부캡처

임대인 측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화재로 인한 건물 구조상의 위험을 파악을 위해 구조 점검을 비롯한 실사를 CJ대한통운에 요청했으나 이를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보상 대책안 협의를 위해 책임자와의 만남을 요구했음에도 수개월간 지속적으로 묵살당했다고 덧붙였다.

임대인 정 씨는 “사고 발생 후부터 지속적으로 협의를 진행했음에도 ‘기다려달라’, ‘확인 중이다’라는 식으로 담당자인 대리의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면서 “‘절차에 따른 업무 진행’이라는 핑계로 인해 우리는 기다릴 수 밖에 없었고 해가 바뀌었으나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지부진한 대응 속에서 대책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2023년 5월 현재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CJ대한통운 측은 “피해 보상을 위해 긴밀히 협의를 하고 있으며, 구조 점검 등의 원하는 요구사항을 들어주다보니 보상이 지연된 것 뿐”이라며 “성실히 협의해 공정한 보상을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 측은 CJ대한통운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며 맞받고 있다.

임대인의 가족 강 모 씨는 “최소한 피해를 입힌 장본인들이라면 책임지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상식적인 일인데, 화재를 입힌 장본인들은 태평하고 피해를 입은 우리 가족은 살 곳도 잃고 9개월째 떠돌고 있다”며 “내 집에 불을 지른 사람들이 ‘불은 우리가 냈지만 화재 피해 규모나 보상 규모에 대해서는 피해자들이 직접 조사하셔서 제출하시면 그게 합리적인 보상안이 될 수 있는지 우리쪽에서 검토해 보겠다’는 말을 하는게 이치에 맞는지 여쭙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 외면하는 기업이 KCGS ESG평가 사회부문 ‘A+’등급?

CJ대한통운은 지난 2022년 한국ESG기준원(KCGS)이 실시하는 ESG 등급 평가에서 종합 'B+'등급을 받았다. 지난 2021년 받았던 종합 'A'등급에서는 한 단계 내려온 성적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CJ대한통운은 ▲환경 부문 'B+' ▲사회 부문 'A+' ▲지배구조 부문 'B'로 종합 'B+'를 기록했다. 특히 CJ대한통운은 사회 부문에서 'A+'를 받았는데 이는 지난 2020년 CJ대한통운이 받은 사회 부문 등급 'B+'에서 2계단이나 올라온 성적이다.

KCGS에 따르면 사회부문 평가는 '사회책임경영'에 따른 이슈 분석으로 실시된다.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책임을 고려한 항목으로 ▲인권 ▲사회적 약자 보호 ▲노동기준 준수 등의 항목을 평가한다. 

이같은 사회 부문의 등급 상승은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가 취임한 2021년을 기점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CJ대한통운의 사회 부문 등급은 'A+'다. 이어 평가 문항이 세분화되고 까다로워진 2022년에도 CJ대한통운은 'A+'를 유지했다.

업계에서는 CJ대한통운이 사송동 화재사고를 대하는 태도가 사회부문 ‘A+’등급을 달성한 기업이 ‘사회책임경영’을 준수하려는 노력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ESG 분야 전문가는 “사측의 귀책 사유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작은 부분이지만 기업이 사회를 어떤 식으로 인식하고 대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필자소개
김주현

안녕하세요. 김주현 기자입니다. 기업과 사람을 잇는 이야기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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