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명 홀린 제주 빵집…맛 챙기랴 건강 지키랴 “폭싹속았수다”
김창열 ‘애월빵공장’ 대표 인터뷰
100만명 홀린 제주 빵집…맛 챙기랴 건강 지키랴 “폭싹속았수다”
2025.04.09 22:37 by 임한희

우리나라의 빵 사랑은 유별나다. ‘밥심’만큼 ‘빵심’을 챙기는 식성의 변화로, 1인당 빵 소비량도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전국 각지에 포진한 베이커리 전문점의 수만 2만여 곳에 이를 정도. 최근에는 질적 성장세도 눈에 띈다. 엄선된 재료와 차별화된 레시피를 선보이는 프리미엄 베이커리가 대세 트렌드로 급부상했다. 베이커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식품 업계의 새로운 화두인 ‘저속노화’의 개념이 베이커리 시장의 판도까지 바꾸고 있다”면서 “유기농 재료를 사용한 빵이나 비건 제품들이 인기를 끄는 것은 이제 전 세계적인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식품 대기업이나 대형 프랜차이즈가 앞다퉈 프리미엄 베이커리 라인을 강화하는 가운데, 홀연히 등장해 점차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토종 브랜드 하나가 유독 눈길을 끈다. 저 멀리 제주도가 고향인 ‘애월빵공장(Aewol Bakery&Cafe)’이 그 주인공. 제주의 설렘을 아기자기하게 표현한 비주얼,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킥’을 더해 매조지한 풍미, 여기에 정직한 재료로 만든 건강한 빵이라는 핵심 가치가 더해져 경쟁력을 완성했다. 서울 입성 1년 만에 ‘빵지순례’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비결을 듣기 위해 김창열 애월빵공장 대표를 직접 찾아가 봤다.

 

애월빵공장 가산 플래그쉽스토어에서 만난 김창열(사진) 대표
애월빵공장 가산 플래그쉽스토어에서 만난 김창열(사진) 대표

| 조연에서 주연으로, 작은 빵집이 만든 반전 

“돌이켜보면 참 신기해요. 그 시기를 버텨 낸 것도 그렇고, 이렇게 전혀 다른 쪽에서 돌파구를 찾은 것도 그저 신기할 따름이죠.”

김창열 대표의 삶에 빵 굽는 향기가 스미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이다. 지금은 제주 본점을 포함, 4곳의 직영점을 누비고 있지만 정작 그가 한평생 누볐던 공간은 건설 현장이었다. 20대 때부터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 활약해온 부동산 개발 전문가가 그의 ‘본캐’다. 빵과 처음 인연을 맺은 계기 역시 본업과 맞닿아 있었다. 지난 2019년, 제주시 애월읍의 곽지 해수욕장 옆에 리조트를 지으면서, 리조트 내 부대시설(Amenity)로 베이커리 카페를 기획했던 것. 하지만 정작 그의 리조트 사업은 그가 그린 청사진대로 펼쳐지지 못했다.

“외부 상황이 최악이었어요. 사드 사태부터 코로나 팬데믹까지 쉴 새 없이 두드려맞았죠. 당연히 제주의 부동산 사업 전체가 얼어붙었어요. 우리 역시 도리가 없었죠. 리조트 직원만 40명이 넘는데, 손님은 하루 10명 보기도 힘들 정도였어요. 그렇게 1년 정도 버텼던가… 그야말로 존폐의 위기였죠.”

작은 기대조차 사그라지던 순간, 희망의 불씨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곳이 있었으니, 그곳이 바로 리조트 내 부속시설에 불과했던 베이커리 카페 ‘애월빵공장’이었다. 대반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건 인근 국제학교의 학부모들이었다. 소비력이 충분한 대신, 음식에 대한 기준이 깐깐한 그들 사이에서 “건강하고 맛있는 빵집이 생겼다”는 입소문이 돌기 시작했던 것. ‘예민맘’들이 인정한 빵이라는 타이틀의 위력은 컸다. 제주도를 넘어 육지에까지 상륙한 소문은 이내 수많은 기회로 되돌아왔다. 예능부터 맛집 프로그램까지 방송 출연이 잇따랐고, 하루가 멀다하고 체인점 문의가 빗발쳤다. 자연스레 방문객이 늘었고, 이는 고스란히 팬덤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3년, 자신감을 꽉 채운 김 대표는 본격적으로 ‘상륙작전’에 나섰다. 조연에 불과했던 작은 빵집이 화려한 주연으로 우뚝 서게 된 순간이다.

 

기자와 인터뷰 중인 김창열 대표
기자와 인터뷰 중인 김창열 대표

|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즐거운 경험은 덤이죠”
제주도는 지역 특성상, 베이커리 카페가 유독 많은 곳이다. 2015년 이후 베이커리 전문점 증가율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KB금융지주연구소, 2020) 빡빡한 경쟁 시장에서 애월빵공장이 유독 주목받았던 이유는 뭘까? 김 대표는 “빵 전문가가 아니라서 다소 무식하게 시작했던 게 오히려 통한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떤다. 

