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메라리가’에서 뵙겠습니다! - 꿈의 그라운드를 그리다
‘프리메라리가’에서 뵙겠습니다! - 꿈의 그라운드를 그리다
‘프리메라리가’에서 뵙겠습니다! - 꿈의 그라운드를 그리다
2016.03.31 10:55 by 이국재

세계적인 축구선수를 꿈꾸며 스페인을 찾은 이정준(18)군과 자식의 꿈을 위해 뒤늦게 이민 짐을 쌌던 열혈아빠 이국재 대표(월드스포츠매니지먼트‧WSM)의 스페인 정착기. 스페인 현지에서 전해주는 그들의 꿈, 이민, 축구, 그리고 가족 이야기를 만나본다.

‘약속의 땅’이 될 거란 믿음으로 찾은 곳 포르투칼. 그곳에서 겪은 좌절과 시련은 부자(父子)의 꿈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데…

포르투칼의 ‘흑역사’를 떨치고, 스페인으로 향했던 정준이. 스페인에선 어땠을까요?

아, 그 전에 반가운 소식 먼저. 얼마 전 정준이가 자격증을 하나 땄습니다. <UEFA-B>라는 이름의 자격인데요. 쉽게 설명하면, 유럽축구연합(UEFA‧UNION OF EUROPEAN FOOTBALL ASSOCIATIONS)에서 인증하는 유럽축구 지도자 자격증이죠. 더 고무적인 건 대한민국 최초이자, 최연소의 나이로 당당히 자격시험을 통과했다는 점입니다.

UEFA 축구지도자 자격 최종 성적표

UEFA-B 자격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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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스페인 축구협회에서 인증하는 ‘NIVEL 1’(스페인 축구 지도자 자격)을 UEFA의 교육내용과 과정으로 바꾸어 실시한 시험. 스페인에서는 최초로 실시됐으며,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교육이 이뤄졌다. 4개월 간 이뤄지는 교육에서 모든 이론 과목을 통과해야 최종 실기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지며, 최종 실기시험은 응시자가 준비한 훈련방식을 직접 선보이는 테스트와 경기 비디오를 시청하고 선수 및 팀의 전략을 파악 및 분석하는 평가 등으로 이뤄진다.

가족으로서도, 운동선배로서도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네요. 특히 현재 스페인 성인리그에 정식선수로 등록되어 뛰고 있는 정준이가 훈련하랴, 시합뛰랴, 바쁜 와중에 틈틈이 준비해 얻어낸 성과라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잠깐, 이 대목에서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축구선수를 꿈꾸며 한국과 포르투칼, 그리고 스페인까지 날아갔던, 것도 아직 약관인 나이인 정준이가 웬 지도자?

글쎄요. 무슨 사연일까요? 어디 한번 직접 물어볼까요?

Special Interview :  ‘꿈꾸는 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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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독자들과 처음 만나는 자리이니, 자기소개부터 해주시죠.

안녕하세요. 이정준(사진)입니다. 스페인에선 꾸니(KUNY)라 불리고요. 스페인 사람들은 제 한국 이름이 너무 어렵나 봐요. 발음을 잘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부르기 쉽게 만든 애칭이 꾸니입니다. 나이는 19살이고요. 현재 스페인 성인리그 Las Rozas C.F(4부리그) 팀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고 있습니다. 3살 때부터 공을 찼고요. 앞으로도 공을 차며 살아갈 생각입니다!

이정준 선수 하이라이트 동영상

Q 궁금한 거 먼저 물어볼게요. 세계적인 축구선수를 목표로 스페인까지 왔잖아요. 그런데 이번에 지도자 자격증을 땄어요. 어떻게 된 거죠?

운동을 하면서 단순히 잘 뛰기만 하는 게 능사가 아니란 생각을 많이 해요. 시합이 잘 안 풀릴 땐 ‘지금 이 상황에서 감독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라는 의문도 품게 됐고요. 그런 의문을 지도자 공부를 하면서 해소하려 했던 거죠. 내가 지도자 자격을 공부하고 연수를 받게 된다면 감독의 심정을 누구보다도 더 잘 이해할 수가 있고, 선수로서도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훌륭한 축구선수가 되기 위한 또 하나의 과정인 셈이죠.

