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녀는 원래 외로운 거라지' - 새봄맞이, 나홀로 고궁나들이
'궁녀는 원래 외로운 거라지' - 새봄맞이, 나홀로 고궁나들이
'궁녀는 원래 외로운 거라지' - 새봄맞이, 나홀로 고궁나들이
2016.03.28 17:07 by 황유영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통계청이 집계한 1인 가구 수는 506만. TV에는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평범하지만은 않은 일상이 등장하고, 혼밥, 혼술은 흔한 용어가 됐다. 그러나 여전히 혼자가 버거운 사람들이 있다. 혼자보다 여럿이 가능한 일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서 한다. 혼자 먹고, 혼자 놀고, 혼자 즐기는 일을. 선뜻 내지 못했던 용기어린 도전이자, 대리만족이며, 불친절하지만 세심한 가이드다. 그리고 혼자서도 꿋꿋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기록이다.

혼자, 밥먹기의 VIP가 되어보자!! 패밀리 레스토랑(혹은 뷔페) 정복기

새 봄이다. 나들이의 계절이 돌아왔단 뜻이다. 도심 속 고궁 정도로 일단 시동을 걸어보자. 봄기운 듬뿍 담은 벚꽃이, 조명까지 듬뿍 맞을 수  있는 야간개장이라면 금상첨화다. 시작은 티켓팅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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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앞 놓인 디지털 시계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심호흡을 하며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내가 누구이던가. 학창 시절 부터 숱한 탑 클래스 아이돌의 팬을 자처하며 언제나 빠른 손놀림으로 티켓팅 전쟁의 승리자가 되지 않았던가. 비록 내가 응원하는 팀은 가을야구 구경도 못한지 몇 년이 흘렀지만, 포스트시즌 진출팀 팬들에게 민폐를 끼쳐가며, 꼬박꼬박 한국시리즈 관람권을 손에 넣지 않았던가.(쓸데없다 말하지 마라. 야구팬의 남은 자존심이다.) 대학교 땐 금(요일)공강은 기본이요, 한 번도 원하는 수업을 듣지 못한 적이 없는 수강신청의 달인이 바로 나 아니던가.

게다가 예매처가 인터파크와 옥션이라니. 숱한 아이돌 콘서트 티켓 전쟁이 치러진 전통의 전장이자 나를 승자로 만들어준 한국 시리즈 예매장소가 바로 인터파크다. 흥, 이따위 야간개장 예매는 눈 감고 발로 클릭해도 성공할 수 있다고 자만했다.

그리고 도래한 결전의 시간 2시. 맘 편히 접속해, 여유롭게 예매를 클릭해봤건만. 이게 웬걸, 대기 인원이 999......명? 그제야 자세를 바로 잡고 창 하나 더 띄워 옥션까지 기웃거려보았지만 역시 실패였다. 이게 무슨 일이지. 당황스러운 마음에 헛마우스질만 수 백 차례. 실패가 결정되었음에도 한 시간여 창을 끄지 못한 채 미련을 떨어보았다. 그리고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경복궁 야간 개장 티켓 예매에 그렇게 실패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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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팅의 달인이었으나 간과하고 말았다. 좋은 수업을 들으려면 수 천 명과 경쟁하고, 콘서트 한 좌석을 두고 수 십만 팬들과 전쟁을 치러야 하지만 야간 개장 티켓 예매는 약간의 과장을 보태 전 국민과 티켓 전쟁을 펼치는 셈이다. 아아. 난 기본적인 셈을 하지 못하고 얕보고 말았다.

예매라면 이력이 날 만큼 해본 나를 괴롭게 하는 최고의 예매 전쟁에서 승리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러고 보니 봄이다. 연인들의 계절이란 소리다. 그래, 벚꽃엔딩이 스물스물 차트에 올라오기 시작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말이지. 커플과 가족들이 넘칠 경복궁. 어쩐지 더 오기가 났다.

비록 아름다운 조명으로 치장한 모습은 보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가기로 했다. 그래서 가보았다. 

경복궁 봄 나들이.

물론 혼자.

분노의 클릭을 잊게 하는 그곳, 경복궁

급작스럽게 결정한 경복궁 나들이였다. 혼자, 낮에 가겠지만 누구보다 더 재미있게 나들이를 즐기고 오겠다는 의지로 초연히 불타올랐다. 야간 개장 예매 실패의 분노 탓에 한껏 흥분한 상태로 들어선 경복궁은 분노의 클릭을 잊게 만들었다. 몇 번이나 지나다 보았고, 몇 번이나 와보았지만 늘 새로운 경복궁. 도심 속 그곳에서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3천원의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날씨와 그 속에서 더 아름다운 경복궁. 꽃샘추위를 예상해 목폴라 니트에 코트까지 챙겨입고 온 덕분에 땀이 줄줄 흘렀지만 그래도 기쁘게 나들이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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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오는 사람이 그래도 꽤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경복궁은 커플과 가족들 천지였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데이트 인생샷을 찍으러 온 커플,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가족, 인사동에 들렀다 온 노년의 아주머니들, 아직 딱딱한 얼굴의 아저씨들까지. 왠지 처음에는 위축되는 마음에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살폈다. 특히 연령대가 높을 수록 ‘쟤는 여기 혼자와서 뭐하나’라는 눈빛으로 나를 대놓고 바라보기도 했다.

