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로 점프해 골대 잡자, 함성 터져 나와
한 발로 점프해 골대 잡자, 함성 터져 나와
한 발로 점프해 골대 잡자, 함성 터져 나와
2014.07.18 14:35 by 조철희
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① 호주 대 미국, 결승전 현장  

한 손으로 드리블을 칠 때면 반대쪽 손도 쉴 새가 없다. 발 빠른 다리가 돼주는 휠체어를 당기기 때문이다. 휠체어를 탄 선수 10명이 한쪽 진영에 몰리자 코트가 꽉 찬다. 그 속에선 치열한 몸싸움이 전개된다. 낮은 위치에서 터져 나오는 슛은 길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골망으로 향한다. 유난히 체공시간이 긴 3점 슛이 들어갈 때면 보는 이의 짜릿함도 배가 된다.

 

사진 제공 : 2014인천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속공 상황이면 공을 앞으로 던져놓고 무섭게 내달린다. 마치 축구경기의 한 장면 같다. 골을 넣고도 속도를 이기지 못해 휠체어와 함께 코트 밖에 고꾸라진다. 관중들의 함성이 탄성으로 바뀐다. 여간해선 누가 일으켜주지도 않는다. 두 팔로 바닥을 딛고 일어나 재빨리 제자리를 찾아간다. 선수와 휠체어가 한 몸인 양 휠체어도 땀으로 흠뻑 적는다.

지난 14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 결승전 현장을 찾았다. 세계휠체어 선수권 대회는 4년에 한 번 열리고, 올 해로 6회째를 맞았다.

이번 대회 결승에서는 ‘전통의 강국’ 미국과 ‘신흥 강호’ 호주가 만나 치열한 승부를 예고했다. 미국은 초회 대회부터 세계선수권을 내리 3연패했다. 이에 맞서는 호주는 4년 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해 이번 대회에서 2연패를 노린다.

결승전이 있기 나흘 전, 두 팀은 8강 토너먼트 진출을 가리는 준결리그에서 이미 한 차례 맞붙었다. 67대 57, 미국의 10점차 쾌승이었다. 하지만 호주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전날 터키와의 준결승에서 한때 20점차까지 벌어졌던 경기를 뒤집고 올라왔다.

플레이볼이 선언되자 관중들은 함성으로 열기를 더했다. 관중석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보이고, 팬으로 보이는 외국인들과 시민들도 함께 했다.

 

월요일 오후의 인천 부평구 삼산월드체육관이 모처럼 북적였다.


  ㅣ미국 압도한 1쿼터, 전반전은 호주의 우세  

호주는 1쿼터에만 22점을 쓸어 담으며 13득점에 그친 미국을 압도했다. 트리스탄 놀즈(빅토리아)가 홀로 7득점을 올린 가운데 6명이 고르게 득점에 성공했다. 미국은 한때 9대 8까지 쫓아갔으나 경기 초반 슈팅 컨디션 난조를 보이며 큰 점수 차로 1쿼터를 마쳤다.

반면 2쿼터에선 호주가 9득점에 그치며 크게 주춤했다. 이 틈을 타 미국이 추격의 불씨를 지폈다. 14점을 올리면서 31대 27로 마무리, 4점 차까지 따라 붙었다. 호주는 2쿼터 들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으나 1쿼터에서 대량 득점에 성공한 덕에 리드를 이어갔다.

 

미국 4번 조슈아 튜렉(Joshua Turek)이 슛을 시도하고 있다. / 사진 제공 : 2014인천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3‧4쿼터 동점만 8번, 치열했던 후반전


  ㅣ3‧4쿼터 동점만 8번, 치열했던 후반전  

3쿼터 들어 미국의 분전이 돋보였다. 존 길버트(미주리대)와 매튜 스캇(갈라타사라이 S.K.)의 연속 득점으로 시작 2분도 안 돼 처음 동점을 만들었다. 스코어는 33대 33. 4분 50여초를 남기고는 미국이 역전에 성공했다. 상대의 공격 제한시간 초과로 얻은 공격권을 침착한 팀플레이로 득점, 39대 37을 만들며 2점을 달아났다.

3쿼터 내내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6번의 동점 상황이 연출됐다. 하지만 초반 기세를 잡았던 호주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1분여를 남기고 저스틴 이브슨(퍼스)이 골 밑 혼전상황에서 깔끔한 오른손 원 핸드 슛으로 마무리했다. 더 이상 득점이 나오지 않은 3쿼터는 45대 43으로 호주가 근소하게 앞선 채 끝이 났다.