Q 의도는 좋지만, 선수생활을 하면서 병행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진 않았을 것 같은데요.

네. 사실 처음엔 이것저것 재지 못했어요. ‘이건 꼭 해야해!’라는 마음에 무작정 등록을 했죠.
그런데 너무 운이 좋게도 제가 경기하는 날과 훈련이 있는 날을 교모하게 피할 수 있는 일정이더라고요. 물론 그만큼 저에게는 휴식이란 단어가 사라져버리고, 매일 지치고 피곤한 일상을 살아야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아주 잘 한 것 같아요. 먼 훗날 ‘그때 그 결정은 정말 신의 한수였어!’라고 생각할 거라 확신합니다.

Q 그렇군요. 자, 화제를 돌려보죠. 축구가 왜 좋은가요? 축구선수의 꿈을 가지게 된 계기 같은 게 있을까요?

저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주위 분들이 “넌 걷기 시작할 무렵부터 볼 차는 걸 좋아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게다가 그 어린 꼬마가 제법 발에 잘 갖다 맞추기도 했대요. 어릴 땐 그렇게 동네 아이들과 볼을 차며 놀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가선 방과 후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축구를 했죠. 그렇게 조금씩 축구의 세계로 빠져든 것 같아요. 2002년 월드컵이 한국에서 열리면서 일어난 축구 붐도 한 몫 했고요. 축구는 함께 느낄 수 있는 희열이 있어 좋습니다. 친구‧동료들과 달리고, 경쟁하고, 승리하면서요. 물론 가장 큰 희열은 제가 골을 넣어 이기는 거지만요.(웃음)

학교 친구들과 함께(11세)

소속(CULTURAL LEONESA) 훈련 모습(12세)

경기 킥 오프(12세)

소속(CULTURAL LEONESA) 경기 전(12세)

Q 그렇게 한국에서 축구선수를 꿈꾸다 스페인에 왔잖아요. 한국과 스페인의 학교 축구, 뭐가 가장 다르던가요?

처음 와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실수를 대하는 자세였어요. 한국에서 실수는 절대 해선 안 되는 거지만, 여기는 오히려 실수하길 바라죠. 그래야 그 실수로 인해서 발생하는 부분을 더 보완하고 배울 수 있으니까요. 실수를 바로잡는 훈련도 매우 체계적이고요. 한국처럼 체벌하거나 욕하는 건 여기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한국에선 아이들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운동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여기선 그렇게 시키지 않아요. 스페인 지도자들은 지나친 훈련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한창 성장하는 유소년 선수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잘 인식하고 있으니까요. 스페인의 유소년 지도자들은 감독과 선수와의 관계 보단, 학교 선생님으로서의 역할이 더 큽니다. 그만큼 중요한 위치죠. 저도 이번에 지도자 연수를 하면서 그런 부분을 많이 배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페인의 유소년 클럽들은 승패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습니다. 어린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본인들이 하고 싶은 플레이를 마음껏 펼치고 즐기는 것을 더 원하고, 그런 기회를 제공하죠. 한국은 승패를 굉장히 중요시 여기잖아요. 경기가 끝나면 진 팀의 선수들이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제자리에 서서 지도자들의 핀잔을 듣거나 기합을 받는 걸 심심찮게 볼 수 있어요. 저 또한 그랬었고요.

Q 좋은 점도 많았겠지만, 사실 어린 나이에 타지에서 적응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겠죠. 스페인에 와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뭐였어요?

돌이켜보면 정말 너무 외로웠죠.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가족과 떨어져 지구 반대편의 나라에서 홀로 살아왔으니까요. 외국인들은 말도 안 통하고, 생각도 달랐죠. 하루 중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부모님과 통화하는 그 짧은 순간이었어요. 일 년에 한번 정도는 부모님께서 저를 보러 오셨는데, 헤어질 땐 너무 힘들더라고요. 지금에야 말하지만, 당시 ‘나도 같이 돌아 갈래’라는 말을 속으로 얼마나 되뇌었는지 몰라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방에 틀어박혀서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Q 그랬군요. 어떻게 극복했어요?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서면, 가족 모두와 함께 살 수 있는 날이 올 거라는 마음으로 버텼죠. 현실적으로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언어에요. 언어가 편해지면, 소통과 공유가 되기 때문에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운동과 더불어 언어 공부에 애를 많이 썼어요. 덕분에 지금은 어느 누구와 대화를 나누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수준의 스페인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됐죠. 절 모르는 스페인 사람과 전화 통화를 하면 제가 외국인인도 모를 정도로요.