“론칭 전에 수많은 빵집과 카페에 답사를 다녔어요. 그런데 잘 되는 곳의 공통점은 딱 하나더라고요.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만든다’는 것이었죠. 시작 시점에서 딱 그것만 고수하자고 다짐했어요. 무식할 정도로 정말 좋은 재료만 쓰는 거죠. 오히려 잘 모르니, 머리 굴릴 필요도 없이 단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초기 입소문이 시작된 국제학교 학부모들을 단번에 매료시킨 비결이다. 실제로 애월빵공장의 모든 제품은 유기농 밀을 기준으로 하며, 버터나 치즈 같은 부재료도 최상위 등급만 쓴다. 발효나 숙성 빵 위주로 라인업을 짠 이유도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했기 때문이다. 중심축이 좋은 재료와 건강이라면, 그 주변을 감싸는 요소는 특별한 경험이다. 국내 최고의 관광지인 제주도를 거점으로 하는 만큼, 제주의 특색과 흥밋거리를 오롯이 제품에 녹여내어 즐겁고 이색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한라산에서 모티브를 얻은 ‘화산석쇼콜라’나 제주도에 즐비한 현무암을 모델로 한 ‘현무암쌀빵’, 한라봉을 본떠 만든 ‘한라핀’ 같은 제품이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우리 시그니처 메뉴들은 제과장과 열띤 논의를 거쳐 하나하나 탄생한 우리의 대표 자산”이라며 “손님들이 신기해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애월빵공장의 시그니처 메뉴들. 좌측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화산석쇼콜라, 한라산의 여름, 한라핀, 제주현무암쌀빵
애월빵공장의 시그니처 메뉴들. 좌측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화산석쇼콜라, 한라산의 여름, 한라핀, 제주현무암쌀빵

김 대표는 이 모든 성취가 ‘사람’을 통해 완성됐다고 강조한다. 설립 초기부터 함께 해온 제과장이 건강을 최우선으로 둔 자신의 뚝심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것. 시그니처 메뉴는 물론 소금빵이나 단팥빵 같은 기본 메뉴마저 남다를 수 있었던 비결 역시 좋은 기술자의 손끝 덕분이다. 

“제가 운이 너무 좋았어요. 당장 유명 호텔 베이커리에 들어가도 손색없는 분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뭣보다 빵에 대해 진심인 분이죠. 초반 몇 년은 진짜 힘들었는데…그 진정성 덕분에 함께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 소신과 뚝심, 자영업 수난시대를 버티는 힘 
햇수로 6년 차가 된 애월빵공장이지만, 각오와 다짐은 외려 신생 브랜드에 가깝다. 실제로 제주 지역 외 고객과 만나기 시작한 건 지난해 말부터다. 갖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브랜드의 경쟁력을 몸소 확인한 김창열 대표가 F&B사업가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다. 대규모 부동산 개발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업가답게 그의 프로세스는 전략적이면서도 속도감이 넘친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불과 3개월 만에 화성시 안녕동 융건릉점, 화성시 동탄점, 서울 가산 플래그쉽스토어를 차례로 론칭하며 존재감을 넓혔다. 

“지금까지 저희 제주 본점 내방객이 약 100만명 정도에요. 그분들이 모두 저희의 홍보대사였을 것이라고 믿어요. 덕분에 우리 브랜드에 대한 다양한 러브콜이 이어졌고, 보다 본격적으로 매진할 수 있는 동력도 생겼죠.”

베이커리 카페가 이미 레드오션으로 분류되고 있는 상황, 더군다나 역대급 자영업 수난시대에 공격적인 확장이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김 대표는 개의치 않는다. 이미 가장 어려운 순간에 홀로 빛을 냈던 브랜드라는 자신감과 “진짜는 결국 살아남는다”는 강한 믿음의 발로다. 김창열 대표는 “우리나라 베이커리 시장에 대한 눈높이는 점점 높아질 것”이라며 “높아진 눈높이를 만족시키는 건 결국 건강”이라고 강조한다.

 

애월빵공장은 발효·숙성의 과정을 오롯이 거치는 ‘슬로우 베이커리’를 지향한다. 
애월빵공장은 발효·숙성의 과정을 오롯이 거치는 ‘슬로우 베이커리’를 지향한다. 

정직한 재료와 정성을 다하는 제조법을 고수하며 건강을 최우선으로 챙기겠다는 김 대표의 뚝심은 그의 다음 스텝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른바 프랜차이즈 전환 이슈다. 하루걸러 프랜차이즈 문의가 들어올 만큼 외부의 관심이 높지만, 기존의 베이커리 카페 콘셉트를 무분별하게 찍어 낼 마음은 없다. 관리의 범위가 갑자기 늘어나면, 진정성이 훼손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준비하고 있는 콘셉트는 ‘작은 브랜드’다. 제주와 건강이라는 애월빵공장의 핵심 가치를 고스란히 계승하지만 창업과 운영은 보다 콤팩트하게 이뤄지는 일종의 스핀오프(spin-off) 매장.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준비 중인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김 대표는 “바게뜨나 깜빠뉴, 치아바타 같은 빵에 토핑을 더해 주는 즉석 샌드위치 매장을 구상 중”이라며 “요즘 세대에 익숙한 패스트푸드 체인점에 우리가 추구하는 본질을 녹여낸 형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멀티 사업가로 활동해 온 김창열 대표지만, 애월빵공장이라는 브랜드는 꽤나 각별하다. 가장 힘든 순간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건넸고, ‘진심은 통한다’는 사업적 인사이트까지 아로새겨줬기 때문이다. 새로운 메뉴 하나를 론칭하기 위해 몇 개월간 공을 들이고, 새 매장 하나를 열기 위해 숱한 발품을 파는 이유도 그 진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자명하다. 애월빵공장이 ‘건강한 빵’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다. 

“암 환우분들이 매장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이것저것 물으시곤 빵을 몇 개 골라가셨죠. 그런데 얼마 지나서 그분들을 또 만났어요. ‘여기 빵은 믿을 수 있겠다’고 하시는데 뭔가 벅차더라고요. 믿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빵…그게 저희의 유일한 목표거든요. 처음 문을 열었을 때도 그랬고, 앞으로도 쭉 그럴 거예요.”

 

필자소개
임한희

산업경제부 국장. 중석몰촉 <中石沒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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