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의 역습: <동대문x업사이클링디자인전> 개막식 현장
자투리의 역습: <동대문x업사이클링디자인전> 개막식 현장
자투리의 역습: <동대문x업사이클링디자인전> 개막식 현장
2016.03.03 12:03 by 최태욱

“그동안 ‘디자인’을 명목으로 너무 많은 만행을 저질렀어요.”

이근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의 말이다. 그는 “사람의 욕망을 자극하는 디자인은 결국 갈 길을 잃을 것”이라며 “물건이 담고 있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디자인 분야의 새로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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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에서 개막한 <동대문x업사이클링디자인전>은 그 시험 무대다. 창신동‧신설동‧을지로‧충무로 등 동대문 주변 상권에 버려진 자재를 수집한 후, 새로운 작품(혹은 상품)으로 탄생시켜 선보이는 자리. 이를 위해 안해익, 유미현, 이젠니, 이푸로니 등 중견 디자이너들과 이 지역에서 일하는 봉제공장 대표, 봉제사, 패턴사 등이 힘을 모았다. 김수정 서울디자인재단 전시컨벤션 팀장은 “참가자들이 창신동 완구골목, 동대문 원부자재 시장, 방산시장 등을 다니며 직접 폐자재를 수집했고, 지역 상권도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며 “자원의 순환이란 가치를 만들기 위해 산업과 지역이 힘을 하나로 모은 것”이라고 말했다.

DDP 배움터(3층) 둘레길 쉼터에 마련된 ‘동대문x업사이클링디자인전’

26일 저녁은 이번 전시회의 공식 개막행사가 있던 날. 행사 관계자와 관람객 50여명이 한 자리에 모여 격려와 응원을 나눴다. DDP가 세계 최대 규모의 3차원 건축물인 걸 감안하면 전시관은 다소 비좁은 듯 보였다. 이근 대표는 “우리 전시 성격에 맞춰 DDP 내에서도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것 같다”면서 “하지만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와 가치는 가장 크고 중요한 전시회일 것”이라며 웃었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안해익 디자이너는 “업사이클링 하면, 환경보호나 자원순환의 가치를 먼저 떠올리는데, 이번 전시회를 통해 우리 실생활에도 충분히 의미 있는 제품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했다. 이번 전시회는 오는 5월 8일까지 이어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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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x업사이클링디자인전>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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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te1.
DDP 배움터 3층, ‘둘레길 쉼터’에 도착하면 안내 부스를 만날 수 있다. 안내부스에선 전시회 소책자와 배지를 나눠주는데, 이 역시 모두 폐자재가 활용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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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안내부스. 폐자재로 만든 안내용품들이 눈길을 끈다.


  1    페브리커: DIFFUSION_REMINANT

전시관에 들어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건, 아티스트 그룹 ‘패브리커(Fabrikr)’의 작품. 김동규‧김성조 디자이너로 구성된 패브리커는 가구부터 공간 설치미술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활동하는데, 최근에는 업사이클링 디자인 분야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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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브리커의 디퓨전 레미넌트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인 건 작은 조각을 엮어 만든, 일종의 조명이다. 이 조각은 모두 창신동 완구골목에서 버려진 장난감 박스로 만든 것. 패브리커 측은 “장난감을 사면 가장 먼저 버려지는 게 박스”라며 “그 박스를 다시 모듈(Module)로 가공을 해 또 다른 장난감을 탄생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을 찾은 아이들은 이 모듈을 가지고 스스로 장난감을 만들어보는 체험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

  2    이젠니: Denim in the True blue

“청바지를 만들 때 ‘인디고염료’가 쓰이는데 이로 인한 환경오염이 심각해지고 있어요. 버려지는 청 소재의 제품이나 청 도료들의 매립량도 급격히 늘고 있고요. 우리가 청 소재에 주목한 이유죠.”

