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디자인은 우리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우리의 디자인은 우리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2023.09.04 15:36 by 최태욱

“진정한 디자인은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정을 전달하며, 추억을 떠올리게 해야 한다.”

‘이탈리아 디자인의 공장’이라 불리는 ‘알레시(Alessi)’의 철학은 기술혁신 시대에 외려 드높아진 디자인의 위상을 각인시킨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기술만으로는 소비자를 설득시키기 어렵다는 얘기다. 

브랜드 인지도가 현저히 부족한 스타트업 입장에선 의존도가 더 높아진다. ‘디자인이 곧 브랜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호기심과 기대감을 자극하는 제품 속성적인 의미에 더해, 자사만의 특별함을 표현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심리‧사회적 의미까지 더해져, 신생기업에게 동력과 생명력을 부여해 준다. 

차별화된 디자인은 실제로 비즈니스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까? 알찬 시각 정보와 감각적인 경험을 함유한 디자인으로 시장에 안착 중인 스타트업들의 행보를 통해 디자인의 영향력을 가늠해본다. 

 

좋은 디자인은 기업에게 생명력을 부여한다.
좋은 디자인은 기업에게 생명력을 부여한다.

지난 2021년 설립된 ‘라라스’는 설립 두 해만에 프리미엄 육아용품 시장의 ‘총아’로 급부상한 기업이다. 아기가 옆으로 누울 수 있도록 자세를 잡아주는 쿠션인 ‘라라스 배게’가 신생아‧영유아를 위한 ‘잇템’으로 통할 정도다. 해당 제품은 신생아의 인체공학적 특성을 연구해 특허까지 획득한 기술적 우수성으로 시작해, 기술과 일원화된 디자인으로 차별화된 가치를 완성했다.  

라라스의 디자인은 독창적인 동시에 사업성까지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시대 가장 트렌디한 디자인을 선정하는 ‘iF 디자인 어워드’(본상)부터 산업 디자인에 최적화된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본상)와 ‘IDEA 디자인 어워드’(금상) 등을 모두 석권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한국 육아제품이 세계3대 디자인 어워드에서 모두 수상한 것은 라라스가 최초다. 김성용 라라스 대표는 “우리의 디자인은 아기 수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상징한다”면서 “앞으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육아용품의 디자인 우수성뿐만 아니라 기술적 우수함까지 증명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좋은 디자인은 브랜드의 개성과 철학을 오롯이 담아낸다. 모빌리티 플랫폼 ‘차봇 모빌리티’가 ‘2021 굿디자인 어워드’(디지털 미디어 콘텐츠 부문)에 이어, ‘2023 지디웹 디자인 어워드’까지 수상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래서다. 

이 회사에서 지난해 9월 론칭한 ‘차봇’은 자동차 운전자에게 필요한 디지털 서비스를 총망라하여 제공하는 B2C 플랫폼이다. 신차를 구매하거나 수리하는 것은 물론, 대리, 렌터카, 중고차 판매, 폐차, 차량용품 구매,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까지 생애주기별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런 의도는 디자인 콘셉트에도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오프라인에서 주로 이뤄지던 일련의 경험을 온라인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면서, 운전자 행태와 생활에 최적화된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을 구축한 것. 회사 관계자는 “서비스가 워낙 다양하다보니, 이를 적시에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직관적이고 심플한 디자인 설계로 사용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한국 육아용품 최초로 세계3대 디자인 어워드에서 모두 수상한 ’라라스’의 제품(사진: 라라스)
‘한국 육아용품 최초로 세계3대 디자인 어워드에서 모두 수상한 ’라라스’의 제품(사진: 라라스)

좋은 디자인을 통해 대중의 인식을 전환시키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다. 리퍼포징 스튜디오 ‘로우리트 콜렉티브’의 활동이 대표적이다. 리퍼포징(repurposing)은 무심코 지나치던 것들에 생명력을 부여해 새로운 쓰임을 창조하는 작업으로, 이 회사의 경우 잔재 폐플라스틱을 원료화하여 리퍼포징 디자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로우리트 콜렉티브가 서울 청계천 중류에 제작‧배치한 ‘태산 벤치’는 이 회사의 디자인 방향성을 오롯이 보여주는 작업물이다. 서울시설공단, 롯데케미칼 등과 함께한 ‘청계천 자원 선순환 생태계 구축’의 일환으로 제작된 태산 벤치는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재활용이 어려워 폐기되는 ‘티끌’ 플라스틱을 모아 만들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디자인을 통해 제시한 친환경 솔루션은 세계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지난해 8월, 영국의 ‘디진 어워드(Dezeen Awards) 2022’에서 가구 분야 상위 28 작품 롱리스트(Longlist)에 선정된 것에 이어, 올해는 ‘iF 디자인 어워드’ 공공 디자인 부문 본상을 수상한 것.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도 재활용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미션에 충실할 것”이라며 “9월 개최되는 ‘2023 런던 디자인 페어’에서도 유럽 소비자에게 한국의 지속가능한 디자인과 자체 개발한 폐플라스틱 소재를 소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청계천 중류 마전교와 하류의 황학교 인근에서 만나볼 수 있는 태산 벤치.(사진: 로우리트 콜렉티브)
청계천 중류 마전교와 하류의 황학교 인근에서 만나볼 수 있는 태산 벤치.(사진: 로우리트 콜렉티브)

감추기 급급했던 문화를 표면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디자인의 힘을 빌리는 스타트업도 있다. 성인 용품 브랜드 ‘바른생각’을 운영하는 ‘컨비니언스’는 은밀해서 더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성 인식을 개선하는 데에 디자인을 적극 활용하는 회사다.

이런 철학은 최근 진행한 리브랜딩 패키지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박경진 바른생각 대표는 “자극적인 이미지를 지양하고, 일상의 편안한 이미지로 즐겁고 유쾌하게 성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리브랜딩 패키지는 지난달 진행된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의 ‘Brand Design&Identity’ 부문에서 본상을 수상하는 등 인식 개선의 효과를 증명하기도 했다. 현재 바른생각은 수익의 10%를 성교육 콘텐츠 제작과 성 인지 및 실태 조사 등에 활용하고 있다.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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