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건 역시 독보적 기술 뿐”…‘딥테크’로 헤쳐모인 투자자들
“믿을 건 역시 독보적 기술 뿐”…‘딥테크’로 헤쳐모인 투자자들
2023.06.21 14:59 by 최태욱

스타트업과 플랫폼 창업이 동의어처럼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쿠팡’, ‘오늘의 집’, ‘배달의 민족’ 등 플랫폼 기업이 주목받으며 비슷한 모델이 우후죽순 쏟아졌기 때문이다. 진입장벽이 낮고, ‘캐시카우’ 만들기가 용이한 것도 매력이었다. 하지만 플랫폼 열기는 예전만 못하다. 원인은 결국 부진이다. 고객데이터 수집을 위한 인내자본이 만만치 않게 들고, ‘카피캣’의 범람도 부담스런 부분이다. 자연스레 플랫폼 기업을 향한 외부의 돈줄도 서서히 말라가고 있다. 

플랫폼의 시대가 저물면서 그 자리를 차지한 키워드가 바로 ‘딥테크’다. 딥테크(Deep Tech) 기업은 공학·과학 분야의 깊은 전문성을 무기로 첨단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다. 최근 가장 뜨거운 분야인 ‘인공지능(AI)’, 모빌리티의 미래로 꼽히는 ‘자율주행’,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항공우주’ 등의 분야가 대표적이다. 모두 미래 신산업의 핵심 기술로, 한 국가의 기술 경쟁력을 좌우하는 존재감마저 지녔다. 특정 분야에 대한 독보적인 성과로 업이 전개될 수 있는 만큼, 일반적인 서비스나 플랫폼처럼 모방이 쉽지 않다는 것도 강점이다.  

 

'딥테크'는 공학·과학 분야의 전문성을 무기로 첨단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분야다.
'딥테크'는 공학·과학 분야의 전문성을 무기로 첨단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분야다.

하지만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문턱이 꽤 높다. 기술적 깊이가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기술 개발에 소요되는 자원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빛을 보기 전에 주저 앉는 기업들이 해당 섹터에 유독 많은 이유다. 최근 정부 및 민간의 자금과 지원이 특정기술에 대한 전문성과 그로 인한 성과를 보유한 기업들을 정조준하는 것은 그래서 더 반갑다. 벤처캐피털 업계의 한 관계자는 “딥테크는 그야말로 대세 키워드”라며 “이미 주요 VC들의 자금이 딥테크 기업으로 몰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최근 딥테크 기업들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VIP로 통한다. 딥테크 분야에 전방위적인 투자를 이어왔던 퓨처플레이, AI와 빅데이터에 집중하고 있는 두나무앤파트너스, 반도체·AI분야를 주목한 스톤브릿지벤처스 등을 중심으로, 벤처투자 업계의 뭉칫돈이 미래를 바꿀 기술 분야로 모이고 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 성공률이 속속 증명되면서 딥테크 대세론에 힘을 불어넣는다. 지난 10년 간 국내의 딥테크 투자를 주도했던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는 “향후 10년의 스타트업 시장은 기술혁신이 주도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미래를 보고 혁신기술에 과감히 투자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VC업계의 뭉칫돈이 딥테크로 모인다.
VC업계의 뭉칫돈이 딥테크로 모인다.

국가적인 지원도 이어진다. 정부가 직접 나서 딥테크 스타트업들의 기술 연구와 상용화를 지원하겠다는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가장 대표적인 활동은 중소벤처기업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이다.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모빌리티 ▲친환경·에너지 ▲로봇 ▲빅데이터·AI ▲사이버보안·네트워크 ▲우주·항공 ▲차세대 원전 ▲양자기술 등 10개 신기술 분야에서 1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뽑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부터 5년 동안 약 15조원을 투자해 딥테크 분야의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기업) 10곳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해당 사업에 최종 선정된 ‘디스펙터’는 4족 보행 로봇을 이용한 맞춤형 AI 경비 솔루션의 기술적 가능성을 인정받은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의 김종환 대표(KAIST 석좌교수)는 “미국 ‘고스트로보틱스’의 하드웨어 플랫폼에 AI로봇기술을 적용하는 등 꾸준히 기술 검증을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도 사족보행 로봇을 필요로 하는 글로벌 기업들과 다양한 협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면 인지 건강관리 플랫폼을 운영하는 ‘실비아헬스’는 바이오·헬스 분야의 선정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고명진 실비아헬스 대표는 “이번 정부지원 프로젝트를 통해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중요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면서 각오를 다졌다.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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