13세의 정준이. 외로움을 혼자 오롯이 이겨내야 했던 시기다.

Q 말이 통하면서, 훈련에 전념할 수 있었겠군요. 유소년 시절 스페인에서 꽤 두각을 드러냈다고 들었어요. 헤타페나 라요 바예카노 같은 명문 유스팀에서 뛰기도 했죠. 그런데 암초를 만났어요. 당시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죠?

아, 그때를 생각하니 또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16살 때였을 거예요. 당시 제 컨디션은 최상이었죠. 골 감각도 ‘물이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고요. 그런데 갑자기 불어닥친 FIFA의 외국인 유소년 선수등록 문제에 부딪쳐 운동을 할 수 없게 됐죠.(FIFA 19조‧외국인 해외 이적을 18세 이상으로 제한하는 조항)
뛰지 못하니 답답하기도 하고, 조바심도 나고… 무리하게 개인 훈련을 하다 부상을 당한 거예요. 운동하면서 부상을 당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다친 줄도 모르고 계속 뛰다가 화를 키웠죠. 본능적으로 ‘뭐가 크게 잘못됐다…’라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다음날 다친 발이 마치 풍선처럼 퉁퉁 부어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새끼 발가락이 뿌러진 거예요. 생전처음 깁스를 하고 약 6개월 이상을 목발을 짚고 다녔죠.

소속 (CULTURAL LEONESA)팀 경기 후(15세)

1부리그 헤타페 유소년 시절(16세)

Q 경기도 못 뛰고 부상까지 당했으니 정말 진퇴양난이었겠네요. 골절상이었으면 재활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아요.

부상을 당해본 적이 없으니, 재활도 해본 적이 없었죠. 그런데 그렇게까지 힘들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엄청 고생했죠. 오전부터 수영장에서 걷기 훈련을 하고, 이어서 헬스클럽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요. 운동장에서는 달리기와 적응훈련 등을 하죠. 과장을 조금 보태면, 일어나서 잠자기 전까지 계속 재활만 하고, 이게 매일 반복됐습니다. 덕분에 결국 그라운드로 돌아올 수 있었으니, 의미 있었던 시간이라고 봐야죠.

재활치료는 지루하게 반복되는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재활의 일환으로 진행됐던 웨이트트레이닝 모습

한국에서 재활훈련 중 친구들과 함께

재활 훈련 영광의 상처

Q 그렇군요. 본인처럼 축구유학을 꿈꾸는 어린 학생들이나 운동하다가 부상을 당해 좌절하는 친구들에게 할 말이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아직 우리 어린 꿈나무들에게 조언을 해 줄 만큼의 위치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한 가지는 확실히 느껴요. 꿈에 대한 굳은 결심, 단호한 의지가 있다면, 분명 한 발 한 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죠. 지금껏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전 한 번도 축구를 그만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 자체로 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Q 최종 꿈은 뭔가요? 축구를 더 잘하고 싶어 지도자 자격증까지 딸 정도니, 역시 꿈의 무대겠죠?

축구 선수로서의 길을 택했고 아직은 밟아가고 있는 과정입니다. 개인적으로 레알 마드리드의 미드필더인 루카 모드리치(Luka Modrić, 크로아티아)를 가장 좋아하는데요. 저처럼 키도, 몸집도 작지만 그 핸디캡을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켜 당당히 세계 최고 팀의 일원이 됐죠. 저 역시 그처럼 꿈을 이루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볼 생각입니다. 그럼 자연스레 대한민국의 축구 꿈나무들에게도 본이 될 수 있겠죠. 그때까지 많이 지켜 봐 주시고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다음 번엔 프리메라리가에서 뵙겠습니다!

루카 모드리치

프리메라리가를 향해

/사진:이국재

다음이야기 “왜 스페인, 스페인 하냐고?” 무적함대로 불리는, 스페인의 축구 시장과 시스템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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