그런 시선에 약간만 적응하면 그때부터는 오히려 자유로운 고궁 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 경회루 벤치에 앉아 아무런 생각 없이 바라볼 수도 있고, 친구들과 함께 왔다면 눈치 보며 구경하지 못했을 소주방이나 고궁의 뒷문 구석구석까지 내 마음대로 보며 다닐 수 있다. 그리고 적응의 신호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경치 하나, 셀카 하나로 균형을 맞추다가 나중에는 셀카로 점철되는 내 사진첩. 그래도 남는건 사진뿐이고, 봄날씨는 참 좋기도 하다.

혼자나들이의 묘미. 시끄러운 서울 속 고요한 풍경, 유려한 곡선의 처마, 그 위 어처구니들까지. 궁의 본연에 더 집중하게 된다.
경복궁의 경회루. 구태여 꽃과 조명이 없어도 그자체로 아름답다. 한적하고, 아름다우며, 셀카도 기가 막히게 나온다. 혼자 나들이의 3요소를 고루 갖춘 셈이다.
인왕산이 품에 안은 경복궁.

경복궁이 혼자 나들이 장소로 좋은 이유는 아주 넓다는 점이다. 근정전이나 교태전, 경회루처럼 인증샷을 찍는 인파로 북적이는 장소에서 조금만 발걸음을 옮기면 사람 하나도 없는 장소들이 등장한다. 여유롭게 아름다운 돌담벽을 배경으로 걸으며 남 눈치 안 보고 예술적인 셀카를 남길 수가 있다. 관광객 떼를 이끌고 이동하는 가이드 무리에 섞여 자세한 설명까지 들을 수 있는 건 또 하나의 매력. 아름다운 궁을 바라보며 경이로운 눈빛을 반짝이는 외국 관광객들의 탄성은 왠지 어깨를 으쓱하게도 만든다. 아직 꽃이 피지 않아 아쉬움은 남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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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은 덤입니다.

경복궁 봄 나들이의 또 다른 장점. 취향에 맞는다는 생각이 들면 인근 궁을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청방면으로 봄을 만끽하여 걸어가면 바로 덕수궁이 있다. 시간만 맞춰 가면 수문장 교대식을 목격할 수도 있는 덕수궁은 경복궁과 달리 소박하고 현대적인 매력이 빛나는 고궁이다.

혼자레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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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나 혼자 움직이는 이에게 쏠리는 약간의 시선은 감수해야 하지만 혼자 봄나들이는 의외의 여유로움과 한적함을 느끼게 한다. 시선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혼자 영화보기 보다는 어렵지만 혼밥이나 혼술보다 훨씬 저 레벨이다. 입문자 레벨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곳곳에서 출몰하는 커플들이 자주 사진을 찍어달라 부탁을 하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한국 커플, 일본 커플, 중국 커플의 전담 사진사가 될 위험이 있다.

혼자TIP

그 동안 혼자옵서예의 기본 TIP은 이어폰이었다. 음악이나 영상이 있다면 혼자 패밀리레스토랑도, 혼자 여행도, 혼자 고기 굽기도 가능하다 말했다. 그러나 경복궁 나들이만은 음악 없이 한적한 분위기를 즐기라고 권하고 싶다.경회루는 경복궁 나들이 최고의 장소다. 한적하고 아름다워서 혼자 궁을 감상하기에 최고다. 가장 많은 시간 머물며 생각을 정리하기에 좋다. 야간 개장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장소. 혹시라도 야간 개장을 가려고 한다면 경복궁에 들어와 근정전을 지나쳐 바로 경회루에서 사진을 인증샷을 먼저 찍으면 인파속에서도 베스트 사진을 건질 수 있다.궁의 뒷모습에 집중하면 혼자의 여유를 더욱 만끽할 수 있다. 근정전이나 교태전, 경회루 등 인파가 몰리는 건물이 아니라 건물 뒷편, 건물과 건물 사이에 사람들이 머물지 않는 공간들이 있다.한복을 입으면 고궁 입장료는 공짜다. 게다가 한복과 함께 라면 외국인들의 사진 요청 세례를 받으며 외롭지 않게 궁을 관람할 수 있다. 을지로나 인사동 근처에 대여숍들이 많으니 참고할 것.아름다운 봄나들이를 기억할 만한 사진이 셀카밖에 없다는 점은 혼자 나들이의 아쉬움이다. 가능하다면 셀카봉이나 삼각대를 지참하도록 하자.

/사진: 황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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