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시위 1039차, 23년째 대답없는 일본
수요시위 1039차, 23년째 대답없는 일본
수요시위 1039차, 23년째 대답없는 일본
2014.08.15 11:41 by 권보람
반전ㆍ평화ㆍ인권수호 운동으로 성장하고 있는 위안부 문제 해결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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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일본 정부)가 없다고 했지? 여기 엄연히 산 증인이 있어. 그런데 (일본군‘위안부’ 피해자가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고 김학순 할머니의 영상이 스크린에 떠오르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상징하는 2000마리의 나비가 사방에서 날갯짓을 시작했다.

스크린 속 할머니의 눈물 같은 부슬비가 내린 13일, 세계 일본군‘위안부’ 기림일을 하루 앞두고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039차 수요시위에 2000여명의 시민이 자리 잡았다. 이날 집회는 세계연대집회를 겸해 치러졌으며 독일과 미국, 대만, 필리핀 등 7개국 14개 도시에서 이에 호응하는 연대 행동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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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아시아연대회의가 공표한 세계 일본군‘위안부’ 기림일은 23년 전, 고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 공개 증언한 날로 희생의 역사를 기억하고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정립하기 위해 제정됐다.

기조연설을 맡은 김선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 공동대표는 “우리는 아직 낮지만 흔들리지 않았던 김학순 할머니의 목소리를 기억한다”면서 “일본 정부가 망언을 일삼을수록 우리의 투지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집회의 시작을 알렸다.

김 대표에 이어 김판수 자원활동가를 비롯해 박동호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과 홍익표·박영선 국회의원, 트리니 렁(Trini Leung)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사무소장, 김형준 ‘나비의 꿈’ 기행팀 단장 등이 참석해 연대 발언에 나섰다. 북측의 ‘조선일본군성노예 및 강제련행피해자문제대책위원회’와 ‘6·15 공동선언신철 북측위원회 녀성분과위원회’ 역시 연대사를 보내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일본의 반인륜적 국가범죄에 대한 사죄와 법적 배상을 촉구했다.

박동호 정의평화위원장은 “전쟁을 비롯한 무력 충돌은 약자인 어린이와 여성을 고통으로 내몬다. 우리가 기억하고 깨어있지 않으면 (일본군‘위안부’와)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면서 “역사적 과오를 바로 잡는 일은 증오가 아닌 ‘불의가 정의를 이길 수 없다’는 신념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행동하는 양심을 강조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사진 가운데)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세계 1억인 서명운동 1차 취합분을 전달한 뒤 돌아오고 있다.


김복동 할머니는 “언제쯤 잠들지 못하는 날이 끝날지 모르겠다”면서 “나처럼 억울한 이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나비가 날고 있다. 이 늙은 나비도 날고 있으니 여러분도 함께 나비가 돼 외롭고 불쌍한 이들의 한을 풀길 바란다”고 말했다.이날 집회에서는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세계 1억인 서명운동’의 1차 취합분의 일본대사관 전달식도 함께 치러졌다. 지난해 2월부터 전 세계 92개국 150만여명이 참가한 서명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김복동·길원옥 할머니와 청년모임 희망나비 서포터즈의 손으로 옮겨져 대사관 앞에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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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ㅣ일본군‘위안부’ 문제... 미래 세대를 위한 역사적 과제 1992년 1월8일 처음 시작된 수요시위는 일본정부의 ▲전쟁범죄 인정 ▲진상규명 ▲공식사과 ▲법적배상 ▲전범자 처벌 ▲역사교과서 바로잡기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집회 시작 2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목표들 중 어느 하나 이뤄지지 못했다. 이날 집회에도 일본 정부의 사죄와 법적 배상, 전범자 처벌 등을 촉구하는 피켓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영선 의원은 “피해자 할머니들의 한 맺힌 외침이 20여년이나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면서 “아직까지도 (피해자 할머니가) 길 위에 계시게 해 죄송하다”고 오랜 기간 해결되지 못한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가시적 진전을 보이지 않는다 해도 나비의 날갯짓은 계속돼야 한다. 세계 사회에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노력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여전히 전쟁의 상처에서 치유되지 못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피해자들이 스스로 권리를 찾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목소리는 가자지구 공습 등 지금도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무력 충돌을 규탄하기 위한 반전ㆍ평화ㆍ인권수호 운동으로 성장하고 있다.

윤미향 정대협 대표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 증언을 시작으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목소리가 세상에 울려 퍼지면서 그간 침묵해왔던 전쟁 피해자들이 용기와 의지로 투쟁에 나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서 “두 번 다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들의 활동을 기억하고 기리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해 프랑스, 독일, 체코, 벨기에 등 유럽 4개국을 순회한 김형준 단장은 “‘나비의 꿈’ 기행을 통해 1, 2차 세계대전이 남기고 간 상처를 눈으로 확인하는 동안 우리가 마주한 문제가 생각 이상으로 큰 산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하나의 물줄기가 큰 강을 이루고 그것이 변화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할머니들과 함께 하겠다”라는 의지를 밝혔다.

의정부여자고등학교 인권동아리 'U&I'의 이다윤(사진 왼쪽)·조정민 학생이 직접 만든 피켓을 들고 수요시위에 참여했다.


의정부여자고등학교 인권동아리 'U&I'의 이다윤(사진 왼쪽)·조정민 학생.

이처럼 오랜 기간 해결되지 못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미래 세대에게도 역사적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의정부여자고등학교 인권동아리 ‘U&I'의 조정민·이다윤(17) 학생은 “40여 명의 의여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이번 집회에 참석했다”면서 “1000번이 넘는 시위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잘못을 사과하지 않는 일본 정부를 보니 역사적 문제가 시간에 묻히지 않도록 청소년들이 관심을 갖고 더 열심히 활동해야 겠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 수요시위 현장을 찾은 황혜영(사진 왼쪽)씨와 아들 안희민 군.


아이들과 함께 수요시위 현장을 찾은 황혜영(사진 왼쪽)씨와 아들 안희민 군.

아들 안희민(11)군과 함께 집회를 찾은 황혜영(42)씨는 “아이가 먼저 책을 읽고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시위에 참가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바로잡힌 역사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역사적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한편 광복절인 15일을 맞아 대학생 모임 평화나비는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과 할머니들의 진정한 광복을 위해 정오부터 서울 도심에서 ‘REAL 광복절 퍼레이드’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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