데님(청)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유명한 ‘젠니클로젯’의 이젠니 대표도 이번 전시회를 빛냈다. 사용 소재는 역시 버려진 데님. 동대문 주변에서 버려진 청재킷과 청 원단을 활용했다.

이젠니 디자이너의 데님 업사이클링 제품들

각 제품들의 특징은 청재킷 각각의 포인트를 가방에 그대로 옮겼다는 것. 청재킷의 주머니, 소매, 옷깃 등은 가방에 쓰고, 나머지 자투리로는 수평선을 표현하는 액자를 꾸몄다. “바다가 가지고 있는 소탈함과 여유로움이 청바지와 많이 닮았기 때문”이라는 설명.

  3    안해익x유미현: 자투리와 스토리의 해피엔딩

안해익‧유미현 디자이너의 작품은 말 그대로 ‘한 올 한 올’ 제작한 것이다. 버려진 실을 엮어 만들었기 때문.

“동대문이나 창신동에 봉제공장들이 많은데, 폐업이나 이전을 할 때 남겨지는 실들이 꽤 나와요. 대부분 폐기되죠. 그 실을 모으고 엮어서 만드는 겁니다.”(유미현 디자이너)

안해익‧유미현 디자이너의 제품들

다양한 실을 사용하는 만큼 유려한 색감이 돋보이는 게 특징. 안해익 디자이너는 “이번에 출품한 장식품들은 평면을 넘어 입체적으로 보이는 것에 가장 신경을 썼는데, 이를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4    성균관대 의상학과x동대문의류제작자: Zero-Waste meets Upcycling

이번 전시회에는 대학교 프로젝트 팀의 참여도 활발했다. 졸업 패션쇼 주제를 ‘Zero-Waste(폐기물 최소화)’로 정했던 성균관대 의상학과 학생들은, 이를 동대문 지역의 패턴 장인, 봉제 장인들과 함께 구현해 전시회에 출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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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투리를 최소화한 제작법으로 선보인 여성 의류들

김민지(성균관대 의상학과)씨는 “일반적으로 패션 디자인이라고 하면 버려지는 원단이 많다는 인식이 있는데, 우리는 종이접기나 봉투 만들기, 한복공법 등 잘라내는 부분이 없는 패턴 메이킹을 응용해 드레스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10명의 인원이 3개월 동안 달라붙어 진행한 작업. 의류에 사용한 원단 역시 모두 창신동 봉제공장에서 버려진 것들이다.

   5    이푸로니: 여러 가지 조각

시각디자이너인 이푸로니씨는 작업 특성상, 동대문 특수인쇄 지역을 자주 찾는다. 이번에 출품한 ‘여러 가지 조각’은 그곳에서 나온 폐자재나 부산물들을 재료로 했다.

이푸로니 디자이너와 전시물

이푸로니 디자이너는 “업사이클이란 물건이 담는 물질과 시간‧정보의 한계를 확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작품은 자원이 물건으로 생산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물질적 자투리’와 물건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시간적 자투리’라는 개념을 시각화한 것.

   6    홍익대학교 IDAS 프로젝트 담x제품 디자이너: 문을 지나서

홍익대 학생들이 주축이 된 프로젝트팀 ‘담’과 4명의 제품 디자이너가 함께 한 ‘문을 지나서’는 동대문을 지나며 쉽게 볼 수 있는 재료와 쉽게 생각지 못했던 재료들로 공간을 구성했다. 자투리 가죽이나 폐 철제, 지관(천을 감는 관, 커다란 휴지심 같은 것), 라이터 같은 것들이다. 재료는 창신동, 신설동, 청계천 등지에서 한 달 가량 수집했다고 한다.

‘문을 지나서’를 구성하고 있는 작품들

김정재 디자이너는 “스툴(Stool‧등받이 및 팔걸이가 없는 의자)을 만든 가죽조각이나 라이터, 벤치를 만든 지관 같은 것들은 모두 비주류의 것들”이라며 “비주류를 재발견하고 고유의 가치를 심는다는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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