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비즈니스는 살아가는 ‘경험’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지난해 말 리브랜딩을 선언한 직방의 핵심 키워드는 ‘경험’이었다. 그전까지의 서비스가 집을 찾는 것에만 집중했다면, 이후부터는 그 집에서 살아가는 경험 자체에 포커스를 맞추겠다는 의지다. 실제로 해당 현장에서는 스마트 도어록, 홈 컨트롤러 등의 서비스를 강조하며 경험을 위시한 비즈니스의 확장을 암시하기도 했다.
직방의 청사진에서 보듯, 최근 ‘고객 경험’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배달 플랫폼에 올라오는 후기 하나에 설왕설래가 잦은 것도 그 후기, 즉 경험의 파급력을 잘 알기 때문이다. 테슬라, 애플, 스타벅스 같이 소위, 잘 나가는 브랜드가 가진 힘의 원천 역시 차별화된 고객 경험으로부터 비롯된다는 평가다.
고객 경험은 고객이 브랜드와 맺는 모든 상호 작용의 총합이다. 쉽게 말해, 구매 과정에서 고객이 느끼는 만족의 정도인 셈. 이성보다는 감성의 지배를 받는 영역이라 원하는 결과를 얻기 까다롭지만, 그 열매는 충성고객 한 명을 얻는 것 이상으로 달콤하다. 호텔 컨시어지 서비스나 요가 강좌, 코워킹 스페이스까지 활용하며 은행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미국의 ‘옴프쿠아’ 은행의 성공은 고객 경험의 파급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의 고객 관계 관리 솔루션 기업 ‘세일즈포스’는 관련 연구를 통해 “만족스런 서비스를 경험한 고객의 94%는 또 다른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시장의 낯섦을 극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인 스타트업들이 고객 경험을 주문 외우듯 강조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민첩한 대응력이라는 조직의 특성을 십분 발휘해, 저마다 차별화된 고객 만족도를 내세우며 시장에 어필하고 있다.
취미 여가 플랫폼 ‘프립’을 운영하는 ‘프렌트립’이 지난 6월 선보인 ‘시퀀스’는 ‘경험’이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운 서비스다. 국내의 다양한 취미‧여가 상품 중에 남다른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경험만 한데 모아 제공한다는 취지다. 비어 소믈리에와 함께 맥주를 마시고, 250여개의 서로 다른 향을 음미하는가 하면, 세계 최대 규모의 개인 LP감상실을 체험해보는 식이다. 회사 관계자는 “MZ세대의 취향은 점점 세밀해지며 남들과 다른 차별화를 추구한다”면서 “그런 니즈를 감안, 개성 있는 이야기와 섬세한 감각으로 빚어낸 경험 상품을 선별해 선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굴러다니는 자동차 대수는 약 2500만대, ‘차봇모빌리티’는 각기 다른 2500만 개의 경험에 오롯이 집중하는 스타트업이다. 자동차를 구입하는 순간부터 처분하는 과정까지의 모든 경험을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로 연결한 것이 특징. 서비스의 거점은 지난해 9월 론칭한 애플리케이션 ‘차봇’이다. 디지털 기반의 오토 리테일, 자동차 보험·금융, 애프터케어 서비스, 관련 용품 마켓 등 운전자 생애주기에 따른 경험 설계에 방점을 둔 밀착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 서비스의 모토는 모든 운전자가 모빌리티의 혁신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운전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모빌리티의 슈퍼앱으로 발돋움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성보다는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 현상, 소위 ‘크래프트 소비’ 수요에 대응하는 비즈니스 역시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팁스(TIPS)에 선정된 ‘클라이머스’의 아트커머스 플랫폼 ‘찹스틱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해당 플랫폼은 취향과 가치관이 확실한 MZ세대의 취향을 정조준했다. 기성품이 아닌 다채로운 창작자들의 유니크한 수공예 아이템을 소개하며 MZ세대에게 새로운 소비 경험을 선사한다. 예술 산업에 기술 혁신을 추구했다는 측면도 돋보인다. 회사 측은 “창작자의 심사 필터 정량화나 데이터 분석 엔진 개발 같은 기술 혁신이 우리 비즈니스의 핵심”이라며 “이를 통해 아티스트와 소비자 양 측 모두에게 만족스런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