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잘 몰랐던 ‘한류’의 실상
우린 잘 몰랐던 ‘한류’의 실상
우린 잘 몰랐던 ‘한류’의 실상
2016.07.08 13:27 by 제인린(Jane lin)

 

“한국에서보다 3~4배 정도 더 받아요.”

지난해 중국으로 진출한 여배우의 말입니다.

“열 배 넘는 분도 있으니 전 아직 아기죠”란 말도 덧붙입니다.

실제로 국내 연예인들의 중국 내 활약 소식은 끊이지 않습니다.

‘대륙을 접수’, ‘여신급 대우’ 등의 찬사와 함께요.

은근한 자부심마저 들게 하는 ‘한류’.

조금 더 속 깊이 들여다볼까요?

(사진:www.flick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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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하이덴취(海淀区) 중관촌 일대에 자리한 중국 최대 규모의 전자상가 전경.

이 일대는 현재 창업 지구로의 새로운 변신을 거듭하고 있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10층 이상의 대형 전자상가 빌딩들을 바라보면 과거의 영광을 회상하기에 어려움이 없습니다.

비록 규모 면에서 크게 축소되었다고 하지만, 이 일대가 중국 최대의  전자상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은 변함없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가장 큰 규모의 전자상가라는 중관촌 일대에서조차 한국의 유명 전자 브랜드 상점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베이징에서의 '한류 체감도'는 하향 곡선

필자는 한국에서 구매한 한국 브랜드 제품의 노트북을 사용해오고 있습니다. 서울에 자리한 모 언론사에 재직할 당시 구매했던 개인용 노트북으로, 지금껏(약 5년 이상) 사용해오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최근 사용 연수가 거듭되면서 종종 이 녀석이 고장 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합니다. 충전기가 말썽을 일으키거나 전원이 아예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죠.

이 경우 한국에 거주했었더라면, 해당 브랜드 AS 대리점을 찾아 쉽게 해결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중국 베이징에서는 해당 브랜드 AS 대리점의 ‘수혜’를 받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되었습니다. 해당 브랜드 직영점은 물론 AS 대리점이 중국 자국 브랜드에 자리를 내어주고 철수를 선언하기 시작한 지 벌써 수년째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베이징에는 해당 한국 업체에서 운영하는 직영 AS 대리점은 아예 ‘없으며’, 중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전자 상가 구역이라는 중관촌에서조차 필자가 찾았던 대리점은 문을 닫은 지 수년이 지났다는 것이 인근 중국인 상인들의 답변이었습니다.

“전부 문을 닫았다는 것이냐”며 힐난하듯 묻는 필자를 향한 인근 상인들의 답변은 간단합니다. “찾는 고객이 없었기 때문이다”라고요.

1 (5)

(위,아래)중관촌의 전자 상가 내부 모습.

이는 우리가 지금껏 상식처럼 알고 있던 자칭 타칭 ‘글로벌 기업’이라는 한국 유명 전자기기 브랜드 업체의 명성과 위상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현실입니다.

더욱이 한국 언론을 통해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에 열광하는 중국과 중국인들의 이야기에 익숙했던 우리에겐, 이 같은 상황을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 좀처럼 익숙하지 않습니다.

수 년 간 중국에 거주한 필자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처음 알게 됐을 때, 뾰족한 이유 없이 두 손에 차가운 땀이 쥐어졌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필자에게 한국의 기업은 한국 그 자체이고, 한국은 곧 한국인인 필자 자신이라는 인식이 내면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같은 현지 상황이 한국 언론에 좀처럼 보도되지 않는 것도 그래서겠죠.

때문에 한국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는 해외 거주 한국인들은 해당 제품이 고장 났을 경우, 또는 새 부품이 필요할 때마다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수리점을 찾는 일이 상당합니다. 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이죠.

이 경우 요금 바가지는 필수요, 때에 따라서는 제품 수리를 맡기기 이전보다 더 최악의 상태로 변한 전자 제품을 받아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필자는 ‘포맷’을 부탁한 노트북이 깡통이 되어 돌아온 사연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때조차 수리 비용 만큼은 업자가 요구하는 대로 모두 지불해야 했죠.

하지만, 필자는 이 글에서 중국인의 비(非)전문가적인 성향과 일부 업자들의 부당한 요구를 지적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중국 최대 전자상가라는 중관촌 일대에서조차 자취를 감추고 있는 우리 모두의 한국 브랜드가 처한 현실을 알리고, 해당 현상이 보여주는 중국에서의 ‘진짜’ 한류 모습을 이야기 하고 싶은 것입니다. 조금도 부풀려지지 않은 현실 속의 진짜 한류의 참 모습을 말입니다.

(사진:Castleski/shutterstock.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에게 종종 중국 진출에 대해 문의를 해오는 한국 업체들은(필자는 한국의 모 경제연구소에서 진행하고 있는 중국 현지 리서치 및 현지 시찰 연구에 참여해오고 있습니다) 이 같은 현실에 대해서는 전혀 인지조차 못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오히려, 중국 현지에서 진행하는 미팅에 참석한 한 업체의 A팀장은 ‘중국에서의 성공은 당연하고, 오히려 중국 진출 여부를 정하는 것이 문제’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필자에게 피력한 적이 있습니다. A팀장이 가진 비현실적인 감각을 근거로 해당 업체는 수 천억원에 달하는 투자 및 중국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죠.

이들이 이토록 무턱대고 중국 진출에 자신감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언론에서 비추고 있는 다소 부풀려진 한류 열풍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들이 조명한 중국 내 한류 상황은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한국 음식점에 가서 한국 음식을 먹으며, 한국 노래를 듣는 중국인들의 생활 모습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언론이 이들을 대부분의 중국인으로 포장해 보도해오고 있는 것이죠.

필자는 이 때마다 한국 언론이 자체적으로 걸러 보도하는 ‘듣기 좋은 소식’에만 익숙한 업체들의 무지함에 큰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러면서 필자가 겪고, 배우며, 깨닫고 있는 중국 내 한류는 더 이상 중국 진출을 앞둔 업체들에게 성공을 담보한 최상의 시나리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팩트’를 전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상당수 언론이 보도하는 부풀려진 한류 열풍에 기대하기 보단, 비록 쓴 소리라 하여도 사실을 보도하는 일부 조언자들의 의견을 직시하는 그 때부터 비로소 우리의 자랑스러운 한류가 더 오랜 시간 빛을 지속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할 때입니다.

/사진: 제인 린(Jane lin)

중국에 대한 101가지 오해 언론에 의해 비춰지는 중국은 여전히 낡고, 누추하며, 일면 더럽다. 하지만 낡고 더러운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중국은 그 역사만큼 깊고, 땅 덩어리만큼 넓으며,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 꿈을 찾아 베이징의 정착한 전직 기자가 전하는 3년여의 기록을 통해, 진짜 중국을 조명해본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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