4쿼터도 종반까지 혼전을 거듭했다. 호주가 달아날 기회를 잡으면 미국은 호쾌한 3점 슛으로 응수했다. 이날 미국이 넣은 3점 슛 2개가 모두 4쿼터에서 나왔다.

 

사진=2014인천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승패의 윤곽은 막판 집중력 싸움에서 드러났다. 4쿼터가 채 2분도 남지 않은 상황. 팀파울에 걸린 호주가 미국에 자유투 두 개를 내줬다. 모두 성공한면 미국이 1점차로 추격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를 모두 실패한 것이 미국으로선 뼈아팠다. 반면 호주는 바로 이어진 공격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저스틴 이브슨의 패스를 받은 션 노리스(퍼스)가 노련하게 골로 연결, 경기 종료 1분 30여초를 남기고 58대 53까지 도망갔다. 호주가 승기를 잡는 순간이었다.

남은 시간을 편안하게 운용한 호주는 마침내 미국을 63대 57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0년 버밍엄세계선수권에 이어 인천에서 2연패를 달성하며 휠체어농구 강국 입지를 굳혔다.

벤 에트리지 호주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수비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고 승인을 분석했다. “세계 최강의 선수 12명과 함께했고, 이들이 매우 자랑스럽다”며 승리를 따낸 선수들에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호주대표팀의 주장 저스틴 이브슨(Justin Eveson)이 우승이 확정된 후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 사진=2014인천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호주대표팀의 주장 저스틴 이브슨은 우승이 확정된 후 링 위에 올라 골대 그물을 자르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그가 휠체어에서 갑자기 일어나 한 발로 점프해 골대를 잡았을 땐 여기저기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열흘간 달려온 2014 인천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가 결승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6회째를 맞은 이번 대회에는 지역 예선을 통과한 16개국 500여명의 선수와 임원이 참가,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성공적인 개최 속에 한국 대표팀의 성장이 눈부셨다. 8강에서 우승팀 호주를 만나 아쉽게 탈락했지만 이제까기 기록 중 최고인 6위에 올랐다. 세계선수권 첫 10위권 내 진입이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에 이어 이란이 8위를 기록했다. 오는 10월 열릴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우리 대표팀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호주와 미국에 이어 터키가 3위를 차지했다. / 사진=2014인천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2014 인천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 결승전(호주:미국) 전체 영상



필자소개
조철희

늘 가장 첫번째(The First) 전하는 이가 된다는 마음으로.


The First 추천 콘텐츠 더보기
  • ‘성장의 상징, 상장’…스타트업들의 도전사는 계속된다
    ‘성장의 상징, 상장’…스타트업들의 도전사는 계속된다

    자본과 인력, 인지도 부족으로 애를 먹는 스타트업에게 기업공개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 단숨에 대규모 자본과 주목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 파트너와 고객은 물론, 내부 이...

  • “24주 연속 1위 브랜드의 저력으로”…‘나르카’ 운영사 ‘언커먼홈’, 매쉬업벤처스 등으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
    “24주 연속 1위 브랜드의 저력으로”…‘나르카’ 운영사 ‘언커먼홈’, 매쉬업벤처스 등으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

    이제 헤어 케어도 브랜딩이다!

  •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창업팀은?”…유망 초기 스타트업 뽑는 ‘혁신의 숲 어워즈’ 막 올랐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창업팀은?”…유망 초기 스타트업 뽑는 ‘혁신의 숲 어워즈’ 막 올랐다

    현시점에서 가장 기대되는 스타트업 30개 사는 어디일까?

  • “Only for you”…대세는 초개인화 서비스
    “Only for you”…대세는 초개인화 서비스

    초개인화의 기치를 내건 스타트업들이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 타 산업과 연계, 핵심 기술 접목…“관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라”
    타 산업과 연계, 핵심 기술 접목…“관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라”

    '관광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틈새에 대한 혁신적인 시도 돋보였다!

  • “생산성, 효율성 쑥쑥 올리는 솔루션”…매쉬업벤처스, 스타트업 ‘마일 코퍼레이션’에 초기 투자
    “생산성, 효율성 쑥쑥 올리는 솔루션”…매쉬업벤처스, 스타트업 ‘마일 코퍼레이션’에 초기 투자

    기업의 공간, 자산 관리를 디지털 전환시킬 창업팀!

  • “당신에겐 더 큰 무대가 필요하다”…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당신에겐 더 큰 무대가 필요하다”…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의 등장!

  •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 발판 마련”…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뉴저지 진출 전략 웨비나 개최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 발판 마련”…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뉴저지 진출 전략 웨비나 개최

    국내 유망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맞춤형으로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